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파병 한인 입양인 가족들의 감동 스토리
“가족들 곁을 떠나 비행기를 향해 복도를 걸으면서 울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내 눈가에 이슬이 약간 맺히기는 했더군요. 비행기에 타자 승무원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길래 이라크로 돌아간다고 하자 갑자기 저를 내리게 하더니 일등석에 다시 앉히는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괜찮았어요. 비행기가 이륙하자 그녀는 승객들에게 제가 이라크로 간다고 발표했고 모두들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때는 약간 어색했지요. 애틀란타에 도착하자 승무원들은 저희 일행을 둘러싸고 길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우리가 이라크로 돌아가는 병사들이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람들은 멈춰서서 박수를 치고... 매우 흥분된 상황이었지만 한편으로 아주 좋았어요....” (피터 슈메이커 하사가 가족에게 보내 이메일 중에서)
이라크에 파병된 한인 입양인 병사와 가족들 간의 따뜻한 사랑이 감동을 주고 있다.
버지니아주 비엔나/옥튼 지역을 커버하는 신문 ‘커넥션(www.connectionnewspapers.com)은 지난 18일 인터넷판에서 쌍둥이로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자라 현재 3-509 공수부대 소속으로 이라크에서 복무하고 있는 피터 슈메이커씨와 그의 무사 귀환을 기다리며 희생당한 다른 병사 가족들을 돌보고 있는 클리프, 그레첸 슈메이커 부부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다음은 기사의 요지.
슈메이커 부부를 30년 넘게 알고 지낸 빅커리씨는 그레첸 슈메이커씨가 쌍둥이 아기를 데려오던 날을 기억한다. 당시 부모 중 한 사람만 입양 아이를 데려올 수 있었던지라 클리프 슈메이커씨와 빅커리씨는 내셔널 공항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당시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던 피터와 폴을 그렇게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빅커리씨는 “피터가 적극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리더였다”고 회상한다. 4살이 되던 날 생일 잔치를 위해 어머니가 동양 음식을 사다주자 피터는 친구들에게 “이 음식은 한국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라고 자랑하던 모습도 주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피터는 처참할 정도로 가난한 지역에서 작전을 하던 상황을 가족들에게 들려줬다. 먹을 것이라곤 몇 줌의 곡식 외에는 아무 것도 없던 주민들은 미군을 보자 너무 반가워 하며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는 조금 남은 곡식으로 납작한 빵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먹으라고 권했다. 가족들끼리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피터는 “사랑과 마음이 듬뿍 담긴 이날의 음식이 인생 최고의 식사였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며 슈메이커 부부는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좋은 일들이 충분히 외부에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그레첸 슈메이커씨는 보통 아침 일찍 눈을 뜬다. 화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섹션 60’.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산화한 병사들이 영원히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 슈메이커 부부는 자식의 무덤을 감히 찾지 못하는 부모들을 대신해 일일이 꽃을 갖다 놓는 일이 매일의 일과가 돼버렸다. 이 꽃들은 슈메이커씨 집의 뒤뜰에서 가꾼 것들이다.
얼마 전에는 파병 군인 가족들을 위해 웹사이트 ‘포럼(Forum)’도 만들어 각종 소식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는 자주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할 수 없는 병사들과 가족들을 위한 만남의 장이다.
지난 독립 기념일은 특별한 날이었다. 수 백명의 지역 주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파병 병사들에게 보낼 배너에 사인을 하는 기념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병사들에게,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두 개의 배너 가운데 하나는 아들 피터가 소속한 3-509 공수부대에 보내질 예정이었다. 팀 케인 주지사가 함께 했고, 제인 시맨 비엔나 시장, 제리 코널리 수퍼바이저회 의장, 그리고 다수의 시의원들도 참석해 마음과 정성을 담았다.
클리프 슈메이커씨도 이날 팀 케인 주지사에게 특별한 선물을 했다. 전투 중 사망한 세 명의 동료 병사들의 이름이 적힌 팔찌였다. 클리프 슈메이커씨는 “주지사와 시장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파병 군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피터가 매우 감동을 받았다”며 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표했다.
피터는 올 12월 그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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