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업(필라델피아)
오프라 윈프리가 몇년 전 패스트푸드인 어느 업체의 햄버거가 유해하다는 발언을 해 송사에 말려 텍사스 법적으로 출정한 일이 있었다. 법원 주위에서는 그녀의 말을 지지하는 군중이 시위를 했다.
그 무렵 LA에서는 8명의 비만 청소년들이 패스트푸드 업체를 상대로 비만의 원인을 제공했다 하여 집단소송을 제기, 첫 심리가 열리는 중이어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패스트푸드는 구체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패스트푸드는 포식을 유도한다. 우리 몸은 식사를 하기 시작해 10여분이 지나면 배고픔이 사라진다. 이는 혈액 내로 들어간 포도당이 식욕 억제 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통제하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는 빨리 먹기 때문에 식욕억제 중추가 작동하기 전에 이미 과식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음식은 고지방, 고염식이다. 햄버거 고기가 맛을 유지하려면 35~40% 지방성분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햄버거 한 개에 감자튀김, 치킨 한쪽을 먹으면 하루 소비할 지방량의 용량을 2배나 섭취하게 된다. 또한 고염식인 이 음식으로 하루 세끼를 때운다면 이미 하루 소금섭취 권장량 500mg의 10~`5배까지 먹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칼로리만 높지 인체가 필요로 하는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렇듯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영양학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 업체는 재료가 무엇인지를 공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공 공정에도 많은 문제를 갖고 있다. 이 음식에는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화학조미료가 감칠맛을 내기 위하여 다량 사용된다. 얼마 전 다이옥신, 퓨란 등의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미국에서 검출되었다. 산업화 된 영농방식으로 대규모로 생산, 사육된 음식 재료들은 병균이나 유전자 조작, 성장호르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렇듯 패스트푸드는 우리에게 살기 위해 먹는 것인가, 죽기 위해 먹는 것인가 라는 문제를 던져주고 있다.이러한 패스트푸드의 문제성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 음식에 대한 반대운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이다. (www.slowfood.com) 맥도날드가 1986년 이탈리에 로마에 진출하자 이에 대항하여 시작되었다.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1969년 파리에서 ‘슬로우 푸드 선언문’이 발표되면서 국제적인 운동이 되었다. 본부는 이탈리아 브라(Bra)에 있으며 회원 수는 45개 국가 7만여명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2000년 경남대 김종덕 교수를 통해서였으니 현재는 회원국도 더 늘어났을 것이며 그 인원 또한 대단할 것이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두 가지를 지향하고 있다. 첫째, 패스트푸드에 대한 반대다. 환경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식사와 미각의 즐거움을 뺏고 전통음식을 파괴하는 패스트푸드를 반대하고 슬로우 푸드를 지향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전통음식과 음식 재료를 지키고 품질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소생산자를 보호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다.
둘째는 속도를 강조하는 자본주의와 현대문명에 대한 반대다. 이러한 정신은 슬로우 푸드 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이러한 슬로우 푸드는 그 관련되는 것이 아주 넓다. 단지 먹거리에 한정되지 않고 속도와 경쟁 위주의 현대문명의 폐해에 대한 운동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 생태운동과도 그 맥이 닿아 있다. 슬로우 푸드란 특별한 음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 재료를 사용해 그 맛이 잘 우러나오도록 해서 먹는 음식이다.
김종덕 교수는 “음식은 그 사회를 볼 수 있는 창”이라고 말한다. 음식에는 그 사회의 자연적 조건, 사람들의 생활방식, 역사 등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지금 모든게 빨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시간은 돈’이기에 속도는 경쟁에서 이기는 필수조건이다. 그러는 사이에 먹거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몸에 가장 직접적언 영향을 미치는 먹거리를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면 이 슬로우 푸드는 효율과 속도 위주의 사고방식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된다.현재 유엔본부 대표단 식당에서는 한국음식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200여가지의 한국 전통음식을 각국의 외교사절들에게 눈으로 보고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뉴욕 매드 갤러리에서는 미국인과 음식 담당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음식의 맛과 멋’을 주제로 한 강연과 음식 만들기를 시연하고 그리고 시식회도 가진다고 한다. 슬로우 푸드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슬로우 푸드는 속도 위주의 현대문명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대안의 한 방식을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