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음악이 북한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빵이 된다면…”
2세 피아니스트 루퍼스 최
7일 LA한인침례교회서 열어
국제콩쿠르 다수 우승 정상급 실력
“나누지 않는 것은 음악이 아니죠”
“영양 실조에 걸린 파리한 모습의 북한 어린이들을 TV에서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가 구입하는 음악회 티켓 한 장(어른 50달러)이 죽어가는 이들 중 하나를 1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사랑을 위해 마음을 모으는 자리에 부디 많이 참석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11일 LA한인침례교회에서 자선 독주회를 갖는 피아니스트 루퍼스 최씨. <이승관 기자>
누구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다는 주목받는 피아니스트 루퍼스 최(30)씨. 세계 최고 수준의 상금을 걸고 지난 6월 UCLA에서 열린 ‘호세 이투르비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당당히 1등과 인기상을 차지했던 한인 2세다.
LA에서 태어났지만 뿌리가 겪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잘 아는 최씨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북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주최로 오는 11일 오후 7시 LA한인침례교회에서 열리는 사랑의 음악회를 통해서다.
국제 콩쿠르에서 수 차례 우승,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그가 앞으로 수 년간 연주 스케줄이 잡혀 있는 바쁜 시간을 쪼개 이번 독주 무대를 갖게 된 것은 기윤실 유용석 공동대표로부터 받은 권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오랜 집안 친구여서 제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유 장로님으로부터 이 단체가 북한에서 운영하는 빵공장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뜻 응했습니다. 음악은 나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국에서 거의 모든 것을 누리며 사는 반면, 그들은 기본적인 생존마저 어렵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씨는 북한 동포의 고통의 일면을 직접 목격한 경험이 있다. 90년대 초반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다. 당시 북한에서 온 2명의 참가자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거의 완벽한 테크닉에서 불구하고 1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셨다.
“독창성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어요. 하늘이 검은 색이라고 하면 그대로 믿어야만 할 정도로 개인의 모든 것이 통제당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열정과 감동이 묻어나는 연주 능력을 기르기란 어려운 일이겠지요.”
이같은 경험 때문에 그에게는 인생의 정점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북한에서 연주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돕는 데 내 음악이 쓰일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아무리 이곳 태생이라도 백인들은 저를 한국인으로 인식합니다. 때문에 언젠가 제가 받은 것을 조국에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간직하고 살지요.”
“나누지 않는 것은 음악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그는 이번 독주회 장소도 일부러 전문 콘서트홀이 아닌 교회로 정했다. 뮤지션으로는 리스크가 있지만 행사 비용을 최소화해야 더 많은 수익금을 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A한인침례교회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 태어나 13세 때까지 자라며 침례를 받은 곳이고, 성경에 나오는 ‘구레네 시몬의 아들 루포’의 영어식 표기인 ‘루퍼스’(Rufus)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이 교회 담임이었던 김동명 목사다.
이번 음악회를 위해 다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있다는 최씨는 6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 줄리아드 음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하노버 음대에서 최고 음악과정을 마쳤다. 콘스탄틴 시루니언, 옥사나 야블론스카야, 블레디미어 크라이네이프 등을 사사했으며, 야마하를 대표하는 세계 80여 전속 피아니스트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링컨센터와 카네기홀을 비롯, 한국, 독일,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 영국, 프랑스, 대만, 스페인, 스위스 등에서 연주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첫 상업용 음반 녹음작업에 곧 들어갈 예정이다.
작년에 후배를 통해 만난 최지윤씨와 결혼한 그는 자녀를 많이 둬 ‘빅 패밀리’를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꿈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 등 온 가족이 모여 한국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기던 어린 시절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아이는 7명 정도면 좋겠지만 4~5명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최씨는 “피아노는 하나님 앞에 나 자신을 바치는 제단(altar)”이라며 “이번 연주를 위해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한다.
■공연 메모
일시: 2007년 8월11일(토) 오후7시
장소: LA한인침례교회 (975 S. Berendo St., LA)
레퍼터리: 바하-부조니의 코랄 프렐루드 4곡,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슈만-리스트의 헌정,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2번 등
티켓: 어른 50달러, 대학생 이하 20달러
문의: (213)387-1207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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