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뉴 햄프셔 주에서 시작된 복권제도는 주정부 수입 수단으로 증세 필요성을 상쇄시킨다는 명분으로 이제는 미국의 모든 주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도박제도이다.
‘메가-밀리언-잭팟’으로 최고액 경신이 뉴스가 되고 있고, 복권으로 인생이 바뀐 뉴스도 심심치 않다. 잘 알려진 대로 세금과 달리 복권은 그 구입이 자의적이므로 복권을 ‘자의적 세금’ 이라고 간주한 덕이다.
조세 저항이 없는 복권수입으로 주 정부들은 소위 4E, 교육(Education), 환경(Environment), 경제개발(Economic development), 그리고 노인(Elderly)을 위해 쓴다고 선전하고 있다.
복권이 주 정부 재정 수요를 충족시키는 중요 수단이 되어 가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주 정부는 사행심 조장의 역할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주 정부들이 시행하는 현행 복권제도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보는 제도이다. 정말로 운이 좋았던 몇 사람만 빼 놓고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복권을 사는 돈이 그들 소득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물론 부자들이 절대 금액 면에서는 복권을 더 많이 사겠지만 그들의 소득이 높으므로 별 문제가 안 된다. 이렇게 복권은 소득에 비하여 역진적(regressive)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 더 높은 세율의 세금을 내는 누진적(progressive) 조세제도에 반한다.
이러한 문제점투성이의 현행 복권제도가 아니라 표현이 이상하지만 좋은 복권제도는 없을까? ‘재산이 부자들에게 약속하는 것을 도박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다’는 요설가 버나드 쇼의 말처럼 복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꿈을 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쪽으로는 복권을 팔고 오하이오 주처럼 그 복권 뒤에 ‘도박 중독(compulsive gambling)’은 치료될 수 있다고 경고를 써 놓는다고 주정부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당신 머리를 가지고 내기하시요, 그 이상은 안 되고(Bet with your head, not above it)’라는 경고사인을 걸은 아틀랜틱 시티 카지노와는 또 다른 것이 주정부이다.
17세기 영국에서는 복권을 팔아서 정부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했었다. 상금은 몇 사람에게만 주고 나머지 복권 구입자들은 이자를 붙여 수년간에 걸쳐 그 돈을 돌려받았다. 이러한 17세기 영국식 복권을 요사이 시행하면 될 것이다.
예컨대 1 달러짜리 투자 복권인데 우선 당첨자 상금은 1만달러 범위로 한다. 이 점이 우선 현행 수백만 달러 상금과 구별된다. 나아가서 정부는 당첨되지 못한 복권 구입자들이 연간 100달러 이상의 복권 을 모아 오면 5년 후에 복권 구입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준다. 이때 이자는 5년 은행 정기예금보다 2% 더 낮게 정하면 된다.
주정부는 복권수입을 비즈니스에 저이자 융자로 사용하면 된다. 이때 비즈니스융자 이자도 은행융자보다 2% 더 낮게 제공한다. 주정부는 이 비즈니스 융자이자와 회수금으로 복권 구입자들의 돈을 돌려주면 된다. 현행의 복권제도 같이 허황된 꿈을 팔아 주 정부가 사행심을 조장하는 대신 이러한 개선된 복권제도는 진정한 저축과 투자를 격려하는 것이다.
보험을 든 자동차를 몰고 라스베가스에 가서 도박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보험을 사지만 동시에 도박 위험에 뛰어드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면 이를 정부가 수입 편의를 위해서 조장시키기 보다는 그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저축, 투자, 그리고 생산 활동으로 연결시키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일 것이다. 그러나 현행 복권제도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내재적 모순을 지니고 있다.
복권 한 장을 사고 그 복권이 당첨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비이성적(irrational)’ 이다. 그러나 그 중 어느 한 복권이 당첨되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유혹 앞에 나약한 인간 개개인은 무릎을 꿇지만 전체 인간사회는 이러한 ‘복권 모순(lottery paradox)’에 ‘합리적’으로 대항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요진 /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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