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칼럼니스트
6자회담 2.13합의 뒤 3월 5, 6일에 열린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뉴욕회담을 지켜보며 쓴 3월 9일자 컬럼에서 필자는 “100년을 기약하며 몰아쳐 오는 봄기운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의문까지 활짝 열 수 있기를” 소망했다. 평화없이는 번영도 없다. 정치도 경제도 기약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저 전쟁과 테러의 참화속에 무슨 자유가, 민주, 인권이 살아 숨 쉴 수 있을 것인가.
중국 베이징 7월 18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자리다. 북한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5-6개월 이내라도 핵 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를 이행할 의지”와 함께 이를 위해 “기술적인 문제를 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는 소식이다. 2.13합의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돋보이게 하는 발빠른 변화다. 북한 핵개발팀에 대한 신뢰와 한반도의 평화를 다질 수 있는 희망을 읽게 된다. 더더욱 지난 15일, 2.13합의가 정한 대북 중유공급량 5만톤 가운데 1차분 6,200톤이 신봉항에 도착한지 몇 시간만에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18일 수석대표 회담에 합의한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마카오 방콕 델타 아시아은행(BDA)의 송금 지연 사태를 해결하면서 쌓인 북미 사이의 신뢰가 이끌어낸 변화일 것이다.
천영우 수석대표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17일, 미국과) 양자 협의에서 모든 핵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또 “신고 범위에 이견이 없을 것”을 기대하며, “핵무기든 핵폭발 장치든 북한이 갖고 있는 것은 다 집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미국과의 줄다리기로 시간벌기가 목적이라면 여기까지 올 북한이 아니다. 사실 2.13합의 이행을 통해 북한이 얻어내야 할 명분과 실익(實益)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과 미국 부시대통령 정권에서 얻어내야 한다. 올해 늦어도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나 부시대통령 퇴임 일정과 맞물려 놓고 이해(利害)와 손익(損益)을 따져야 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북한 핵개발팀들이 한번 더 내놓고 쓸만한 카드가 별로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또 다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고작일텐데, 몸값을 올리기보다는 파멸을 자초하는 마지막 모험이 되기 십상임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처지는 기호지세(騎虎之勢),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 탄 모습이다. 살아남으려면 호랑이 등 위에서 끝장을 보아야 한다. 북한은 이번 기회를 살려 화끈한 ‘조지 W 부시’대통령팀과 손잡고 핵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당당한 지구촌 일원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도 다져야 한다. 종전선언으로 엉킨 매듭을 풀고, 남북 평화협정과 뒤이은 북미관계 정상화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우리가 더욱더 눈여겨 볼 대목은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17일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이례적인 3시간 회담을, 그것도 중국 대반점과 양국 대사관을 교차 방문하면서 나눈 회담이고, “생산적인 얘기” “대단히 실무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기를 돋우고 있음을 직시하여야 한다. 힐 차관보는 “17일 김 부상과 5개 실무그룹 회의 일정을 협의했다”고 밝혀, 불능화 등 2.13합의 2단계 조처 이행방안 협의방식 및 일정을 조율했음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그는 또 수석대표 회의를 매듭짓는 “의장성명엔 불능화 신고를 포함한 다음단계(불능화와 대북 적대정책 철회)조처 이행등에 대한 대강의 시간 계획이 담기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해, 북미사이의 대화와 합의가 지니는 힘을 과시하며 은연중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세를 잃지 않았다. 서로가 한발 더 다가서는 모습이다. 북핵 문제만은 내가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미국 부시대통령팀의 결의가 읽히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문제를 곱게 풀기까지는 엄청난 수고와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북한이 개발한 몇 개의 핵무기와 추출해 보관하고 있는 약 50kg정도의 플루토늄이 문제다. 고농축 우라늄(HEU)도 문제다. 북한으로서는 생존을 위한 유일, 최후의 보루요, 정권 안보를 위한 믿을 수 있는 무기다. 아무 대책, 보장없이 버릴리는 없다. 미국이 먼저 믿음의 손을 내밀어야 풀릴 문제다. 그렇기에 억지로라도 북한을 믿어야 한다. 북한이 믿을 수 있도록 먼저 약속을 지켜보여주고, 기다려야 한다. ‘조지 W 부시’대통령팀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여유를 찾고, 칠종칠금(七從七擒)의 묘(妙)를 얻는다면 북핵 문제는 쉽게 “안방문제”가 될 것이다. 더 큰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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