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달려가도 몇시간 기다리기 일쑤
‘의학적 응급상황’ 아니면 우선순위 밀려
가능하면 담당 주치의에 먼저 연락 상담을
지난 5월 마틴 루터 킹-하버 병원 응급실에서 심한 복통을 호소했던 여성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이어 최근 사이프러스 거주 40대 한인 김모씨도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하루 만에 사망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병원 응급실 가기가 두렵다고 호소하는 한인들이 많다.
갑작스런 골절이나 출혈, 교통사고, 심장발작 등 응급사태가 발생하면 응급실로 가거나 911을 부를 수밖에 없다. 특히 주말이나 한 밤중에 그런 일을 당하면 주치의에게 바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응급실을 찾게 된다.
하지만 급한 마음에 병원 응급실에 달려가면 ‘잠시 기다리라’는 말만 듣기 십상이다. 1시간 기다리는 일은 아주 양호한 편. 2시간, 4시간 이상 기다리고, 심지어는 12시간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있다.
뇌혈관 질환·심장 질환 등
전조증상 놓치지 말아야
3세 이하 유아 103도 이상 고열과 발작
노인 가슴 통증·호흡곤란땐 서둘러야
얼마전 다친 아이 때문에 응급실에 갔다 왔다는 풀러튼 거주 김모 주부는 “데이케어에서 놀던 아들아이가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피가 이마에서 철철 흐르는 부상을 입어 급히 가까운 응급실에 달려갔지만 3~4시간 만에 다친 부위를 겨우 꿰매고 올 수 있었다”며 “응급실에서도 아이의 이마에서 피는 계속 멈추지 않고, 간호사와 직원들이 한번씩 상처부위를 그야말로 ‘보기만’하는데,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응급실로 뛰어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케네스 김 가정주치의는 “환자인 내가 판단하는 응급 상황인지, 정말 응급실에 갈 정도의 의학적 응급상황인지를 잘 판별해야한다”며 “응급실은 응급상황에 맞춘 보조기관으로 응급 상황만 대처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응급실에 가기 전 먼저 담당 주치의와 전화 연결을 시도해보고 상담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과연 ‘언제’가 ‘응급상황’일까
병원마다 자체적인 선별기준이 있다. 당연히 생명위급에 해당하는 정도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 응급실에서는 목숨을 위협하는 심각한 외상이나 심근경색(heart attack) 등이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병원 판단으로 경미한 정도라 생각되면 순서는 뒤쳐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각 병원 응급실은 의료상 응급(medical emergency) 상황에 맞추어져 있는 곳이다. 증상완화 및 위급 상황을 모면하는 곳일 뿐 병을 바로 고치거나 일반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곳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쉽게 말해 단순히 예약 없이 그냥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자신의 환자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주치의와는 달리 응급실에서 만나는 의사는 환자에 대해 이전 병력이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적어도 환자가 당뇨병 경력이 있는 환자인지, 심장발작을 경험한 환자인지 정도만 알아도 그에 따른 의료행위가 달라진다. 가벼운 증상을 보이거나 위중한 정도를 잘 모를 경우는 주치의에게 먼저 전화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치의에게 전화할 경우 증상에 맞는 최적의 응급 의료기관으로 안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응급실에 가기 전 주치의와 상담 전화를 거치는 것이 좋다. 때에 따라 주치의가 응급실로 연결을 해주면 좀더 상황 대처에 용이할 수도 있으며 응급실 의사에게 부담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병증을 참지 말고 응급실에 가야 함은 물론이다. 갑작스런 가슴통증은 심근경색일 수 있으며 호흡 곤란, 피가 멎지 않거나 심한 출혈, 뇌졸중 증상,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 기절, 음식물에 의한 질식(choking) 등은 ‘응급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 의식을 잃었거나, 머리 부상, 앨러지, 쇼크, 식중독 등도 해당한다. 어린이의 경우 고열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나 경기, 발작 등도 예를 들 수 있다. 3세 이하 유아의 경우 열로 인한 경기나 발작이 일어났을 때, 호흡을 멈추거나 발작이 5분이상 지속되는 경우 또한 화씨 103도 이상 높을 때 등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즉시 병원에 간다.
#‘전조 증상’ 무시하진 말 것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음이 어눌해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발음장애, 불투명해진 시야, 어지럼증 등은 뇌혈관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뇌출혈, 뇌경색,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의 전조로는 갑작스럽게 한쪽 얼굴, 팔, 다리 등에 힘이 빠지고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지고 발음이 꼬이는 증상 등이 있다. 또 평소와는 다른 양상의 두통, 어지럼증도 뇌에 이상이 생겼다는 주요한 징조들이다. 눈을 감고 누워 있는데도 어지럽다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일 때, 한쪽 눈이 흐릿한 증세가 보인다면 뇌졸중의 전조인 경우가 많다.
시급한 응급처치를 요하는 심장질환도 발병하기에 앞서 전조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장질환으로 환자가 쓰러지기 최소 5분에서 약 1시간까지 가슴통증, 숨이 차는 등 호흡곤란, 구토 및 현기증 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대부분 노인층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을 단순히 피곤한 증상으로 여기거나 나이가 든 데 따른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타운 내 한 전문의는 “심근경색의 경우 늦어도 1시간, 급성 뇌졸중은 3시간, 교통사고처럼 여러 곳을 다친 다발성 외상 역시 바로 신속히 치료 받아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가지 응급상황 시 대처방법
*가슴통증이 올 때
급성 심근경색일 수 있다. 심장발작이라고 결코 나이든 노인만 발병하지 않는다. 17세 청소년에게도 갑작스런 심근경색이 일어날 수 있다. 호흡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같은 경우에는 CPR(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CPR은 갑작스런 심장마비, 뇌졸중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발생할 경우, 가장 적절하게 할 수 있는 응급처치다. CPR훈련을 받지 않아 실시하기가 두려울 때는 환자의 얼굴을 바로하고, 기도가 막히지 않게 혀를 살피고, 가슴을 압박하도록 한다. 또한 환자의 허리띠를 풀어주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올려준다.
*질식(Choking)
얼굴이 붉어지고,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듯 보이면 하임리크 구명법을 실시한다. 하임리크 구명법은 이물질이 목에 걸린 환자를 뒤에서 안고 가슴뼈 밑을 세게 밀어올려 토하게 하는 방법이다. 어린이가 사탕을 먹다가 목에 걸려 질식사하거나, 성인도 찹쌀떡 같은 것에 목이 막혀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하임리크 구명법으로 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우선 환자에게 말을 시켜보는데, 환자가 말을 할 수 있거나, 기침을 계속하며 숨을 계속 쉴 수 있다면 옆에서 조용히 지켜본다. 하지만 환자가 말을 하지 못하거나, 숨을 쉬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한 팔을 어깨 안쪽으로 넣어 꼭 붙들고 다른 손바닥으로 양 어깻죽지 가운데를 힘껏 4번 내리친다. 대개 이 조치로 목구멍에 걸린 것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하임리크 요법을 실시한다고 오히려 환자의 등을 세게 두드려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음식이 다시 기관지를 막을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한다.
*출혈
피가 난다고 바로 사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신장 투석을 하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멈추지 않는 출혈은 위험할 수는 있다. 코피가 자주 나거나 하는 것은 고혈압환자에게는 뇌출혈 등을 의심할 수 있는 하나의 전조 증상이 될 수도 있다.
*발작
발작의 증상도 매우 다양하다. 발작 시에는 주변에 날카로운 물건을 두지 않도록 주의한다. 발작으로 인한 2차적 부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동공이나 눈꺼풀이 풀려 있고, 손발·안면 등의 경련적 동작 등 증상은 대개 심한 열이 나는 어린이에게서 나타나기 쉽다.
CPR(심폐소생술) 시행방법
CPR은 먼저 ABC(airway, breathing, circulation ) 체크가 우선이다.
기도 확보를 우선하고, 인공호흡, 가슴 압박을 실시한다.
-스텝 1: 먼저 환자를 평평한 곳에 반듯이 눕힌 후에 환자의 의식상황을 체크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으면 한 손으로는 이마를 밀어 목을 젖힌 후, 다른 손으로 턱을 들어 올리면 기도가 열린다.
-스텝 2: 5~10초간 환자의 얼굴과 가슴을 관찰해 호흡을 하지 않으면 바로 인공호흡에 들어간다. 한쪽 손으로 환자의 입을 열고, 다른 손으로 환자의 코를 막는다.
자신이 숨을 들이쉰 후 환자의 입에 대고 1초 정도 숨을 불어넣는다. 이때 환자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확인한다. 이후 입을 Ep고 코를 놓아 공기가 배출되도록 한다. 인공호흡을 2번을 실시한 후 즉시 가슴압박을 한다.
-스텝 3: 가슴압박을 실시한다. 가슴의 정 중앙에서 약간 아래부분을 압박하는데, 양쪽 젖꼭지 사이 갈비뼈가 만나는 지점에 한 손바닥을 올려놓고, 그 위에 다른 손을 겹쳐 손가락이 갈비뼈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며 가슴을 누른다.
성인은 가슴이 1.5~2인치 눌릴 정도의 강도로 압박하며, 소아는 한 손으로 1/3~1/2 정도만 누른다. 압박 시에는 팔을 곧게 펴고 체중을 실어 눌러야 한다. 압박속도는 3초당 5회, 1분당 100회 정도가 적당하다. ‘하나’, ‘둘’, ‘셋’ 하고 세어가며 30회를 압박한 후 2회의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은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 실시하며 환자가 의식과 호흡을 찾을 경우 옆으로 눕혀 기도가 막히는 것을 예방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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