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서울관전 칼럼
아프칸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한 한국 봉사단 납치가 언론에 첫 보도된 이후 서울은 천근 만근만큼이나 무거운 분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질이 곧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갑짜기 터진 봉사단 인솔 목사의 살해 소식이 전(傳)해 지면서 급변한 서울 시민들은 잠시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더욱 목사가 자기 생일날 피살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외국에 사는 동포들과는 달리 서울 시민들은 매우 강한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일부 시민들은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은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야 마땅하며 물리적인 대응책도 마련 되어야 한다”는 강경론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한국봉사단 납치 인질 사건은 초기에 해결될 듯한 양상에서 크게 후퇴하여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아프칸 정부와 탈레반 무장세력 사이의 협상이 인질과 포로 맞교환 요구로 가닥이 잡히면서 석방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프칸 정부는 지난번 이탈리아 기자와 탈레반 포로 맞교환 후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나토연합군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인질과 포로 맞교환 석방은 처음부터 소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테러 관련 전문가들은 양측이 실패와 반전의 협상을 거듭 되면서 인질들의 몸값과 관련 돈 거래가 있은 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안전한 탈출을 보장하는 선에서 인질극이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가 인질사건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을 보고 있으며, 보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언론이나 피납 가족들이 정부에 조급한 해결책을 요구하기 보다 차분히 인내심을 갖고 정부 당국자에게 신뢰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 한다.
결국 돈과 시간의 지루하고 지친 싸움으로 결말이 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사건의 결론과 관계없이 이번 봉사단 납치 사건은 앞으로 개신교의 봉사활동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며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 된다.
그 동안 교회 등 신앙기관에 의한 해외 봉사활동은 국내 다른 선교나 전도 활동에 비해 인기가 매우 높았다. 그 이유는 봉사를 하면서 여행도 하는 두 가지 요구를 충족 시키기 때문에 젊은이들로 부터 좋은 호응을 받았고 또한 모험심을 경험하는 기회로 희망자가 대단히 많았다.
특히 저 출산으로 자녀 숫자가 적어지면서 각 가정마다 자녀들에게 교육적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왔기 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세계 오지에 까지 단기간 봉사 활동을 해왔다. 특히 한국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는 정부를 대신해서 외교 활동을 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부심도 컸다. 한국 사람이 세계 각지에 없는 곳이 없다는 말도 이때부터 나왔다. 여름 방학기간에 대부분 봉사 활동이 경쟁적으로 집중돼 숙소 무단 이탈 등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낳기도 했다. 이번 사건 직후 이미 개신교 몇몇 교단에서는 해외 봉사활동에 관련된 부작용과 정부기관의 지도에 불응한 과오를 인정하고 회개운동을 전개할 뜻을 표(表)했으며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많은 교회의 호응도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반 기독교 사람이나 단체에서는 이번 기회에 과열된 기독교 선교 해외봉사 활동 자체를 접(接)으라고 강력히 요구 하고 나섰다. 언론의 보도처럼 해외 봉사활동의 안전 수칙도, 예비 훈련도 전혀 없는 묻지마 식(式) 봉사활동으로 자신의 고통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크게 추락 시켰다는 공격성 비난이 크게 늘고 있다.
일부 정부 당국자는 아프리카나 모슬렘 등 위험국가를 제외한 안전한 국가에 한하여 봉사활동을 하도록 법적으로 강력히 제한해야 한다는 다양한 의견도 제시 했다. 위험국가와 미개발 지역을 모두 제외한다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곳은 봉사와 선교를 처음 수출한 선진 미주 대륙과 유럽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봉사와 선교의 필요성과 목적이 상실 돼 봉사활동 자체를 포기 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아프칸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한 한국 봉사단 인질 사건이 피할 수 없는 사건만으로 생각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부담을 온 국민에게 떠 넘겼다. 많은 서울 시민들은 특정한 가이드 라인도 없이 일부 선교단체들에 의한 모슬렘 등 이교도 개종 선교 봉사활동이 앞으로도 지속 되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필자는 해외 위험지역 봉사활동을 법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금지 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종교활동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의 플러스 마이너스가 아닌 영적 사회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대형교회나 선교단체가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과열 해외 선교활동은 반드시 재검토 되어야 하며 안전한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또는 제3의 납치사건이 또다시 발생 할 수 있다. 납치 사건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가장 큰 문제 점은 교회간의 극심한 해외 선교 경쟁을 완화 시키는 대안이 있겠냐는 점이다. 개신교 발전에 가장 근본적인 동력(動力)을 제공한 교회 간 경쟁심을 자제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 동안 모슬렘 국가에 몇 명의 선교사를 보냈느냐에 따라 교회의 어깨에 붙인 별이 몇 개냐는 식의 끝이 안보이는 과열 교세 경쟁은 멈추어야 한다. 결국 대형 교회들 사이에 벌어진 교만한 선교 경쟁 때문에 예배 등 본연의 임무가 퇴색되고, 위험지역 대비 안전교육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지원자라는 이유만으로 선교사와 봉사자들을 무책임하게 사지(死地)로 내몬 결과를 낳게 했다. 이번 사건으로 소속 교단이나 선교 단체의 위험지역 활동이 주춤 하겠지만 과도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해외봉사는 계속 발전 시켜야 한다. 아프칸 봉사단 납치사건으로 사랑의 손길마저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위험지역의 어려운 주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한 봉사활동의 불길은 되살려야 할 것이다.
무장세력에 의해 살해된 목사와 같은 순교자가 한국 기독교를 몸으로 지키는 한 봉사활동의 불길을 끌 수는 없을 것이다.
하루 빨리 한국 국민의 간절한 소망처럼 고통 받는 22명의 인질들이 건강하게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 오기를 기원한다.
(서울에서 김동열 dyk47@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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