내가 의사가 되어 단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의료분야 지망생인 고교생 객원기자 김용민 군(알바니하이)이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몽골에 다녀왔다. 다국적 고교생들의 예비 원정수업 성격과 의료봉사 성격을 겸한 몽골행이었다. 김 군의 눈에 비친 ‘몽골의 오늘’과 김 군의 가슴에 새겨진 ‘자신의 미래’가 담겨진 그의 체험기를 싣는다. <편집자>
별빛속에 들려오는 들개 울음소리
병들고 헐벗은 사람들의 신음소리
드러누운 소녀의 가느다란 팔다리
가난한 환자들은 마구 넘치는데
약도 의사도 간호사도 부족하고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커뮤니티 칼리지나 가까운 대학에서 클래스를 들었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Medicine in Mongolia 라는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 왔다. 영국에 본부를 둔 Project Abroad 라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고등학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었는데,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경험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몽골의 여러 병원을 방문하면서 수술하는 것도 직접 볼 수도 있고 여러 환자들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 참 좋았다. 장래 메디칼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나에게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은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인 나라로 텍사스 두 배의 크기이고 인구는 약 2.5백만 명이다. 우리가 머물던 곳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 바토르인데, 이 나라 전체 인구의 반이 이 곳에 몰려 있다. 여러가지 자원, 일자리, 주택 등이 부족해서 많은 사람들은 도시의 외곽에서 게르(Ger)라고 불리는 전통 텐트에서 생활한다.
프로그램은 7월 29일부터 8월 12일까지 2 주간의 일정으로 짜여졌고 한 그룹이 4~6명으로 구성되었다. 미국인보다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여러 나라의 사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첫째 날, 몽고 의대를 방문하여 몽골의 전반적인 메디칼 시스템과 한방과 침술이 어우러진 몽골의 전통 의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서 국립 암전문 병원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 배를 절개하여 암세포를 찾는 수술도 보고 암덩어리 때문에 절개된 간(liver)도 보았다.
이어 일정에 따라 우리는 소아 전문 병원, 산부인과, 안과, 동네 조그만 클리닉과 몽골에서 가장 큰 병원 등을 방문하면서 맹장 수술, 제왕절개, 자연 분만, 뇌수술과 같은 여러가지 수술을 참관하고 내시경을 통해 위궤양 환자의 위 속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영화나 TV에서 수술 장면이 나오면 고개를 돌리곤 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까 그런 것들은 금방 적응되었다. 오히려 나에게 힘들게 느껴진 것은 환자들의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암 센터를 방문하였을 때 전에 보았던 몇몇 환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고 빈 침대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때, 소아 인텐시브 케어유닛(Pediatric intensive care unit)에서 조그만 몸에 몇 가지의 병을 가지고 누워있는 아기들의 가녀린 팔다리를 보았을 때, 난생 처음으로 본 나병환자의 모습... 떠날 때 손 한번 잡았을 뿐인데 몇 번이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려온다.
몽골의 병원은 미국 병원들과 너무나 차이가 많았다. 병원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필요한 만큼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시설이나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의사와 간호사도 턱없이 부족했다. 인텐시브 케어 유닛(intensive care unit)만해도 의사 한 명이 2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수술을 보거나 환자를 돌보는 것 외에도 우리는 몽골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고아원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주말에는 징기스칸시대의 수도였던 카라코룸 (Karakorum)을 방문해서 번영했던 옛 제국의 폐허를 돌아보았다. 광활한 고비(Gobi) 사막에서 들개들의 울음소리 속에서 캠핑을 하며 바라본 아름다운 별빛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2주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참으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몽골사람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참가한 다른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세계의 사람들이 다른 문화를 가지고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지, 내 머리 속으로 상상하던 가난과 현실 속에서의 가난이 얼마나 다른지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아픈 환자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느꼈다. 만약에 내가 의사가 되어 단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참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겪으면서 의사가 감당해야할 어려움과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김용민 객원기자/고교생> will_kim76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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