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노력한 만큼 결과 주는 나라
학비 걱정보다 공부 열망 우선돼야
나성영락교회가 Fairfax에 있을 시절에 교회를 담임하시던 고 김계용 목사님은 남북이 분단된 후, 부인과 생이별을 하시고 평생 “수절”을 하시며 독신으로 사신 것으로 유명하신 분이다.
그 목사님이 이북에 계신 부인을 만나시려고 북한을 방문하시기 전에 왜 이북에 계신 부인과는 합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고 또 부인께서는 이미 재혼을 하셨는지도 모르는데도 아직도 독신으로 계시는 것인지, 이런 경우에도 재혼을 하는 것이 성경적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그 분께 사유를 여쭈어 본 적이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이 질문을 들으시고 아주 흔쾌하게 대답을 해주셨는데, 그 답인즉 본인이 재혼을 안하는 것은 신앙적인 이유라기보다는 개인적인 것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주위사람들이 독신으로 계신 신앙이 좋으신 분들을 소개해주신 적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가난한 신학교시절에 추운 겨울에도 얼음물을 깨고 자기 양말을 빨아주던 부인의 모습이 잊히지가 않아서 재혼을 할 수 없었다고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인은 이미 재혼을 하신 상태였었지만, 목사님은 가난하게 신학을 공부하시느라 모진 고생을 하셨고 사모님이 그 것의 가장 큰 희생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생활은 이와는 크게 대조적이다. 옛날에 유학을 오신 대선배님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공부를 하시느라고 고생도 많이 하셨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지만, 우리의 이민사도 이제는 유서가 깊어져서 영주권이나 시민권들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졌고, 또 한국의 경제규모도 이제는 세계에서 13위가 되는 위상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신세대사람들은 옛날 접시 닦으면서 공부하던 얘기를 하면 전혀 무슨 얘기인지 못 알아듣는 분들이 많게 되었다. 더군다나 미국은 교육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 많이 달라서 제도적으로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기회를 부여해서 경제적 사정 때문에 공부 못하는 일은 없도록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고 김계용 목사님의 사모님이 당하셨던 그런 노고는 염려를 안 해도 되게 되어 있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본인이 정말로 공부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긴 하지만은.
그 재미있는 예로 학창시절 한국인 2.5세와 룸메이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부친이 사업을 하고 계셨던 관계로 학비가 모두 본인 부담이었던 필자는 오히려 주 20시간 씩 일을 하면서 공부한 적이 많았는데, 아버지가 정신질환으로 일을 못하던 룸메이트는 전액을 장학금의 혜택을 받아서 4년 동안 한 번도 아무 일을 안하고도 쭉 기숙사에서 해주는 밥을 먹고 편하게 졸업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미국에서는 본인이 공부가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고생을 안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사정뿐만이 아니라 공부를 그렇게 남다르게 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주어져 있다. 매년 최소한 4,5만 달러의 학비가 필요한 사립대학이 있는가 하면, 3, 4만 달러가 소요되는 주립대학들도 있고, 또 그 밑으로는 대개 집에서 일해가면서 공부할 수 있는 주립 칼리지가 있어서, 주민이면 수입이 적어도 거의 학비를 들이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칼리포니아의 경우 대규모 연구기관도 딸려있고 전 세계에 산재한 분교까지 가지고 있는 주립대학이 한인이 총장인 메세드 캠퍼스까지 10군데가 있고, 2007년 현재 20만9,000명의 학생이 17만명의 교수진의 지도를 받고 있으며, 별도로 캘스테이트(CSU) 이라는 이름 안에 23개의 캠퍼스가 있어서 41만7,000명이 학생이 4만6,000명의 교수진의 지도아래 교육을 받고 있다.
각 동네마다 수없이 산재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와 주니어 칼리지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치 많아서 각자 마음만 있다면 제 형편과 수준에 맞추어서 얼마든지 공부를 할 수 있다고 가히 말할 수 있다.
2년제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면 대개의 주립대학은 3학년 편입생을 대규모로 받아 주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일부러 4년제 대학으로 출발하지 않고 2년간 집에서 가사를 도우며 공부를 하다가 3학년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편입하는 것도 쉽게 볼 수가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대학을 안 가는 것은 순수하게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학을 말하는 것이고, 대학원은 그 예전부터 돈을 받아가면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옛날 한국국적의 유학생들도 비싼 외국인학비를 내가면서도 일단 대학원에 들어가면 대개 조교나 연구원의 직분을 받고 또 저렴한 원생 아파트를 제공받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온가족이 함께 생활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이 공부하는 것을 보았다. 거기다가 대학원생이면 한국에서도 장학생들을 국비로 지원을 하는 경우도 늘어서 학생하면 한 켤레밖에 없는 양말을 매일 밤 빨아가면서 공부를 해야 했던 시절은 아주 먼 옛날만의 얘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외에 꼭 대학이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학력으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쳐주는 직업학교를 갈 수가 있는데, 이것도 많은 보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처음 이민 온 분들에게 영어나 간단한 사무업무를 배우고 학원 나가는 시간은 수당을 받고 일정과정이 끝나면 직장도 알선을 받아서 그 사람들을 고용하는 업체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게 해주는 제도도 있었다.
생활영어나 사무기술 뿐이 아니라 보조간호원으로 일하기를 원한다면 학원의 학비의대부분을 보조받을 수도 있다. 영어가 부족해서 대학을 못 간다면 꼭 비싼 사설학원을 가지 않아도 근처 성인학교 (adult school)에서 무료로 영어교습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이미 경험하신 일일 것이다. 다음 주에는 이어서 우리 자녀들의 대학학비를 어떻게 조달할 수 있나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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