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1베드룸 아파트에 사는 30대 K씨 부부는 언제나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애를 태워왔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을 딱 끊었다. 가까운 장래에는 집을 안 사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의 주변에서도 집사기 좋은 때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집 사려는 사람은 “아마 상속을 받았거나 복권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았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하려던 다른 대부분 잠재적 바이어들도 마찬가지. 집 사려던 생각을 접고 주택시장의 하락이 멎고 안정세로 접어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일부 도시에서는 판매 하락과 재고기간 지연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여전히 소폭 상승하고 있어 거품이 걱정돼 집을 못 사고, 다른 대다수 지역에서는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어 매입 시기를 저울질 하느라 기다린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 주택 시장에는 매매는 없고 기다림만 있다.
바이어들 바닥 기다리며 매입 않고 뒷짐만
3~4년 전과는 딴 판… 집 대신 아파트 선호
주택 판매 부진에 아파트 렌트 더 올라
■ 집 대신 이젠 아파트
주택은 점점 더 안 팔리고 렌트는 계속 상승 중. 이것이 현재 전국 주거 시장의 모습이다. 주택 가격이 미친 듯이 상승하던 3~4년 전 모두들 주택 붐에 동승하지 못해 안달이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 ‘렌트 대 주택’의 대결에서 승자는 항상 주택 매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 뒤바뀌었다. 집 사는 대신 렌트를 택하다 보니 아파트 공실률은 하락하고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러니 랜드로드는 월세를 슬금슬금 올린다.
전국의 평균 렌트는 2007년 2분기중 1.1% 상승해 월 1,002달러. 2년 전에 비하면 7.74%나 올랐다. 전국 공실률도 1분기 6%에서 2분기 5.8%로 떨어졌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렌더들의 융자 기준이 강화돼 첫 주택 바이어들의 매입을 어렵게 하고 있는 점도 렌트쪽으로 방향을 틀게 하는 요인이다.
■ 너무 올라버린 집값
주택 판매 하락은 렌트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5월 중 기존 주택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10.3% 하락했는데, 많은 바이어들이 주택시장이 하락 안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입에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렌트는 계속 상승세다. 최근 3개월간 샌프란시스코 평균 렌트는 3%나 뛰어 1,757달러로 올랐는데 미국 내 주요 아파트 시장에서 가장 큰 폭 상승. 이와는 대조적으로 5월 중 베이 지역 주택 판매량은 일년 전에 비해 17.4%나 뚝 떨어졌다.
붐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는 주택매입 능력문제가 주택경기 회복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샌프란시스코, 오렌지카운티, 오클랜드, 뉴욕 등의 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한 경제전문가는 “10만달러를 다운 페이먼트로 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다”고 지적한다.
■ 월세 내고 사는 게 편해
3년 전 가격이 급등할 때는 아파트 사는 세입자들도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려고 애를 썼지만 지금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생겼다. 집값이 오르지 않고 내림세이니 안달을 낼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든 곳에서 렌트 상승과 주택 판매 하락이 동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애틀과 뉴욕에서는 렌트가 2%나 올랐지만 주택 판매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렌트가 내리는 지역도 있다. 거품이 잔뜩 끼었던 지역에서는 렌트가 하락하기도 한다. “목수나 간호사들이 직업을 팽개치고 주택 전매에 나섰다가 주택시장이 식자 변동모기지 상승도 감당해 내지 못해 집을 경쟁적으로 세로 내놓고 있다”고 한 부동산 중개인은 전한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경우 올 2분기 중 렌트가 0.5% 하락했는데 플로리다에서는 주택 붐 기간에 많은 아파트 빌딩이 콘도로 전환돼 현재 렌트로 나온 콘도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주택 인기 회복하는 날은 언제
언제까지 세 들어 사는 편이 주택매입보다 이익일까. 현재와 같은 사정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내년 초에는 주택시장이 회복 궤도에 오를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으나 최근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되면서 주택 시장은 다시 혼돈 속으로 떨어졌다.
많은 변동모기지의 이자율이 9월부터 내년 6월 사이 재조정에 들어간다는 점도 악재다. 차압은 더 늘어나게 된다.
주택 가격 하락이 계속되는 한 매입에 선뜻 나서는 바이어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파트 주인 주머니 채워주는 일은 그만 두고 내 재산 불리고 싶다”고 생각하는 시점이 찾아올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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