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의 직업은 도둑이다. 밤이면 밤마다 얼굴에 두건을 쓰고 남의 집 담을 넘어 귀중품을 훔쳐 내와 장물아비에 넘기고 돈을 받는다. 그에게는 애지중지하는 아들이 하나 있다. 그 아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알지 못한다. 그 아들은 머리도 좋고 밤마다 일을 나가는 아버지에게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말도 잘듣고 열심히 공부한다.
그래서 그는 늘 1등만 한다. 아버지는 도둑질한 돈으로 과외까지 시켜가며 아들을 가르쳤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 아들은 일류대학을 거쳐 의사가 되었다. 그리고 인류의 생명 연구에 공헌한 공로로 노벨상까지 받았다.
그로부터 얼마후 그 아버지는 장한아버지 상을 받았다. 훌륭하게 아들을 키운 공로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한다. 그동안 남의 집 담을 내집처럼 넘나들었던 지난날의 죄스러움과 부끄러움이 한순간에 녹아 내렸다. 그리고는 당당해졌다. “나처럼 훌륭하게 자식을 키운 부모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큰소리까지 쳤다.
우리는 그 아버지가 훌륭한 아버지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까. 과연 그에게 박수를 보내며 훌륭한 아버지의 표상으로 삼아야 할까.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목적지에만 도달하면 가는 길이야 달라도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말로도 들린다. 하기야 부산서 서울로 가는데 설악산을 들러 가면 어떻고, 대구, 대전을 지나 곧바로 서울로 가면 어떻겠는가. 목적지인 서울로 간 것만은 확신한 것 아닌가.
전두환 소장은 구테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국가의 최고 수반인 대통령에 올라 한국을 통치했다. 결과만 생각한다면 전두환 소장은 국가 혼란을 막기위해 스스로 무기를 들고 정국을 안정시켰다. 그리고는 18년 독재 정권의 비호하에 뿌리를 내렸던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한 대통령으로 칭송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비난의 화살만 쏟아진다. 그는 정권 탈취라는 결과만 보았지 과정은 무시했기 때문이다. 총칼로 뭉개면 된다는 아주 단세포적 사고방식이 팽배한 결과였다. 그가 정권 야욕에 눈이 어두워 총칼을 휘두르며 무고한 생명을 무참히 참살한 과정은 생각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 대통령으로 추앙받은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계기로 노벨 평화상을 받기위해 15명의 특별팀을 만들어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 노벨 평화상을 위해 특별 홍보팀을 조직, 가동한 국가는 아마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시 시사주간지 타임스지에 실려 국제적 가십거리로 뭇사람의 입에 오르내렸었다. 모두 결과만 중요시 한 것이다.
이라크 문제로 사면초가에 빠진 부시 대통령도 과정을 외면하고 결과만 쫓다가 이지경이 되어 버렸다.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이니, 생화학 무기니 하며 불량 테러국가로 몰아넣고는 군사력을 동원해 후세인을 몰아냈다. 그 결과가 어떤가. 이란의 독주와 5일 현재 전쟁터에서 사라져간 3,590명의 젊은 영령, 2만5,830명의 부상자만 탄생시켰다. 또 수만의 이라크 국민이 폭탄 테러에 이슬처럼 사라져가고 있다. 아버지 부시의 보복을 해주다가 발목이 잡혔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그저 결과만 쫓았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도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혈안이 된 인사들이 많다. 좋은 일 한다며 식당에 들어가 영업 방해에 가까운 행패를 부리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단체를 살리겠다며 온갖 문제를 만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한국 정부가 주는 표창장까지 받는 경우도 봤다. 당연히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 나무라면 ‘역사’ 운운하며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나빠도 다 넘어간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닌다. 주변사람들도 이를 묵인해 준다. 좋은 일 하는데 나쁜일 한두개 정도는 눈감아 주자는 것이다. 도둑을 키우는 꼴인데도 말이다.
결과만 보지 말고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인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정섭 / 부국장 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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