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신참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실현이 이전 세대들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는 어느 자선 재단의 보고서 (본지 7월28일자)는 요즘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비단,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젊은 세대들 또한 그들의 부모 세대와 비교할 때 경제적 기회는 그리 좋지 않다.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임시직에 몸 담고 있으며 고용불안정의 상태에서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또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5백만의 거주민이 상승하는 주택가격 등의 이유로 할 수 없이 타주로 이주하여 살고 있는데 이러한 높은 이주율은 뉴욕 주민에 이어 미국 내에서 두번째로 큰 대규모의 이동(domestic diaspora)이다. 캘리포니아의 이미지를 반영한 “Californicate”란 단어는 폭등한 부동산 가격(inflated property prices), 무질서한 도시화, 교통 체증, 만연하는 범죄(rampant crime)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미국은 현재 군사, 경제, 과학, 학문 등에서 단연코 세계 최고의 초강대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넘쳐나는 물자와 자원, 광활하고 잘 보존된 자연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국을 아름다운 지상낙원의 국가로 비쳐지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러한 겉으로 드러나는 풍요로움을 동경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위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유입되고 있으며 그 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아메리칸 드림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은 꿈을 먹고 산다. 하지만 그 꿈이 갖는 본질적 의미의 실천에 따라 우리들의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오늘날 미국 건설의 추진력이며 정신적인 근원이었다. 많은 미국의 선각자적인 지식인들이 이러한 아메리칸 드림의 이데올로기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를 비판적 시각으로 해체했으며 작가들은 예술적 차원에서 이를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들의 이해에 초연했던 전위적이며 천재적인 작가 포우(Poe)는 여러 작품들을 통해 이미 19세기에 목가적인 삶의 방식을 포기한 미국의 꿈이 어떻게 악몽으로 변해가는가를 그의 작품 속에서 매우 사적이고 탐미적으로 탐구한다.
같은 19세기를 살았던 가아런드(Garland) 역시 미국의 꿈의 본질에 대하여 대단히 회의적이다. 그는 미국의 물질주의적 사고가 개인의 자유를 황폐화시켰다고 단언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한 사람의 생존은 다른 사람의 생존을 빼앗아 온 것과 같고 모든 성공은 다른 사람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잘라 말했다 (In the world of business, the life of another man seems to be drawn from the life of another man, each success springs from others’ failures.). 그의 말처럼 오늘날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에 바탕을 둔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해 오직 경쟁과 실적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의 부작용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드라이저(Dreiser)의 ‘아메리카의 비극(An American Tragedy)’은 실화를 바탕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을 형상화시킨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상류사회의 진출이 무산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자신의 가난한 연인을 호수로 유인해 보트 위에서 테니스 라켓으로 때려 익사시키고 사형에 처해지는 비극적 결말에 이른다. 또다른 잘 알려진 피체랄드(Fitzgerald)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역시 돈으로 사랑과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미국적인 신념을 매우 감각적인 언어로 반영한다. 결국, 개츠비 또한 그의 물질만능의 세계를 환상적인 이상의 세계로 변화시키려 노력하지만 그의 세계는 잿빛의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물질적인 번화함에 더해지는 정신과 철학의 빈곤, 내적인 무기력을 은폐한 외적인 활력, 화려한 모임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교감이 없는 내적 공허함, 바로 이것이 피체랄드가 그리고자 하는 미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었다.
이들의 메시지는 결국 물질중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회에서 황폐해지는 인간성의 타락과 좌절, 물질적 패배와 소외, 그로 인한 비극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고전들이 오늘날 미국 사회의 불행을 묵시론적으로 예언했다. 그들이 폭로한 어두운 이면은 오늘날에도 우리들 일상의 무감각 속에서 뉴스 매체의 단골 소재로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다. 세계는 점점 미국을 닮아가며 닮아가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미국사회의 빛과 어둠의 양면을 바라보는 심미안이 필요하다. 소외 세계화의 시대에 전세계의 문화에서 감지되는 사회적 불평등의 가속화,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 언어의 파괴와 이에 따른 영혼의 동반자살. 문화의 저급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절이나 배려의 결여는 버어만(Berman)의 지적대로 문명 몰락시에 나타나는 뚜렷한 징후들이다. 인간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산다.
꿈은 우리들 욕망의 무의식적인 표출이다. 현재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종류의 세상인가?
jdlc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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