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질책 한마디로 인한 정신적 피해
필자의 사무실 가까이에 골프 연습장이 있다. 가끔 점심 도시락을 들고 가서 그 곳에서 연습하는 사람들과 시원하게 공이 나르는 것을 보면서 식사를 하고는 하는데 때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스윙을 가르치는 아빠들을 만나고는 한다. “How many times do I have to tell you, Kevin?” “You are not looking at the ball!” “Don’t bend your arm,” “Watch your stance!” 한 번은 이런 소리가 들려와서 필자는 먹던 동작을 중지하고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아빠가 7세쯤 되어 보이는 아들에게 스윙연습을 시키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질책이요 부정적인 언사라서 어른인 필자조차도 섬뜩하게 만들었다. 아이 체격에 맞지 않은 기다란 골프채를 든 어린 아들이 두려움에 가득 젖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빠를 바라보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아이에게 공을 잘 맞히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아빠는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는데 아빠 입에서 나오는 언사는 아이를 격려하거나 자신감을 심어주는 말이 아닌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부모의 자녀 양육법 중에서 손쉬운 방법이 야단쳐서 자녀를 교육하는 방법이다. 쉽게, 간단하게,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잘못된 교육법이 바로 질책하고 억누르고 소리쳐서 가르치는 방법인데 이 방법이 부모에게는 매우 수월하고 편하다. 부모의 불안하고 불편한 심기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자녀에게 할 만큼 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부모의 질책 한마디 한마디는 어린 자녀들의 뇌리에 예리한 면도칼로 상처를 내듯이 자국을 남기게 된다. 피부에 이런 상처를 남긴다면 아무도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에, 감정기억 속에 남기기에 눈에 드러나지 않으니 별 생각 없이 이런 행동을 하는데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수치심을 경험하는 일이 “죽기보다 싫어서” 실수가 예상되는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세상일에 좀처럼 나서지를 않는다. 또한 피부에 상처가 나면 보기 싫듯이 마음에 난 상처는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게 만들어서 한 번 이렇게 형성된 자의식은 자기 존중심의 결여,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감으로 일생동안 자리하게 된다.
자녀의 뇌리 속에 확신, 자기 존중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자녀의 기분 파악과 부모의 감정표현 둘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운 부모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이 적당한 균형유지인가? 자녀의 연령에 따라 차이가 나겠으나 분명한 원칙은 자녀의 필요와 부모의 필요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함을 말한다. 자녀 행동이 부모 마음에 차지 않을 때 골프장의 아빠처럼 아빠 불편한 심기만 사정없이 노정하지 않고 자녀의 불안하고 두려운 심정을 함께 바라보는 균형을 말한다. 자녀의 생각과 기분을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아는 동시에 부모 자신의 생각과 기분도 또한 정확하게 파악하여서 부모의 정서적 욕구만이 아니라 자녀의 정서적 필요도 충족시켜 주는 부모를 말한다. “도대체 몇 번 말해야 알아듣니?” 고함이 나오기 전에 “Kevin이 못하니까 나는 화가 나는데 Kevin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스윙을 그따위로 밖에 못해?” 질책하기 전에 “가르치는 대로 스윙을 못하니까 속상하네. Kevin 심정은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어야 한다. 자녀에게 뭔가 질책을 하여야 한다고 느낄 때 바로 이렇게 부모 자신의 감정 파악과 자녀 기분을 들여다보는 균형 잡힌 기술을 일관성 있게 발휘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 설정이 필요하다. 아이 행동을 용납해 줄 수 있는 것과 용납 못하는 것에 대한 부모의 명확하고 일관된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 정해진 한계 안에서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허락해 준다. 이런 부모 아래서 아이들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이런 부모가 존재하는 가정을 전진기지로 하여서 바깥 세상에 나가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된다. rksoh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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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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