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아빠 볼 때 자녀 두뇌에서는
눈을 감고 장미꽃 향기를 맡으면 장미 꽃모습이 쉽게 떠오른다. 장미꽃을 보면 향기도 쉽게 떠오른다. 향기와 꽃모습은 두 가지 매우 다른 감각정보(후각·시각)이지만 우리는 장미를 대하면 향기 따로 꽃모습 따로 생각하지 않고 장미라는 한 가지 사물로 생각한다. 그러나 대뇌 신경조직 속에서 이 두 가지 정보는 매우 다른 곳에서 정보처리 되어 진다. 향은 후각신경을 따라서 옆머리 측두엽에서, 꽃모습은 시신경을 따라가서 뒷머리 후두엽에서 각각 정보 처리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묶어서 장미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장미냄새를 맡고 있을 때는 청국장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1950년대 캐나다의 심리학자 Donald Hebb은 대뇌의 이런 현상을 “Cell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 라는 말로 함축해서 설명했다. 동시에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들은 한 다발로 묶인다는 소리인데 장미향과 꽃모습은 자연에서 흔히 동시에 발생하므로 이 두 가지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들은 동시에 활성화되어서 한 다발로 묶어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후두엽의 신경세포들과 측두엽의 신경세포들이 한 묶음이 되어서 장미향만 맡아도 꽃모습을 떠올리고 꽃을 보면 향이 어떤 것인지 금방 알고 후각, 시각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활성화되어 서로 시냅스(synapse)로 연결되어진다. 컬럼비아 대학의 Eric Kandel은 Hebb의 이론을 20세기 후반 신경과학적으로 입증하여 2000년 노벨상 의학상 부분을 수상한다.
후각정보와 시각정보가 동시에 발생할 때 한 묶음으로 엮어져서 한 가지로 정리된다면 다른 정보들은 어떻게 처리되어 질까? 가령 술 냄새를 풍기면서 고함을 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하는 자녀들의 두뇌에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우선 술 냄새는 후각피질, 고함은 청각피질, 그리고 아빠 모습은 시각피질에서 각각 처리될 것이다. 이때 만약 아빠의 고함소리에 자녀가 불안해하였다면 이 정서적 정보는 어떻게 처리될까? 대뇌 편도핵이 유발하는 불안하고 두려운 정서 상태와 청각, 후각, 시각정보가 한꺼번에 정보처리 되어서 한 다발로 묶이게 된다. 나중에는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이게 되고 술 냄새를 풍기기라도 하는 날에는 매우 불안한 심리상태에 빠질 것이다.
고함을 지르거나 화를 내는 사람들에게 보호 본능적으로 움츠리게 되고 불안한 심리에 사로잡히므로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피하고자 노력한다. 이런 행동은 또 일반화 되어서 아빠를 대할 때만이 아니라 다른 어른, 학교선생, 교수, 직장상사 등과의 관계에서도 불안하고 경직된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런 자녀들을 만나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나는 못 한다” 또는 “안 된다”이다. 대학·대학원도 다른 학생들은 다 가도 나는 가면 안 되고, 세상의 가치 있고 하고 싶은 일들을 다른 사람은 해도 나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자기 불신에 찬 학생들의 지능(IQ)을 검사해 보면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학생들보다 오히려 더 높은 경우가 있어서 능력은 있으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없는 자기 능력에 관한 잘못된 자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뇌 신경조직 속에 잘못 형성되어진 인간의 이러한 부정적 사고방식은 그냥 두면 마치 타고난 것처럼 보이고 또 그렇게 믿고 평생을 살게 된다. 자녀가 무한한 가능성의 세상에 나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자기 존중심을 키워주는 부모 기술로 ‘Positive Parenting’이 있다. 분노하고, 질책하고, 짜증내고, 힐난하고, 방관하고, 무원칙의 교육방식 대신 부모가 대화기술, 감정관리 기술, 훈육 기술 등을 익혀서 일상에서 노력하고 실천할 때 자녀는 대뇌 신경조직 속에 잘못 형성되는 부정적인 자의식에서 벗어나 밖에서 보무당당하게 행동한다.
Positive Parenting을 쉽게 설명한 S.T.E.P. 시리즈나 Adele Faber와 Elaine Mazlish의 ‘How to Talk So Kids Will Listen’ 등을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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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34-8268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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