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 온 식스’운영 박경화씨의 ‘도예 그릇 사랑’
어떤 사람들에게 그릇은 음식을 담는 용기일 뿐이지만, 어떤 주부에게는 꿈이고 환상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그릇에 맛있는 요리를 오롯이 담아내는 순간이, 예술가가 새 작품을 완성한 순간의 환희에 못지않다. 4개월 전 6가와 베렌도에 ‘파크 온 식스’(Park On 6th) 커피샵을 오픈한 박경화씨는 그릇에 대한 그토록 애틋한 30년 꿈을 이제야 이루기 시작했다. ‘파크 온 식스’ 바로 뒤에 있는 300스케어피트의 예쁜 공간을 ‘그릇과 이야기하는’ 특별한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는 것.
세련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홍송 트레이와 광주요 그릇들.
예술혼의 무공해 그릇들
음식까지 우아함 더해
한국 유명작가 작품들
특별 주문해 사용·판매
이곳에 들어서면 도예작품인지 그릇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생활도기들이 테이블과 선반 위에 가지런히 몸단장을 하고 늘어서 있다. 광주요를 비롯해 이창화, 이천수, 이윤신, 정원섭, 정연택, 이은범 등 한국서 유명한 도예작가들이 현대적으로 해석한 우리 그릇들. 평소 작가들과 친분이 깊은 박경화씨가 특별 주문해 공수해 온 생활도예 작품들이다.
이런 생활도기의 특징은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는 것. 작가가 손으로 빚었기 때문에 공장에서 찍어낸 일률적인 형태가 아니라 접시마다 그릇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 그러다보니 세트로 맞출 필요가 없다는 점이 묘한 매력이다. 여러 그릇을 전체적인 톤과 분위기를 맞춰 적당히 미스 앤 매치하는 그 재미 또한 식탁에마저 남다른 센스를 표현하고 싶은 주부의 귀여운 욕심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한국서는 이런 그릇을 사용하는 중산층 가정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시대니까요. 그릇이 음식 맛의 반 이상을 좌우하지 않습니까? 이제 주방에서 코닝웨어, 본차이나를 없애고 깊이 있는 우리 그릇을 쓰는 가정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윤신의 도예작품. 여성적인 모양과 우아한 색감으로 한국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릇으로 꼽힌다.
박경화 사장은 원래 그릇을 좋아했다고 한다. 결혼하여 살림을 시작하자마자 그릇과의 깊은 사랑에 빠진 그녀는 로젠탈, 베르나르도, 로얄 코펜하겐 등 좋다는 그릇들을 하나둘 사서 모으기 시작해 지금은 상당량의 ‘앤틱 명품 그릇’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그릇을 좋아하고 욕심을 내다보니 예쁜 그릇가게를 해보고 싶은 열망은 당연한 것. 박 사장은 ‘파크 온 식스’가 미주 한인사회에서 품위 있는 주방문화 운동을 일으키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광주요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젊은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들을 발굴해 미국에 소개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파크 온 식스에 전시돼있는 것 중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그릇은 현재 뉴욕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는 이윤신의 작품들. 독특하면서도 은은한 색상과 모양 때문에 한국음식과 외국음식이 모두 잘 어울려 한국에서 주부들이 가장 좋아하는 ‘예술그릇’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정원섭의 뚜껑 있는 ‘온기’ 역시 불에 직접 올려 끓이거나 오븐에서 직화한 후 그대로 서브할 수 있다는 실용성 때문에 요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무공해 흙으로 구운 그릇이라 속에 음식을 넣고 조리하여 담아내면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은은한 색과 선이 한국적이면서도 컨템포한 느낌을 주는 정연택의 ‘합’은 한국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많이 찾는 작품. 식탁에 놓아도 고급스럽지만 딸 시집보낼 때 이바지 음식을 담는 용기로 사용, 정중하고도 품위를 다하여 예를 갖춘다는 것.
이천수의 그릇은 컬렉터스 아이템이다. 무겁고 투박하며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릇인데 그 ‘무심함의 멋’ 때문에 그릇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니아가 된다고 한다.
‘파크 온 식스’에서는 이 작품들을 그대로 커피와 차, 수프와 샌드위치, 디저트 등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사용한다. 도기 외에도 잔이나 그릇을 담아내오는 일인용 나무 트레이가 독특한데, 홍송(붉은 소나무)으로 만든 반듯하고 심플한 트레이는 한국의 서미 갤러리에서 맞춰 공수해온 것으로, 벌써 상당히 많이 팔렸다고 한다.
자, 그럼 가격은 얼마나 될까?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광주요는 컵과 그릇, 접시들이 크기에 따라 10~70달러, 홍송 트레이는 25~55달러. 그리고 작가들의 생활도기는 머그잔과 찻잔이 20달러부터 시작해 이창화 커피잔 50달러, 이은범 티팟 180달러, 정연택 합 250달러, 다양한 모양의 접시들이 100~300달러 선이다. 이 정도면 나만의 특별한 식탁을 차리고 싶은 주부들이 은밀한 소망을 이루기에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아닌가?
그렇다면 결코 싸지 않은 이 작품들의 내구성은 어떨까?
“물론 조심해서 다루지 않으면 깨지기 쉽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좋은 작품이라서인지 다들 조심해서 다루기 때문에 일반 그릇보다 깨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커피샵에서도 작가들의 그릇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방에서 깨는 일이 거의 없어요.”
끝으로 이런 그릇에 담겨 나오는 ‘파크 온 식스’의 음식 맛은 어떨까?
커피와 디저트, 수프, 샐러드, 샌드위치… 모두 다 ‘한인타운 최고’라고 해도 좋다. 타운 내 수많은 커피샵들이 가격은 엄청 비싸면서 너무도 맛없는 커피를 서브하는 데 반해 파크 온 식스에서는 프레시하게 볶아서 직접 블렌딩한 원두를 금방 갈아서 뽑아내는,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한 아침마다 토마토, 버섯, 브라컬리 등을 갈아서 끓여내는 수프가 별미이고, 박 사장이 파인애플과 딸기, 발사믹 비니거와 올리브오일을 직접 블렌딩 해 만드는 샐러드드레싱은 드레싱만 따로 사고 싶다는 고객들이 줄을 이을 정도로 특별하다. 오개닉 곡물빵에 가장 좋은 재료만을 사용하는 샌드위치들도 감동적인 맛.
그릇을 사랑하는 사람이 음식엔들 소홀할 것인가. 한인타운 복판에 있으면서도 고객의 95%는 미국인들이라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긴 해도, 이런 전문 커피샵이 타운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도 그저 고맙고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파크 온 식스’ 주소와 전화번호는 3300 W. 6th St. LA, CA 90020(핑크베리 바로 옆집) (213)382-0909
파크 온 식스의 박경화 사장이 한국서 들여온 생활도예 작품들을 정리하고 있다.
<글·사진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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