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기억하는 사랑의 에피소드
감사의 마음 전달하는 것도 중요
아주 옛날에 읽은 얘기라 이름이나 자세한 사항들은 잊어 버렸지만 너무나 감명적으로 읽었던 얘기로 늘 기억하고 그대로 행하느라고 노력한 얘기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필리핀 어느 한 섬 마을에 한 청년이 살았는데 아주 부지런하고, 붙임성도 있고, 또 비즈니스 센스도 있어서 젊은 나이에 큰 재산을 모으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그 청년이 지나가면 딸 가진 엄마들의 고개가 돌아가고 청년이 지나간 뒷바람도 잦기 전에 그 청년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이 엄마들 사이에 꽃을 피우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청년이 여느 때보다도 한층 더 기세도 당당하게 그 마을을 지나갔을 때, 마침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던 아낙네들이 아주 특종기사가 있는 것처럼 속삭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그 청년이 드디어 그 섬에 사는 어느 한 처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오늘은 아마 그 아가씨의 부모를 찾아가서 혼담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 지역에서는 결혼을 할 때 신랑의 집에서 신부의 집에 소를 선물하는 것이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이었는데 보통은 한 마리, 신부가 아주 마음에 들면 두 마리가 ‘시세’이었다.
그러나 그 날 아낙네들의 관심은 그 청년이 과연 몇 마리의 소를 혼인선물로 제시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청년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아마 두 마리가 아니라 근자에 못 들어본 세 마리를 제시할지도 모른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떠들어대는 아주머니도 있었던 것 이다.
그런데 그 날 분명히 그 청년은 그 마음에 든 아가씨의 부모를 찾아온 것이었고 결혼을 허락해 줄 것을 정중하게 부탁하면서 혼인선물로 암소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 마릿수는 한 마리는 물론 아니고 두 마리도 세 마리도 아닌, 전무후무하고 그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암소 여덟 마리’였다는 것이었다.
물론 혼인은 허락을 받았고 나중에 정말로 아주 보기 좋게 살찐 암소 여덟 마리가 혼인선물로 주어졌을 때 모든 사람들의 부러운 눈길로 신부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는데, 결혼한 한참 후에까지도 이 신부는 두고두고 ‘암소 여덟 마리’를 받은 신부로 소문이 자자했다는 것이다.
또 신랑이 사람 보는 눈은 있어서 그 신부는 심성이 착하고 견실했는데 이 신부는 항상 신랑의 그 큰마음을 기억하며, 매사에 “아, 내 남편은 나를 암소 여덟 마리보다도 더 소중히 여겨주시는데 내가 이러면 되나!”하며 극히 자제를 하고 더욱 열심히 해서 나중에는 암소 여덟 마리를 받은 신부가 아니라 암소 여덟 마리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신부라는 말이 더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소가 뒷걸음질을 해서 두꺼비를 잡듯이 한 가지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형편에 의해서 결혼식과 피로연은 비교적 검소하게 했지만 신혼여행 하나만은 정말 오래 오래 추억이 남게 파격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신혼여행을 어디로 갔으면 하냐고 물어봤을 때 수줍게 대답한 것이 ‘Yellow Stone National Park’이 가보고 싶다고 하면서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캐나다의 로키산맥이 좋다고들 하니까 어디로 가야 좋을지 마음을 못 정하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니 그게 무슨 걱정이냐고 둘 다 가면 되지 않느냐고 큰소리를 치고 온갖 무리를 다해서‘Yellow Stone’은 호숫가에 호젓한 방에서, 또 캐나다에서는 ‘Lake Louise’가 내려다보이는 방에서 지냈는데, 갈 때는 무리였지만 그래도 그 때 우리가 받은 그 감명의 효과는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니 아마 같이 천국 갈 때까지 유지될 것이다.
자녀들을 기를 때도 이 암소 여덟 마리를 준비한 청년의 얘기에서 얻은 교훈은 주효했던 것이 기억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지극히 감사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 감사함을 언제 아주 적절한 기회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부친은 아주 추운 겨울 강릉행 열차 속에서 난방이 고장 났을 때 어린 우리가 춥지 않도록 우리들을 위해 당신의 코트와 웃옷을 모두 벗어서 덮어주신 것으로 그 사랑을 전달해 주셨고 어머니는 중요한 시험 전날 긴장한 마음으로 잠을 못자고 있을 때 조용히 무릎을 꿇고 나의 발을 뜨거운 물로 씻어 주심으로 전달해 주셨다.
우리는 어떻게 전달을 했는지 그냥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지내며 20여년을 키웠는데 감사한 것은 우리 아이들도 내가 우리 부친과 모친을 기억하듯이 자기네들 나름대로 기억하는 ‘사랑의 에피소드’가 있게 해주셨다는 것이다.
흥부가 제비다리를 매어 주어서 다시 날게 해준 것이 흥부에게는 당연한 일이였기에 고의로 다리를 분지른 놀부와는 다른 열매를 얻을 수 있었듯이, 우리 부친과 어머니도 아주 당연하게 하셨던 그 사랑의 행동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그 말은 얘기의 핵심은 그 암소 여덟 마리가 아니고 여덟 마리를 당연시 생각하게 한 그 청년의 마음인 것이 아닐까?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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