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뺑뺑이’속 할수 있는 것만 하라
“사랑 없는 평화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평화 없는 사랑을 택할 것인가?”라고 묻는 어느 시인의 말은 심오하다. 사랑에는 평화가 없다. 무사안일, 천하태평, 회색 아니면 핑크빛, 가지거나 버리거나 둘 중 하나면 되는 갈등의 소지가 없는 것은 평화지 사랑은 아니다. 사랑은 노심초사하고, 전전긍긍하며, 조바심 내며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애타는 마음이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에 대한 사랑에 빠진 엄마는 역설적으로 괴롭다.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말해주는 않는 8가지를 ‘페어런팅’지 8월호가 다루고 있다. 이 힘든 현실의 곡예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아이에게 화풀이나 실수했을 땐
사과하는 인간적인 모습 보여주고
부모 침대·화장실로 ‘침입’하면
프라이버시 지키게 가르쳐야
■예행연습이 없다
신생아 뱃속에 개스가 차서 매일 악을 쓰며 울어대는 ‘베이비 칼릭’(baby colic)을 매스터하고 나면 이유식을 챙겨야 한다. 거버 이유식을 사서 ‘땜질’할 수도 있지만 영양식으로 일일이 만들어 대는 엄마도 있다. 곧이어 이가 나려고 근질대면 이유 없이 칭얼대기 시작한다. 잇몸을 거즈로 문질러 주기도 하고 젤을 사서 발라주기도 한다. 첫 걸음마를 뗄 때의 그 자랑스러움은 천하를 다 가진듯하지만 사방팔방 겁도 없이 돌아다녀 부딪힐 세라 가구 모서리마다 두리 뭉실한 보호테를 치면서 수선을 피워야 한다. 이렇듯 육아는 한번 시작하면 그래프의 상승곡선처럼 계속 올라만 간다.
두 번째 아이는 이미 연습해 둔 것이 있어 좀 느긋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기질과 성격과 성장속도가 첫 아이 때와는 생판 달라서 첫 경험의 재현이 전혀 먹혀들지가 않는다. 첫 아이는 소리 지르고 위협해야 겨우 움직이는데 작은 아이는 눈만 크게 떠도 지레 겁을 먹고 패닉상태에 빠진다.
◆참고
인간의 본질과 행동, 심리에 대해 이보다 더 실직적인 수업은 없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어디 가서 그 많은 아동음악과 아동용 책을 접할 수 있단 말인가? 또 밴데이지 붙이는 기술과 음식 빨리 만드는 기술은 신기에 가깝게 연마했지 않은가.
■끝도 없이 돌아가는 뺑뺑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곧이어 저 문제가 터진다.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재우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상에 틈틈이 당장 해결해야만 하는 긴급사태와 또 해결할 수도 없는 뒷골 당기는 일들이 끼어든다. 아이가 하나 이상이라면 문제가 동시에 겹치기도 한다. 한꺼번에 여러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멀티 태스킹’이 아니라 ‘멀티 태스킹 플러스’ 맘이 되어야 할 형편이다. 6세짜리 큰 아이 학교 데려다 주다보면 아기 포뮬러에 베이비 시리얼을 타 먹여야 하는 것을 깜박하는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참고
순리에 맡긴다.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내려 놓는다. 컨트롤 할 수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사실은 제대로 컨트롤 되고 있는 것이다.
■때때로 무력감을 느낀다
아이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할 때, 아이가 외로워하거나 좌절할 때 과연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참고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아이의 몫은 당연히 아이 스스로가 지게 해야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경우 비슷한 경험을 했던 부모와 의견을 나눠보고, 교사도 방문해서 문제를 상의해 보고 아이와도 심도 있게 얘기를 나눠본다.
■부모 스스로도 실수한다
실수뿐만 아니라 알면서도 잘못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에서 열 받아 퇴근한 날 작고 무력하고 순진한 아이에게 괜한 화풀이를 해대는 경우도 있다. 아이는 그냥 “오빠와 스타워즈를 한 번 더 봐도 되나요?”라고 물어봤는데 “안 돼. 지금 잘 시간이야. 그리고 너 TV 너무 봤어. 오늘 아예 TV 속에 들어가 살았지? 당장 TV라는 바보상자를 없애 버릴 거야”라며 문제를 확대 해석했다. 사실 7년이 지난 지금도 집에 TV는 그대로 있는데도.
◆참고
아이가 그 말로 인해 평생 상처를 안고 살까봐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이 가라앉는 대로 사과 한다. 만약 시간이 지났다면 기회가 닿는 대로 적당한 때를 골라 미안했던 마음을 전한다. 사과는 진실로 후회하거나 뉘우치지 않으면 나오지 않으므로 부모의 솔직한 심정은 아이에게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데도 효과적이다.
■프라이버시가 없어진다
아이를 침대에 눕혀주고 나잇타임 스토리도 읽어주고 램프도 꺼줬는데 잠시 후면 살금살금 부모 침대로 기어들기도 한다. 아예 엄마 방에 가지 말고 자기 옆에서 자라고 엄포를 놓기도 하고 화장실까지 따라와 치맛자락을 놓지 않는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사치다.
◆참고
아이도 결국은 인내와 자긍심과 프라이버시가 무엇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이에 맞게 테두리를 쳐가며 밀어내고 혼자 두고 화장실 문을 잠그면서 금 긋기를 해야 한다. 물리적인 이유식을 해야 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도 이유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아이가 무례할 때가 있다
아이를 위해서 정성껏 팬 케익에 초컬릿 시럽으로 재미있게 얼굴을 그려놓았더니 “팬 케익은 원래 얼굴이 없어요”라거나 야단치면 “내 친엄마 맞아요?”라고 대꾸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는 솔직히(외교적인 아닌) 제 감정을 표현하는 건데 어른 쪽에서 들으면 섭섭하거나 무례하게 느껴지는 경우이다.
◆참고
무례한 말도 자꾸 듣다가 보면 무디어 진다. 아이의 의도가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어릴 때는 그냥 지나가면 언어가 세련되고 어휘가 풍부해지면서 그런 경향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대부분 표현력이 서툴러서 생기는 현상이다.
■뒤로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면 학교 들어가서는 계획표 짜서 그대로 움직이게 하고 친구도 그룹을 짜서 놀게 해주고 만사가 부모 손안에 있어야 편안한 상태라면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참고
연령에 맞춰 부모는 주연 자리를 내주고 조연으로 내려앉아야 한다.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재미있고 의미도 있으며 결과도 좋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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