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아 나설 때 조언도 골라 들어야
동부 체스피크 만에서는 ‘blue crab’을 잡기위해서 ‘crab pot’이라는 철사 망을 사용한다. 위로 구멍이 난 이 망을 바다 속에 담가 놓으면 망 속으로 게가 헤엄쳐 들어가는데 일단 한마리가 들어가면 다른 게들도 따라서 들어간다. 망에 들어 간 게 중에서 한 마리가 그 속에 있어봐야 별다른 재미도 없어서 나가겠다고 입구 쪽으로 헤엄을 쳐 가면 다른 게들이 못나가게 막는다. 그래도 나가겠다고 우기면 여러 마리가 달려들어 이 한 마리를 구타하기 시작한다. 방향타를 집게로 물어뜯고 눈을 찌르고 결국 그 게는 그물망을 나가지 못하고 만다.
40대 중반의 남자 분께서 전화를 해 오셨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 온 지 15년이 되었는데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아직 내세울만한 반듯한 직업이 없다고 했다. 이러다 잘못하면 “정부신세 지면서 말년을 보내지 않을까?” 걱정을 하셨다. 장사를 비롯해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생각은 늘 다른 데 있었고 돌아보면 지난날이 후회된다고 했다.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요?” “변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변호사 되는 일이 무슨 죄악이라도 되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하셨는데요?” 로스쿨이 “나 같은 사람 가는 곳이 아닌 줄 알았지요.” “어떤 사람들이 가는데요?” “영어 잘하고 똑똑하고 말 잘하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가는 데”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런 사람들은 놀고먹지 왜 고생스럽게 공부를 합니까?” 필자는 농담조로 말했다. 10년 전에 정말 갈려고 마음을 먹고 학교 몇 군데 가서 입학원서를 받아 왔다고 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에이, 변호사 아무나 하나?” 기를 콱 꺾어 놓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주변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에, 또 아내의 회의적인 시각에 그만 꿈을 접었다고 했다. 그 주변사람들이 법대교수나 변호사들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변호사 아무나 하는지 아닌지, 법대생들의 자격이나 성향을 어떻게 압니까?” 물론 필자는 이 분을 추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할 때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만 의존해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지금 무엇이 가장 후회 되는데요?” 그때 법대 가지 않은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그럼 지금 가십시오.” “이제는 너무 늦었지 않습니까?”
사실 앞으로 3년은 이래도 저래도 지나가게 되어있다. 그 3년 동안 로스쿨을 졸업하는 일은 물론 가능하다. 그리고 1년 정도 준비하면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비록 공부 스트레스로 위산역류와 같은 소화기장애도 발생할 수 있고 체중도 상당히 줄어서 몰골이 말이 아니다는 소리도 듣게 되고 또 젊은 학생들에 비해 기억력과 인지적 순발력이 좀 뒤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필연적으로 치러야 하는 대가이며 지엽적인 문제들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분명한 계획, 본인의 의지, 그리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실천력이다. 50대, 60대가 되어서 그때도 정부신세 지는 노년을 걱정하고 있을 것인지, 4, 5년 투자하여서 앞으로 20여년은 자신의 분명한 전공을 지니고 활동적으로 살 것인지는 본인 선택이라는 말로 그 대화를 끝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이에 내 꿈을 찾아 나서보면 가족, 친지, 친구, 그리고 주변사람들이 매우 어려운 장애물로 등장한다. 이들은 떠나지 말고 함께 있자고 발목을 붙잡는다. 마치 내 앞날을 진심으로 염려해 주듯이 그런 힘든 거 하지 말라고 말린다.
또 그물망 속의 게들처럼 집단으로 나서서 기를 꺾는 린치를 가하기도 한다. “당신은 안 된다,” “너는 못한다,” “우리 하고 같은 물에서 놀자.” 그렇게 해서 남은 게들은 결국 어부에게 건져져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내 꿈을 찾아 나설 때 그물 망 속의 게들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꿈을 이미 이룬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유심히 관찰 할 필요가 있다.
rksohn@yahoo.com
(213)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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