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신문지상에 이민가정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준 ‘서 씨네 집’ 기사가 났었다. 살인죄로 8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33살의 앤드류 서. 사진에 나온 그 선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다 못해 저려온다.
하이스쿨 때 학생회장을 지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쾌활한 성격의 청년, 칼리지 풀 스칼라십을 받고 있던 장학생. 이렇게 건전하고 앞날이 창창했던 청년의 길을 망친 것이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친누나라고 하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욱 그 누나는 어머니의 생명보험금을 노려 동거하던 남자친구에게 살인교사를 했고, 살을 맞대고 살던 그 남자의 25만 달러 생명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19살의 동생에게 그 남자 머리에 두 발의 총을 쏘아 살인자로 만들었다니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나 의문이 들게 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동생 재판을 기다리다 재판 이틀 전 혼자 도망, 수배된 지 수개월 만에 새로 사귄 남자친구와 하와이에서 살고 있다가 연행돼 왔다니. 지금은 감방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살고 있음은 당연지사라고 여겨진다.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괴물은 무슨 생각을 하며 나날을 지내고 있을까. 반성 없는, 또는 반성 않는 괴물이어서 또 어떤 방법으로 돈을 챙길까 교묘한 방법만을 연구하고 있을까. 이 사회의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돈을 노려 어머니를 교사 살해하고 동생을 살인자로 만들고 함께 살던 남자친구를 살해하고 아무 감정 없이 또 다른 남자를 유혹하여 희희낙락 즐기며 살게 했는지.
반만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백의민족 특유의 정은 눈곱만큼도 없고 살인을 예사로 하는 머리도 가슴도 없는 본능과 허영심뿐인 괴물. 사회생활에 대한 기초지식도 적응력도 전무(全無).
법이 무엇인지 사회질서가 무엇인지에는 전혀 무관심, 가족사랑도 없고 공동체 사명이 어떤 것인지, 도덕성의 결여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해(大海)에 던져져 표류하는 구멍 뚫린 대나무 잎처럼 본능만으로 사회 밑바닥을 맴돌던 여자.
적어도 생명을 가진 성장한 인간이라면 공존 삶의 틀에서 국가는 물론이고 소단위인 개인에게도 어떤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 과정에는 좌절과 실망, 실패에 대한 재도전의 용기, 끊임없이 성실하게 노력하는 집념에 대한 능동적 태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인내하며 희생하는 강한 의지만이 성공이라는 열매를 갖게 된다는 것을.
무엇이 그 여자로 하여금 용서받지 못할 괴물이 되게 하였는가. 환경이 나빠서? 교육비가 없어서? 육체의 병 또는 정신 질환? 나는 다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회적 계급, 어느 도시와 시골에서도 기본적인 생활환경이 돼 있는 이 나라다.
교육?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길이 열린다고, 연령에 상관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나라. 그렇다면 병이 있어서? 더 더욱 아니다. 병이란 발생하는 신체 부위에 따라 특유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면 정신질환?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보험금을 노려 살인을 교사하는 조직적인 판단능력이 없다. 남자의 허욕은 집안을 망치지만, 여성의 허영심은 참으로 무서운 범죄, 악행의 온상이 된다.
앤드류 서. 밝은 세상에 있었으면 좋은 일을 했을 것 같은 그 눈빛. 열한 살 때 아버지를 암으로 여의고 열세 살에 사랑하고 의지했던 어머니가 무참히 살해당하고…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인 누나. 어머니를 살해한 자를 복수해야 한다는 한마디에 육친의 정에 집착, 앞뒤 판단 없이 살인을 저지르게 했다. 대학생의 판단의 오류가 순간적인 행위를 자제하지 못한 결과이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세대의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이 주축을 이뤄 인류의 방향을 끌고 가고 있다. 인류는 공존의 사회이다. 자신을 사랑하듯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의지가 강한 사람들이 분모가 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가운데, 해이해지고 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철학이 있고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시(詩)가 있고 그림이 있고 음악이 있다.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자손들에게 어떤 유산을 상속시키고 무엇으로 공헌하나 생각해야 할 네오(Neo) 쿼바디스의 커다란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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