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구글폰, 야후폰에 이어 UCC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전용 휴대전화까지 만들기로 했지만 정작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국내 인터넷 및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을 무선으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휴대전화 출시를 기대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 상황을 볼 때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NHN[035420], 다음[035720] 등은 포털 전용 휴대전화 출시를 위해 이동통신사들에 협력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자사의 영향력 및 수익의 저하 등을 우려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005930]는 상반기 구글폰 4종과 야후폰 7종을 유럽에 출시했으며, LG전자[066570] 는 구글폰을 출시한 데 이어 연내 구글폰 종류를 늘리고, 유튜브폰까지 내놓기로 하는 등 해외시장에서는 유.무선 결합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구글폰, 야후폰 등 이른바 `모바일 인터넷폰’의 등장은 유선과 무선의 결합 또는 융합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지만, 이들 모바일 인터넷폰조차도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IT기술이나 이용자들의 인터넷.통신 활용 수준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이런 유.무선 서비스가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SK텔레콤[017670], KTF[032390], LG텔레콤[032640] 등 이동통신사 3사의 국내 휴대전화 시장 장악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워낙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통사, 무선인터넷 개방 인색
모바일 인터넷폰이 국내에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자사의 무선인터넷 망 개방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네이트’, KTF는 `매직앤’, LG텔레콤은 `이지아이’라는 무선인터넷 브라우저를 기본으로 채택, 이들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네이버, 다음, 파란 등을 찾아갈 수 있고 기능도 메일 등 극히 제한적이다.
예컨대 KTF의 3G(세대) `쇼’ 휴대전화로 네이버 메일을 체크하려면 쇼 무선인터넷을 선택하는 것부터 모두 5번을 선택해야 네이버로 연결되고 메일을 보려면 6번의 확인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이는 구글폰, 야후폰 등이 첫 화면에 별도의 아이콘이나 핫키를 만들어 놓아 한번의 선택으로 곧바로 구글과 야후의 포털로 접속할 수 있고, 풀브라우징(Full Brosing) 기능을 지원, PC와 마찬가지로 전체화면 보기, 화면 확대하기, 즐겨찾기 등의 기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토종 포털의 풀브라우징 기능을 제공하는 전용 휴대전화 출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이통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물밑 논의만 활발하다.
◇무선인터넷 사용요금 높아 `장벽’
현재 네이트나 매직앤, 이지아이 등을 통해 무선인터넷에 접속, 네이버나 다음 등을 찾아가는 경로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 이용요금이 워낙 비싼 것이 장벽이 되고 있다.
이통 3사들이 연초 패킷 당 부과하는 무선인터넷 요금을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요금 부담으로 인해 무선인터넷 활용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SK텔레콤의 경우 네이트 이용 월정액 요금이 2만6천원이며, 콘텐츠 이용에 따른 정보이용료는 따로 받고 있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요금 부담으로 인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을 마음껏 이용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네이버폰이나 다음폰이 나오려면 이 처럼 비싼 무선인터넷이용 요금이 내려가야하는 것이 선행조건이다.
실제로 다음의 경우 지난 2004년 LG텔레콤과 공동으로 스마트폰 형태로 `다음폰’을 내놓았지만 비싼 무선인터넷 요금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한 포털사의 관계자는 무선인터넷 월 정액요금이 5천원 이하로 내려가야지 무선에서 포털 이용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통사들에 무선인터넷 이용요금 인하를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USIM 잠금장치 해제 돼야
유럽 등 해외에서 구글폰이나 야휴폰, 유튜브폰 등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해 이동통신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는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다기능식별) 카드가 개방돼 소비자들이 원하는 이통사와 단말기에 자신의 통화 정보가 담긴 USIM을 갈아 끼우면 된다.
따라서 해외의 경우 특정 이동통신사가 자사의 무선 인터넷 브라우저나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무선 망이 개방돼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통사가 USIM에 잠금 장치를 걸어둬 소비자가 이통사를 바꾸는 데 제약이 있다.
정보통신부는 내년부터 3G 휴대전화에 한해 USIM 잠금장치를 해제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무선인터넷 망 개방에 대한 각계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포털 등 다른 사이트를 자사의 무선인터넷 초기 화면에 확대 배치하는 등 일부 망 개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마지못해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SK텔레콤이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제휴해 무선인터넷 외부사이트 연결 사이트인 ‘오픈아이위드윙크(Openⓘ with WINC)’를 받아들였지만, 네이트 버튼을 통해서 네이트와 윙크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 여전히 복잡하고 번거로워 무선인터넷 이용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유선 인터넷의 막강한 콘텐츠와 사용자 기반을 갖고 있지만 이통사들의 지나친 시장 지배력으로 인해 유.무선 통합 서비스가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USIM 잠금장치 해제와 무선인터넷요금 인하 등을 통해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는 장벽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pc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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