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은 한국의 공무원들과 정치인만 받는게 아닌 모양이다. 얼마전 한인교회들이 떡값을 챙긴다는 본보 보도(7월10일자) 후 남가주 한인사회가 떠들썩했다. 몇몇 교회의 식품구매 담당자들이 교회에 떡을 납품하는 일부 떡집들에게 주문떡값의 10%를 챙겨받는 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왔음이 공개된 것이다.
참다못한 민속떡협회의 헬렌 한 회장(산수당 대표)이 32곳의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에게 이를 고발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밝혀진 사실로, 공문에는 “주일마다 친교시간에 나눌 떡을 구매하는 담당자들이 커미션 또는 리베이트를 요구한다. 구매담당자와의 내통이 없는 업자와는 대화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있다.
교회에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떡을 못 넣는다는 것은 업계에서 지난 10년간 공공연한 관행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한 떡집이 자기네 업소에 떡과 김밥을 주문하는 교회 관계자에게 선물, 즉 뇌물을 주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10% 리베이트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헬렌 한 회장에 따르면 이러한 비리는 남가주의 웬만한 중대형교회들에서 모두 일어나고 있으며 그 액수가 한번 오더에 수십 내지 수백달러에 이른다. 한가지 다행스런 것은 교회 행정부서나 목회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관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인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목사들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떡값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러가지 행사가 자주 열리는 교회에서는 외부 업체들을 통해 갖가지 물품을 구매하거나 건물 및 시설의 공사 등을 수주하는 일이 많은데 이때마다 10% 프리미엄이 오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한 대형교회는 건물 구입때 부동산을 중개한 장로 에이전트가 상당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애교’ 수준의 장사도 교회 안에서 늘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은 지난달 우리 신문 오피니언 란에 실린 글이다.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이다. 매주 주일이면 교회 정문 앞에 먹거리 장사가 장사진을 친다. 김치, 깍두기, 파김치 판매대, 학생들이 선교비 마련이라는 명목으로 파는 주스 판매대, 커피 티켓 판매대 등이 교회 들어가기 전 정문에 줄줄이 진열돼있다. 매주 김치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어떤 때는 갖가지 나물도 다양하게 만들어 놓는다. 이곳이 교회인가, 안식처인가, 장터인가, 마켓인가. 교회 안에서는 설교 테입 팔고, 식당에서는 식사 팔고, 도서관에서는 부흥강사 CD와 책 팔고…”
대형교회 교인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아는 풍경이다. 위의 글처럼 매주일 장이 서는 교회야 많지 않겠지만 대다수의 교회들은 일년에 한두번 선교 바자회라는 것을 열고 온갖 먹거리와 물건을 파는 행사를 크게 벌인다. 또 여름철 단기선교 시즌이 되면 예배 마치고 나오기가 무섭게 학생들이 달려들어 냉커피와 주스를 사달라고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일도 연례행사로 겪게 된다. 한 잔에 5달러나 하는 커피를 일일이 사줄 수도 없고, 선교기금 모금이라며 계속 조르는데 외면할수도 없어서 무안한 상황은 대개의 교인들이 겪어본 일일 것이다.
그러면 교회에서 교인들만 장사를 하는가? 목사들은 좀더 스케일이 큰 ‘영주권 장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한인교회들의 영주권 장사는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얘기다. 영주권 스폰서 가격이 일인당 3~5만달러나 된다니 떡값이나 바자 수익금 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최근 이민국이 종교이민의 심사요건을 강화하고 단속을 크게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주권 장사가 사라지기는커녕 이 ‘사업’을 위해 교회를 개척하는 사람도 있다니, ‘중세 교회는 면죄부를 팔았고 한인 교회는 영주권을 판다’는 비아냥 소리가 파다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회가 훨씬 많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몇몇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드는 일은 2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가 보다. 그래서 성경이 시공을 초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리라.
“예수께서 성전 안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 파는 사람들과 돈 바꾸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시니”(요한복음 2:13-17)
성경에서 예수님이 가장 격노한 장면이다. 예수님의 채찍이 두렵지도 않은가?
정숙희 부국장·특집 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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