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Macbeth) ★★★½(5개 만점)
지하 갱세계로 옮긴 현대판‘맥베스’
야망-배신, 폭력-록뮤직 등 MTV식 편집
원작 셰익스피어 운문을 대사로 사용 이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유혈과 폭력과 록뮤직으로 현대화한 MTV식의 잔인하고 거친 호주영화다. 400년 전 맥베스의 세상을 멜본의 지하 갱세계로 옮겨 권력과 야망과 탐욕 그리고 배신과 살륙과 죄의식의 이야기를 어지러운 카메라 동작과 MTV식 편집 그리고 타락하고 자극적인 분위기를 갖춰 야단스럽게 묘사했다. 셰익스피어의 운문을 대사로 그대로 쓰고 있다.
유혈이 낭자하고 끔찍할 정도로 잔인하고 또 남녀의 벗은 육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나이트 클럽 ‘맥베스’라고 하겠다. 감독은 1992년 러셀 크로우를 할리웃으로 진출케 만든 영화 ‘롬퍼 스톰퍼’를 연출한 제프리 라이트.
영화는 처음에 레이디 맥베스와 함께 아들의 무덤을 찾은 맥베스 주위에서 방종한 여고생 스타일의 3명의 틴에이저가 무덤의 묘비들을 훼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갱 두목 던칸의 행동대원인 맥베스는 동양계들과 마약 거래를 하는데 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총알이 콩 튀듯 하고 사체가 즐비하게 쌓인다.
이 사건을 신속 과감하게 처리한 공으로 맥베스는 승진한다. 그러나 야심이 큰 맥베스는 졸개 생활에 늘 불만이다. 그런 맥베스에게 첫 장면의 세 10대 소녀들이 나타나 맥베스가 갱두목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이 장면은 무대효과 용 안개와 록 뮤직이 자욱한 가운데 맥베스가 약물과 술에 취한 중에 진행된다.)
맥베스는 예언에 따라 자기보다 더 야망이 큰 아내와 함께 권력찬탈의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자기 집 파티 손님으로 온 던칸을 2자루의 단검으로 무자비하게 살륙한다. 드디어 두목이 된 맥베스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계속 살인을 하면서 시체가 산처럼 쌓인다. 그리고 맥베스는 죄의식과 악몽에 시달리다 단결한 라이벌 갱스터들에 의해 레이디 맥베스와 함께 살해된다.
액션 셰익스피어극으로 연기와 분위기가 멋있는 피가 끓는 작품이다. 맥베스로 나온 샘 워딩턴은 제임스 캐메론이 연출하는 대형영화 ‘화신’(Avatar)에 주연으로 발탁됐다.
성인용. 랜드마크(310-281-8223).
‘서로들 간에’(One to Another) ★★½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틴에이저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이자 남매간 근친상간의 이야기인데 흥미있는 소재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3류 준 포르노 영화가 됐다.
뤼시와 피에르는 영혼의 반려자이자 섹스 파트너. 이 둘을 중심으로 세 명의 10대들이 공동체를 이뤄 노래하고 섹스하고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서 세월을 보낸다. 피에르는 양성애자로 온갖 혼음 행위를 실험하는데 친구들에게 섹스로 군림한다.
어느 날 피에르가 숲속에서 무자비하게 구타당해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뤼시는 집요하게 살인자를 찾아 나선다. 10대의 불안을 제대로 포착 못한 진부한 영화.
성인용. 선셋5. (323-848-3500)
‘처녀의 샘’(The Virgin Spring·1960)
스웨덴의 명장 잉그마르 버그만의 흑백 명화. 중세·스웨덴의 시골을 무대로 한 진지하고 아름다운 우화다.
신심이 깊은 농부 가족의 딸이 무뢰한들에 의해 강간 살해를 당하면서 이 가족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그렸다. 매우 매력적이요 우아한 작품으로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 맥스 본 시도 주연.
‘산딸기’(Wild Strawberries·1957)
역시 버그만의 흑백 걸작. 나이 먹은 스톡홀름의 교수가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면서 지나온 자기 일생의 과오들을 회상한다. 감정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주는 진지한 영화팬들의 필견의 명화.
8월1일과 2일 뉴베벌리시네마(베벌리+라브레아) 동시상영.
캐서린 헵번 황금기 영화 주말 4편 상영
1935~1975년 제작된 작품
세대별 다양한 연기 펼쳐
캐서린 헵번의 출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 시리즈가 LA 카운티 뮤지엄내 빙극장(5905 윌셔)에서 상영되고 있다. (323)857-6010
27일 (하오 7시30분)
▲‘ 스테이지 도어’
(Stage Door·1937)
무대 배우 지망생인 여자들만이 사는 푸트라이츠 클럽이 무대. 여기에 바사르대를 막 졸업한 헵번이 입주, 냉소적인 댄서(진저 로저스)와 한 방을 같이 쓰게 되면서 신랄한 대화가 둘 사이에 오간다. 브로드웨이의 경쟁적이요 어두운 면을 파헤친 영화인데 감독 그레고리 카바는 헵번등 젊은 여배우들이 리허설 할 때 즉흥적으로 한 말들을 각본에 사용했다.
루실 볼 공연. 오스카 작품, 감독, 각본상, 후보작. 흑백.
▲‘ 실비아 스칼렛’
(Sylvia Scarlett·1935)
헵번과 케리 그랜트가 첫 공연한 얄궂고 매력적인 코미디 드라마.
서푼짜리 사기꾼 아버지와 줄행랑을 놓는 딸 실비아가 남자로 변장하고 순회극단의 단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실비아는 여기서 남자단원인 그랜트의 호감을 사게 된다.
희비극과 범죄스릴러와 로맨스를 섞은듯한 특이한 흑백영화. 동시상영.
28일 (하오 7시30분)
▲‘ 아프리카의 여왕’
(The African Queen·1951)
헵번과 험프리 보가트가 서로 앙앙불락하다가 사랑하게 되는 흥미 만점의 액션모험 로맨스 코미디.
1차대전 때 벨기에령 콩고. 독일군에 의해 살해된 선교사 오빠를 잃고 외톨이가 된 노처녀 선교사 로즈가 술주정뱅이로 더럽고 입 건 통통선 선주 찰리의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도주한다. 둘은 배를 타고 가면서 모기와 거머리와 분노한 원주민과 독일군의 공격을 피하느라 정신 없으면서도 내내 말다툼을 한다. 그러나 미움이 사랑이 된다. 현지촬영이 훌륭하고 보가트가 오스카 주연상을 탔다.
▲‘ 폐품들의 사랑’
(Love Among the Ruins·1975)
둘 다 68세였던 헵번과 로렌스 올리비에가 첫 공연한 TV 영화로 로맨틱 코미디. 백만장자 여배우가 기생충같은 젊은 남자로부터 약속 위반으로 고소를 당하자 노련한 변호사를 고용한다. 그런데 변호사는 여배우가 옛날에 퇴짜를 놓은 사람인데 그는 아직도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헵번과 올리비에가 에미상수상. 동시상영.
‘삼손과 딜라일라’(Samson and Delilah)
성경에 나오는 장사 삼손과 요부 딜라일라의 애증과 배신과 복수의 화려한 의상극으로 ‘십계’를 만든 세실 B. 드밀이 감독한 1949년 작. 컬러 촬영이 불타는 듯이 화려하다. 오스카 미술과 의상상 수상.
머리털에서 기운 찬 힘이 나오는 삼손(빅터 마투어)은 이방족인 여인 (앤젤라 랜스베리)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 이 여인의 눈이 따가울 정도로 아름다운 동생으로 삼손을 흠모하는 딜라일라(헤디 라마)의 원한을 산다. 딜라일라는 삼손을 유혹, 그의 힘의 비밀을 알아낸 뒤 삼손을 혼절시키고 머리털을 깎아 버린다. 힘을 잃고 옥에서 죽을 고생을 하던 삼손이 다시 머리가 길어지면서 처절한 복수를 한다.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 흥미 만점.
8월3일 하오8시30분 빌리 와일더극장(10899 윌셔) (310)206-Film. 무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이 원작인 긴박한 액션과 아름답고 슬픈 사랑 그리고 훌륭한 색채와 음악과 뛰어난 연기가 있는 명화다. 1943년 작으로 상영시간 168분.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 왕당파군에 맞서 싸우는 산 속의 게릴라들을 돕는 미국인 로버트 조단(게리 쿠퍼).
전쟁의 와중에 로버트는 머리를 짧게 깎은 순진한 여인 잉그릿 버그만과 사랑을 나눈다. 버그만이 가지런히 난 이를 드러내 보이며 미소를 지으면서 쿠퍼에게 키스를 할 때 코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묻는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국 쿠퍼는 버그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데 마지막에 버그만이 쿠퍼를 떠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장면이 가슴을 친다.
비겁한 게릴라두목의 아내로 나온 카티나 팍시누가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29일 하오 5시30분. 이집션 극장 (6712 할리웃).
‘미로’(Labyrinth)
인형극의 1인자인 짐 헨슨감독이 만든 어린 아이 시절의 두려움과 환상을 눈 부신 시각효과로 그려낸 컬트 무비. 1986년작으로 이 번에 새로 프린트해 재개봉한다.
10대 소녀 새라(제니퍼 카넬리)가 어린 남동생을 돌보다가 귀찮아 악귀가 동생을 데려가 달라고 소원한다. 그런데 정말로 악귀의 왕 자레드(데이빗 보위)가 나타나 동생을 악귀의 성으로 납치해 간다.
새라는 이제 동생을 구출하러 길을 떠나는데 악귀의 성에 도착하기 전에 미로라 불리는 어둡고 신비한 세상을 헤매며 온갖 모험을 겪는다. 보위의 노래도 나온다.
2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30일 하오 7시30분 인형 디자이너 웬디 프라우드가 직접 출연.
‘상속자 발표 잔치’ (Naming Number Two) ★★★½
8순 미망인 할머니가 수십명의 자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허스름한 집의 상속자를 발표하는 잔치를 마련하면서 벌어지는 달콤 쌉싸름한 뉴질랜드산 앙상블 캐스트 가족드라마이자 코미디. 감정적으로 충만감을 느끼게 되는 따스하고 재미있는 영화다.
할머니 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손자들만이 참석할 대잔치를 마련하라고 자기와 함께 사는 술꾼 손자와 외아들을 혼자 키우는 착한 손녀에게 지시한다. 나나에게는 두 아들이 낳은 많은 손자 손녀들이 있는데 이들의 관계가 깨어진 쪽박처럼 어지럽기 짝이 없다.
나나가 잔치에서 재산 상속자를 발표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나나를 멀리 했던 자손들이 대거 몰려들어 잔치 준비하느라 집안이 시끌시끌하다.
가족용. 일부 극장.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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