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떻게? 물을땐 무시말고 성의있게
“교육의 목적은 마땅히 좋아해야 할 것은 좋아하고, 싫어해야 할 것은 싫어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요즘같이 지식과 정보전달에만 치우친 교육현장에 비추어보면 한물간 철학 쪼가리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긴밀히 필요하기는 하나 한시적인 관계에 그치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와는 판이하게 다른 만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처럼 인간답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가정교육은 “선전”(propaganda)이 아닌 근본과 본질에 충실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사람다움을 전해주는 “전파”(propagation)가 되어야 한다고 뜻있는 교육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가정교육의 시작은 끝도 없이 매일 이어지는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부모의 성의와 요령, 유머로부터 출발한다. 페어런팅지 8월호가 이를 다뤘다.
질문하고 궁리하며
스스로 세상 알아가
질문의도에 맞춰
알기쉽게 말해주면
어휘·이해력 ‘쑥쑥’
■아이들은 왜 끊임없이 질문을 해대는가
“아이는 어른이 물설고 낯 설은 외국에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프로비던스의 브래들리병원 어린이 임상심리학자 캐롤 포크너박사는 말한다. 어른이 외국에 혼자 떨어지면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해서 재미있기도 하지만 때론 혼돈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가령 미국인들은 달디 단 수박에 또 설탕을 쳐 먹는 중국인을 볼 때 순간 혼돈스러워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때문에 아이들은 알고 싶어서 질문이라는 탐구도구를 들이대며 세상 구경을 나서는 것이다.
◆2세
이제 말문이 제대로 트이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주로 “이게 뭐예요? 저거는 또 무엇이예요?”라며 무엇(what)의 이름을 물어오기 시작한다. 단순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충실히 대답해주면 아이의 어휘력이 눈부시게 늘어나는 시기이다.
◆3세
이제 사물이 무엇인지는 익숙해 졌다. 이번에는 “왜”(why)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영역을 넓혀 나간다. “밤은 왜 깜깜 한가요?” “아빠는 수염이 있는데 엄마는 왜 없나요?” 등. 잘 응수해주면 아이의 사물에 대한 이해력이 좋아진다.
◆4세 이상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서 사고할 수 있다. 지금은 없지만 아주 옛날에는 지구상에 공룡이라는 거대한 동물이 살았다는 것도 인식할 수 있다. 당연히 질문은 더 복잡해지고 구체적이다. 때로 사물이 함께 움직이거나 작용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차는 어떻게 움직이고 비행기는 어떻게 뜨나요?”등.
■난처한 질문엔 어떻게 대처하나
처음에는 무엇이예요, 왜 그래요, 어떻게 그래요 등 빤한 질문만 해오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질문을 받게 되는 순간이 있다. 부모의 지식이나 해박함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4살짜리 사내아이가 전기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오면 비즈니스 전공인 아빠의 밑천은 금방 바닥이 나기 십상이다. 이럴 땐 “과학적인 대답을 원하는 거야? 아니면 상상력에 의거한 대답을 원하는 거야?” 라고 운을 뗀 다음 실타래를 풀어가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같이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에도 들어가 보고 아빠 친구 중에 전기공학박사가 있으면 물어 보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부모도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간다.
■ 도망가고 싶은 질문이 나오면
2세쯤 되면 자신의 몸에 관심이 생기고 3세쯤 되어 프리스쿨에 입학하면 이성의 신체가 자신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가끔은 부모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의 순진한 질문을 퍼붓기도 한다. “아기가 어떻게 미세스 킹 배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어떻게 나오지요?” “내 곰 인형은 보이인데 왜 고추가 없어요?” “엄마 가슴에서는 우유가 나오는데 왜 아빠에게서는 안 나오지요?” 부모들이 평생 살면서 단 몇 분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질문들, 아니 태고 적에 잊어버려 전설이 되어버린 질문들을 터울도 작은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하루 종일 해대면 당혹스럽다.
이럴 때는 차분히 그리고 요령껏 대답하라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부모가 질문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출처라는 믿음을 가지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아주 특별한 파트가 서로 만나면 아기가 만들어 지지. 그리고 아기는 당분가 나오지 않는단다. 미세스 킹 배속에서 자라다가 어느 정도 크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나오게 되어있어.” 라고 설명해 주면 아이는 “아기가 울까요?” ”무엇을 먹을까요?” 라며 생각이 이미 아기 태어난 이후로 급진전 해버린다. 또 때론 아이들은 설명보다는 해결책을 원하는데 “얼마 후면 괜찮아질꺼 야.” 라는 대답도 종종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질문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가?
저녁 찬 거리로 닭을 다듬고 있는데 아이가 옆에서 “닭요리 하나요?”라고 묻는다. 대답은 간단하다. “그래” 이후 이어지는 질문세례. “닭이 죽었나요? “ “응. 죽었지. “ “엄마가 죽였나 요? “ “아니.” ”어떻게 죽었을까요?” “엄마는 모르는 일이다.“ “보이였을까요? 걸이었을까요? “ “글쎄다” “이 닭의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 “보고 싶어 하겠지” 그러면서 엄마는 닭이 만지기 싫어진다. 그리고서 아이는 닭을 공동묘지에 묻어야 한다는 둥 자기가 먹으면 자신의 배가 닭의 묘지가 되느냐는둥 어른 쪽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이어간 다. 어떻게 해야 하나? 빨리 닭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질문 충분히 했으니 더 남은 질문은 베드타임 시간에 하면 어떨까?” 라고 주의를 환기시키라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때론 아이들은 관심과 애정을 받기위해 질문을 하기도 하는데 잠시 응해주다가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놀이나 장난으로 관심을 돌리라는 것.
이렇게 하면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아이는 벌써 초저녁 때 자신이 하던 질문이나 내용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물으면?
2·3~4·5세이상 나이따라
수준에 맞게 설명해줘야
아이들이 흔히 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요령은 다음과 같다.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 지나요?
▼2세 :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면 아기가 만들어 진단다.”라는 간단한 대답에도 아이들은 만족한다.
▼3~4세 : 특정 파트가 연합해서 아기가 만들어지는 거야.
▼5세 이후 : 질문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체부위의 이름을 정확하게 그 기능과 성능을 설명해 줄 필요도 있다.
■왜 고양이는 죽나요?
“동물들이 아프고 나이가 많아지면 죽는거야. 더 이상 키디와 놀 수 없어. 그렇지만 기억은 할 수 있지. “이때 죽음을 “잔다”라고 표현하지는 말아야 한다. 혼돈할 수 있으므로. 프리스쿨러들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며칠 후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고 해도 놀랄 필요는 없다. 키디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다시 말해주고 사진을 보거나 키디를 추억하면서 그림을 그려보도록 유도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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