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 통해 깨닫는 진리
감사 수긍하는 생명의 신비
요즘은 여름의 한 중간으로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 콩국수, 동치미 국수, 냉면 등등 국수라면 무엇이든지 맛이 절정인 계절이다. 따라서 전주에는 뼈랑 고기랑 꺼내가지고 며칠째 생각 날 때마다 몇 냄비를 고아서 이제는 온 식구가 한자리에 앉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냉면용 육수를 잔뜩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이제 잘 익은 동치미 국물만 구하면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지는 기가 막힌 여름별식을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더울 때는 잠을 이루기가 힘든 어려움도 있지만 더운 태양에는 밭에서 야채가 잘 자라고 과일도 맛이 있게 되는 혜택이 있어서, 며칠 전 감옥 선교에 항상 동참해주시는 한 장로님이 깻잎이 너무나 잘 자란다고 마켓 봉지로 꾹꾹 눌러 하나 가뜩 따 주셔서 일부는 많이 나누어 주었는데도 그래도 너무 많이 남아서 벌써 몇 차례를 회덮밥에도 넣어 먹고, 또 마켓에서 사 온 풋고추와 함께 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또 그래도 남은 것은 맛있게 양념장에 절여 놓아서 훗날의 별미로 냉장고에 넣어 놓고 있는 중이다.
갑자기 왜 먹는 얘기를 그렇게 하나 궁금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하나 있는 여동생이 요즘 마당 한구석에 조그마한 밭을 만들어 놓고 농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깨달은 일이 많았는지 갑자기 “오빠 사랑이 무엇인 줄 알아? 사랑이란 기다릴 수 있는 거야!” 라고 밑도 끝도 없는 말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 여동생은 세간에서 흔히 말하는 “백말띠”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도록 아주 바쁘게 일생을 살아 왔는데 오빠를 잘 두어서 그런지 요즘은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 심취가 되어가지고 아이들도 모두 잘 커서 둥지를 나가겠다하던 비즈니스도 다 정리하고 모처럼의 한가한 나날을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오빠가 왜 그렇게 “폭 빠져서 목사까지 되었나” 궁금해서 시작했다던 성경공부도 올해부터는 교사로 가르치게 되었고, 이제 나머지 남은 시간은 일생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 일의 일환으로 시작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시작한 것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올해부터 집 입구에 조그만 밭을 일구어 놓고 오이, 가지, 호박, 토마토, 상치 등을 심어 놓은 것을 보았었다. 그래서 전화가 올 때마다 농사는 잘되고 있나 안부를 물었는데 무엇이 잘 못됐는지 항상 대답이 신통치가 않았다. 얘기를 들어볼 것으로 기대했던 농사가 전혀 생각대로 잘 안되고 그나마 쪼끔 나오는 것은 무엇인가 와서 한입씩 먹어놓고 간다는 것이다.
그 밭은 정원사를 시켜서 물도 땅 밑으로 항상 공급을 시켜주게 했고 비료도 꽤 주고 정성을 꽤 쏟은 밭인데도 생각만큼 재미를 못 보게 되니까 속이 상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은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무엇인가 아주 중요한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말을 걸어 온 것이다. 사랑은 기다릴 줄 아는 것이라고.
이와는 전혀 대조적으로 앞에서 말한 깻잎은 장로님이 사시는 아파트 창밑에 있는 조그만 화단에서 나온 것인데 그곳은 벌써 몇 년째 호박, 상추, 쑥갓, 미나리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깻잎은 작년에 한번 심었다가 올해는 상추를 다시 심으려고 그냥 엎어 놓았는데 뿌린 상추는 깻잎사이로 가려버리고 작년에 심었던 깻잎만 따고 또 따도 티도 안 나게 호황인 것이다. 물론 장로님도 물도 주시고 비료도 주시지만 지하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서 빠뜨리지 않고 주신 것은 아니고, 가끔 바쁠 때는 까먹고 못줄 때도 있었지만, 기이한 것은 항상 LA에 사는 딸네도 주시고 이웃도 같이 나누고 또 내 차례까지 오도록 풍작이라는 사실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장로님과 우리 동생과의 차이가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 동생은 밭을 만들 때 오이는 요기 요만큼, 가지는 저기 저만큼, 상추는 여기 이만큼 하면서 구상을 해서 실제로 야채가 어떻게 자라는가 보다는 자기가 전에 구상해 놓은 것을 기준해서 평가를 해왔지만, 장로님은 올해는 상추를 심었지만 심지도 않은 깻잎이 신나게 나왔을 때, 금방 본래 계획했던 상추는 접어두고 “플랜 B”로 전환을 하셨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생의 말을 빌자면 “애들 키우는 것도 똑같은 것 같아.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 또는 ‘이것을 해라’ ‘저것은 말라’라고 수없이 말했지만 그것은 그 때뿐 결국은 다 각자 부모가 간섭한 것에 상관없이 잘들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부모로써 자식이 몇 살인가를 막론하고 항상 부모가 옳다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Thanks God, he didn’t listen to me!”라고 말해야 할 경우도 우리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많이 있지 않을까?
사도바울은 교회 안에서 분쟁이 있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은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나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린도전서 3:6-7) 라고 단언했다. 한창 자라나는 야채를 이파리를 잡아 뽑는다고 한 치라도 더 빨리 자랄 것도 아니요, 우리가 아무리 물을 열심히 준다고 해도 그 물이 어떻게 해서 이파리를 자라게 하고 꽃이 피게 하며 열매를 맺히게 되는 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고 또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이요, 그것은 오직 생명의 신비로 감사하며 받아 드리면 되는 것이다.
벌써 오래전에 작고하신 부친이 생각나는데, 대개 누구나 그렇듯이 돌아가실 때쯤 해서는 항상 하신 얘기를 반복하시고 하셨는데, 횟수가 거듭하실수록 처음에는 자랑같이 하던 말씀이 점점 “그것 보면 내가 참 운이 좋았어!”로 변하시더니, 이어서 “참 감사할 일이였네”로 변하였고, 나중에는 “하나님은 나를 참 사랑하셨구나!”로 바꿔지신 것이 기억난다. 사도바울의 심경도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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