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난 뒤 독후감을 쓰지 않으면 절름발이 독서가 된다.
자녀의 독서 수준 향상의 절반은 부모 몫이다.
‘우리아이는 독서수준이 높아…’
욕심부리면 책 덮는다
자녀들의 캘리포니아 표준학력고사(STAR) 결과를 받아든 학부모들의 공통 관심사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좀 더 잘하게 할 수 있나” 하는 것. 이에대해 일선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독해력이라고 강조한다. 글을 읽고 창의적 생각을 하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글도 잘 쓰고 시험도 잘 본다. 독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 오랜 습관을 통해 만들어진다. 또 이런 능력을 길러주는 책임의 절반은 학부모의 몫.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만들어 주느냐에 달렸다. 한인 교육자들로부터 독해력 높이기 지도법을 들어본다.
권장되는 것 중 하나는 아이의 연령이나 수준에 맞게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을 골라 줘서 즐겁게 책 읽는 습관을 붙여주는 지도법이다.
동급생보다 앞서가는 것이 출세의 지름길이라고 믿는 학부모일수록 자녀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읽도록 강요한다. 이런 강압적 독서 지도법에는 자녀가 같은 또래 애들보다 수준 높다는 칭찬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학부모의 욕심이 한몫 한다.
능력을 바탕으로 한 독서 지도를 하고 싶어도 자녀의 글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독서량이 많아 자녀 수준에 맞는 책 제목들이 술술 생각나면 좋겠지만 많은 부모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책 고르는 방법을 몰라 답답해하기는 한국에서 교육받아 한국말만 쓰는 1세 학부모나 영어가 능숙한 1.5~2세 학부모나 마찬가지다. 이런 고민을 덜어 주려고 캘리포니아 교육국은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STAR 리포트에 통보된 캘리포니아 독서 목록 권장번호를 이용해 책을 고를 수 있다.
교사들에 따르면 4~5세 유치원생들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교사 또는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면서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책을 처음 접할 때 이 연령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에는 ‘말의 세계’에 살다가 ‘글의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단순 개념이 발달되는 시기인 만큼 단순하고 구조화된 줄거리로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초등학교 1~2학년들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조의 그림책을 읽을 때 자신감을 갖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독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때 책을 읽으며 느끼는 재미있다, 지루하다는 느낌과 경험이 향후 독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학년부터 4학년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5학년까지는 꿈속에서 읽은 책 주인공과 만나거나, 책을 읽으며 공상, 상상의 나래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능력을 기르는 시기다. 물론 책을 읽으며 지혜를 얻기 시작한다.
상급생으로 취급하는 5학년 이상부터는 역사와 위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위인전을 읽게 지도할 것을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한 마디로 독서의 폭을 넓혀야 하는 시기이다.
책은 좋아하지만 편향된 독서를 하는 버릇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먹는 편식과 같이 나쁜 습관이다.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문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이 좋은 독서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편식할 때 고른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는 것 같이 한 방면의 책만 읽을 때는 지식 습득의 폭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좁은 안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화책도 시야를 넓히는 독서의 한 장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화 캐릭터가 사용하는 단어의 종류와 수준을 먼저 파악한 뒤 읽게 해야 한다.
만화읽기 습관이 지나치면 어휘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뿐 아니라 상상력이 빈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만화를 독해력 향상의 도구로 사용하려면 내용이 건전하고 고급 단어가 사용되는 것을 골라야 한다.
독후감 쓰기 잊지 말자
3~4학년 때 형성된 책 읽는 습관은 평생 간다. 이 나이 때 혼자서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주려면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늘 한국 연속극만 보면서 자녀에게 책 읽으라고 윽박지르는 부모가 있는 가정, 항상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 있는 가정, 두 가정 중 아이들이 자연스레 독서 습관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히 후자다. 교사들은 “애들이 책을 들면 부모도 TV를 끄고 같이 책을 펴라”고 조언한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반드시 독후감을 쓰게 한다. 독후감이 없는 독서는 절름발이 독서다. 독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책을 아무리 오래, 많이 읽어도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은 경우 어휘력, 이해력, 요약 및 분석 능력도 모자란다.
또 줄거리 읽기 중심이 아닌 심층 독서, 감상 독서, 비판 독서를 시도한다. 이런 훈련은 혼자 하기보다는 부모, 교사 또는 같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도록 권장된다. 한권을 책을 읽고 얻은 감상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독서 훈련을 통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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