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는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나셨다. 15세 되던 해에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 대련을 거쳐 카미카제 부대가 위치한 대만에서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가 되셨다. 일본군과의 성관계를 거부할 때마다 전기고문과 무자비한 폭력을 당해야만 했다. 광복이 돼 1946년 고국에 돌아오니 할머니의 부모님은 할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줄 알고 제사까지 지내고 있었다 한다.
그 후, 할머니께서는 한 많은 세월 60여년을 살아오셨다. 지난 10여년간은 위안부 피해자로서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일본의 사죄와 법적 보상을 받기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도 하셨고 지난 2월에는 미 연방 하원 청문회에서 강제 위안부 진상을 증언하셨다.
할머니께서는 일본이 자신을 비롯, 몇 안 되는 생존해 계신 노구의 할머니들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으며 역사의 진실을 덮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연방 하원 위안부 결의안 121’ 통과를 저지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연방하원 결의안 121 ‘이 지난 6월26일 외교위원회에서 39대2의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연방하원 본회의의 상정과 투표이다. 결의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하는 하원의원의 숫자도 154명으로 늘어났다.
위안부 결의안을 막기 위한 일본의 로비전략 또한 외교위원회를 통과된 후 대폭 바뀌었다. 외교위원회 상정 전 일본의 로비 전략은 위안문제에 관하여 일본의 충분한 사과가 있었다는 논리로 하원의원들에 접근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항하여 ‘HR 121 연대’는 지속적으로 하원의원들에게 일본의 사과라는 것이 단순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점과 일본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를 거부한 사실들을 지적하며 맞섰다. 그동안 일본의 전략은 ‘Hogan & Hartson’ ‘Hecht-Spencer Associates’ 그리고 ‘Fratelli Group’ 같은 워싱턴 DC의 최고 로비 펌을 고용하여 풍부한 자금력과 로비력을 이용, 의회 핵심지도부와의 대화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의원의 지역구 주민들의 서명을 기반으로 한 풀뿌리 로비 전략을 통해 150명이 넘는 공동발의자를 얻는 성과를 내고 더욱이 외교위원회에서 39대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자 일본은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일본 로비의 핵심논리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조사를 재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고 결과에 따라 충분한 조치를 취할테니 미국의 맹방인 일본이 자체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하여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위안부 결의안의 본회의 투표를 연기해 달라는 것이다.
일본의 논리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하원의원에게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위안부 결의안에 인권적으로는 동의하나 미·일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상당수의 하원의원들에게는 일본의 이러한 태도 변화가 먹힐 수 있다. 잠시 위안부 결의안 표결을 미루면 8월에는 의회가 휴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9월 이후로 결의한 투표를 미룰 수 있는 것이다. 하원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입장도 고려해주고 위안부 결의안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에게는 본회의 상정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추후 조치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논리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원 본회의 상정을 이뤄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에게는 일본이 가진 자금력과 외교력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을 알리기 위한 열정을 기반으로 한, 개별의 의원들을 설득하는 노력뿐이다. 아직도 공동발의자로 들어오지 않은 하원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화를 걸고 편지를 보내야 한다. 현재 공동발의자가 154명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본회의 표결을 위해서는 이 숫자를 더욱 늘려야 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다. 또 기금 조성에도 관심과 성원이 있어야 한다. 일본의 로비자금력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도 유력 신문에 광고를 낼 수 있을 정도의 기금을 모아 주류 여론에 호소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60년 한을 이제는 우리가 풀어드려야 한다.
이승호 / 변호사·HR121 가주연대 간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