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자기가 알아서 해야죠. 부모는 기본적인 보조만 하면 됐지. 커서 성공하려면 자기가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죠.” 어린 아들이 공부에 취미가 없어 열심히 안한다는 40대 중반 아버지의 푸념이다.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성공시키겠노라 열성이었던 아버지는 이제 반쯤 마음을 접었는지 강 건너 불 보듯 건성으로 말했다. 부모의 역할이란 것은 자녀들에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는 것이면 되고 결국 공부를 잘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믿었다. 본인이 열심히 해서 성공하든 게을러서 나중에 손해를 보든 그것은 다 자기의 몫이라고 그는 토로했다.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분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럼 다니엘 아버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다 알아서 하셨습니까?”
부모나 자식이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은 똑같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부모의 경우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장차 경쟁사회에서 낙오될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식의 공부에 열을 쏟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주된 이유는 부모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이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돈 잘 벌고 불쌍한 사람을 많이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지만 그것은 너무도 어렴풋하고 피상적이라 TV 앞에서 만화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을 책상 앞으로 이끌어내기엔 너무 약하다. 좋은 성적을 받아 고생하는 부모를 기쁘게 해줌으로써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이야 말로 가장 현실적인 공부 목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적이 잘 나와 부모가 기뻐하면 아이들은 삶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뿌듯함을 느낀다. 결과가 같아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분명히 동기가 다름을 부모들은 잘 알아야 한다. 동기가 다르면 결과에 이르게 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필자가 하버드 의대에 근무할 때 친했던 한 교육학 전공 교수가 한번은 부모의 기도와 자식의 성공률에 관해 통계학적인 연구를 하자고 했다. 진담인지 농담인지 몰라 빤히 쳐다보고 있었을 때 그는 또 다시 강압적인 부모와 관대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성공률을 비교해 보자고 했다. 그때 필자는 이솝 우화를 빌어 보스턴의 추운 겨울날 행인들의 두꺼운 옷을 벗기는 것이 매서운 찬바람인지 아니면 따뜻한 햇볕인지 먼저 조사해 보자고 했다. 맞장구를 치면서 그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선 더 이상 새로운 감동을 받지 않으며 더 나쁜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자기가 마치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서 산다고 했다. 마음에 오래 남는 말이었다.
종교인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듯이 기도라는 것에는 엄청난 파워가 있다. 종교를 가지지 않는 부모라 하더라도 자녀들에게는 믿고 열심히 기도하면 꼭 들어주신다고 강조할 필요가 있다. 사실 기도는 신앙적인 측면이 더 크지만 생물학 및 심리학적인 요소들도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보면 기도만큼 집약적이고 집중된 두뇌활동도 드물다. 또한 기도는 에너지를 들여 의식하는 사고를 무의식의 영역으로까지도 확장되어 가도록 만들어준다. 그래서 어떤 것을 열심히 기도하면 그것은 그 아이의 무의식적인 습관으로 만들어지고 또 반복되는 습관은 자라나는 아이의 인격으로 형성된다. 그러므로 하루 세 번 식사 전과 잠들기 전에 하는 단지 몇 분의 기도는 그 아이의 인생을 충분히 바꿀 수도 있다. 할 일을 다 했다고 큰소리치는 아빠 앞에서 착한 다니엘은 엄마 아빠는 자신을 위해 할 일을 다 했는데 왜 나만 이럴까라고 십중팔구 자책할 것이다. 동시에 생전 처음으로 다니엘의 가슴에는 보이지 않는 소외감과 열등감이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부모와 함께 하는 기도는 아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 결국 너희들이 혼자가 아니고 엄마 아빠가 무슨 일이 있더라고 너와 같이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부모의 사랑이 옆에서 같이 눈을 감고 기도하는 자녀에게 전달될 때 그 아이들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공부할 것인가는 너무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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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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