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철썩~ 영감을 일깨우고…
제20회 해변문학제가 지난달 28일 마리나 스테이트 비치 팍의 포포인츠 벤추라 하버타운 호텔에서 100여명의 문인 및 문학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됐다. 미주크리스찬문인협회(회장 김영중)와 재미시인협회(회장 문금숙),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조만연)가 공동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한 이 문학제에는 한국의 중진작가들인 김종철 시인(문학수첩 발행인), 평론가 장경렬 교수(서울대 영문과), 수필가 유한근 교수(한성디지털대 문창과), 소설가 채길순 교수(명지대 문창과)가 초청돼 수준 높은 강의로 해외문우들의 갈증을 채워주었다. 이날 발표된 강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다.
김종철 시인 등 한국 중진작가 열강에
미주 문우들 끝없는‘문학 갈증’ 해소
김종철 시인은 ‘한국 현대시에서 구현된 바다의 이미지’를 주제로 강의했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로부터 일제시대 1930년대 서정주의 ‘바다’와 정지용의 ‘바다’를 거쳐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김남조의 ‘겨울바다’, 90년대 이후 장석남의 ‘바다는 매번 너무 젊어서’ 등 바다를 그린 우리 시문학의 역사를 돌아보고 “바다를 바라만 보는 시선을 유지해온 점”을 유감으로 지적하면서 “바다가 감상과 상징의 수위에서 형상화되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체험하고 자기화하여 인간다운 가치관을 형성하여 문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경렬 교수는 ‘한국문학의 세계화, 그 가능성을 찾아서’란 제목의 강의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의 시조 형식에 맞추어 시조를 창작하고 시집을 발간한 예를 들며 시조는 이미 한국을 벗어나 북미지역에서 자생적인 활동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특히 캐나다 시인 엘리자베스 세인트 자크가 95년 출간한 영어시조집 ‘빛의 나무 주변에서’(Around the Tree of Light, 부제 A Collection of Korean Sijo)를 예로 들고 이 외에도 북미지역의 많은 문예잡지나 웹사이트를 통해 영어 시조시인들이 탄생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체계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 번역, 시조의 이론과 학문 소개, 시조운동을 벌이는 외국인들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유한근 교수는 ‘수필 창작의 힘’이란 제목의 강의에서 수필의 ‘문학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흔히 “수필도 문학이냐”는 일부 한국문단의 견해에 관해 “수필가는 단순한 사실의 기록자가 아니고 수필도 상상력의 산물이기 때문에 수필가는 창조적 예술가”라고 지적했다. 수필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필 정신’ 혹은 ‘수필가 의식’이라고 화두를 던진 유교수는 문학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주에서의 자유로운 생각, 자유로운 형식, 자유로운 소재 선택의 ‘자유정신’이 바로 ‘수필정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길순 교수는 ‘삶과 소설 창작의 과정’ 강의에서 꼭 소설이 아니라도 글 쓰는 이 모두가 새겨들으면 좋을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그 중에서도 ‘소설 창작에 자신감을 키우는 18가지 계명’은 문인들이 두고두고 창작의 지침으로 삼으면 좋을 내용이라 여겨져 전문을 소개한다.
1) 같은 낱말 같은 문장이라도 놓인 위치에 따라 빛나는 법이니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2)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남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라. 3) 늘 독자의 입장에 서서 글을 짧게 써라. 별로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면서 길어지면 흥미가 떨어진다. 4) 신선한 이야깃감이 뭘까 늘 궁리하라. 흔하고 묵은 이야기는 감동을 주지 못한다. 5) 한번 쓴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라. 읽는 이를 지루하게 한다. 6) 슬픈 노래가 듣기 좋은 때도 있지만 너무 징징대지 마라. 청승맞은 팔자타령도 때로는 독자를 외면하게 만든다. 7) 남의 좋은 글을 보고 왜 좋은 글인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흉내 내라. 8)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하라.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더 실감난다. 9) 이야기를 조리있게 전개하라. 횡설수설, 중언부언하지 마라. 10) 재미있게 써라. 사람들이 돈 주고 책을 사는 이유는 재미를 얻기 위해서이다. 11) 남의 잘못된 표현도 기억해 두어라. 그래야 내 글에서도 그런 잘못된 표현을 피할 수 있다. 12) 현실의 모든 사안에 대해 늘 악(惡)의 방향으로 상상하는 버릇을 가져라. 그래야 문제를 찾을 수 있고, 또한 상상의 폭도 넓고 깊어진다. 13) 알맞은 표현을 위해서라면 수없이 고쳐 써라. 퇴고 과정은 글을 더욱 아름답고 깊이 있게 만들어간다. 14) 모든 독자가 이해할 만한 수준의 글을 써라. 글은 결코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수단이 아니다. 15)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써라. 손끝 재주만으로는 독자에게 진솔한 감동을 줄 수 없다. 16) 자신의 글에 대한 교만과 거만한 자세는 스스로를 깊은 함정에 빠뜨린다. 자신의 재주가 무디다고 겸손한 자세를 지니면 도리어 글이 좋아진다. 17) 글쓰는 방법을 항상 배워라. 대개 글 쓰는 법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왕도가 없다는 뜻일 뿐, 그래도 소설 창작방법은 있다. 18) 남의 좋은 글을 많이 읽어라. 결국 내 글을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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