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많은 학생들이 동경하는 직업이다. 의과대학 입학은 학부 4년 동안 얼마나 열심히 공부한 여부에 달렸다.
전공 관계없이 4년제 대졸자 기회
작년 합격자 평균 GPA 3.64
유명의대 경우는 3.8 넘어야
입학전 연구경력.봉사활동도 좌우
■메디칼 스쿨 진학정보
의사는 초중고생 누구나 꿈꾸는 선망의 직업이다. 특히 자녀가 종사하는 직업의 귀천에 따라 이민생활의 성공과 실패가 달렸다는 인식을 가진 한인 이민 1세에게는 의사 아들, 딸을 두는 것은 간절한 소망이기도하다.
의사가 이처럼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병들고 소외된 자들의 환부뿐만 아니라 아픈 마음을 헤아리는 고귀한 직업인 것은 물론 명예와 부, 사회적 지위까지 보장받는 전문직이란 인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이들의 학부모들을 위해 의과대학 진학 정보를 정리한다.
■한국 제도와의 차이점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만 메디컬 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 고교 졸업 뒤 대학 의예과에 진학하거나 일반 대학을 나온 뒤 4년 과정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며 의사의 길에 도전할 수 있는 2중화된 한국 제도와 차이가 있다.
M.D.(Doctor of Medicine)이라고 불리는 의사가 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최소 8년이다. 학부 4년, 의대 4년을 합친 기간이다. 의사들에 따르면 실제 의사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보다 더 소요된다. 대학을 마치고 의대에 지원하기 전 쌓아야하는 리서치 경력 1~2년, 의대 졸업 후 4년 정도의 레지던트 생활 등을 고려할 때 총 12~14년 정도가 걸린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부 재학 중 생물, 화학, 물리학 같은 이공계 전공 출신이다.
미국의과대학연합의 통계(2001년)에 따르면 의대 지망생의 45% 정도가 대학에서 생물학을, 16% 정도가 화학 또는 물리학을 전공했다.
의대 지원 자격이 과학도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언급된 통계를 보면 영어, 정치학 문과계열을 전공한 학생들도 전체 지원자의 12% 정도나 차지했다.
교육전문가들에 따르면 의대 측은 이공계 전공자나 문과 계열 전공자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지원자가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우대하거나 영문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과학을 전공한 학생보다 불리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망생들이 기본적으로 대학 4년 중 기본적으로 이수해야하는 과목만을 좋은 성적으로 마치면 된다.
홍영권 USC의대 교수는 “실제로 의대생들 중에는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했거나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들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당초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학생들은 대학에서 과학 전공을 하도록 권유된다.
홍 교수는 “이미 다른 전공을 선택한 나중에 마음을 바꾼 경우가 아니고 처음부터 의대 진학에 뜻이 있으면 생물이나 화학과 같은 과학 전공을 선택하기를 권유한다”고 조언했다.
전체 40%대 합격률 현실과 큰 차이
신입생 선발기준은 ‘잠재력’ 보다
GPA. MCAT. 연구 경력등
지금까지 해온 과정을 더 중시
■좁은 입학문
미국은 만성적인 의사 부족 상태에 있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현재 1만7,000여명 정도인 의대생 전체 정원을 15%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의료계 전문가들은 인구 증가율을 내세우며 지금보다 의대생 정원을 30% 이상 늘려야 수요를 충족하는 적정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실정이라 해서 의대 정원이 갑자기 증가하거나 의사 수요가 충족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갑작스런 의대 증원 증가로 인해 미국 의사의 질이 떨어지는 사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125개의 의과대학이 있다. 올해 6월 현재 미국변호사협회가 인정한 법대는 196개다. 의과대학 숫자가 법대보다 71개나 더 적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는 훨씬 더 많다보니 법대 입학보다 의대 입학이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
역사상 최고로 많은 수의 의대 합격생이 나온 2006년의 통계를 보면 미 전국에서는 3만9,108명이 의대에 지원했고, 이들 중 44.4% 정도인 1만7,370명이 입학에 성공했다.
그 전년인 2005년과 비교할 때 지원자 증가율은 4.6%. 하지만 입학허가를 얻어낸 학생 수의 증가율은 2.2%에 불과했다. 의대 정원 증가를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의대는 여전히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다.
지난 1994~2004년 동안의 의대 입학생 통계를 보면 매년 약 1만6,500명 정도가 의대 진학에 성공하고 있다.
입학생 숫자에 큰 변동이 없는 만큼 합격률은 지원자 숫자에 따라 변화가 있다. 의대 지원자가 최고로 많았던 1996년(4만5,360명)에는 합격률이 약 34%였다. 하지만 지원자가 가장 적었던 2002년(3만3,625명)의 합격률은 50%선에 육박했다.
홍영권 박사는 “이들 통계 자료들을 언뜻 보면 속기 쉬운 한 가지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합격률이 지원자의 40~50%, 지원자 2명 중 1명은 입학한다는 비현실적이 추정이 가능케 하는 수치란 것이다.
지난 2006년 3만9,108명이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미국 내 125개 의대에 총 48만3,148개의 원서를 접수 시켰다. 한 지원자가 평균 12.4개 학교에 지원했다.
지난해 미국 의과대학 중 가장 합격률이 높았던 곳은 미시시피 의대다. 총 281명의 지원자 중 109명을 합격시켰다. 노스다코다대학(23.5%), 아칸소대학(17.1%)과 뉴올리언스에 있는 루이지애나 주립대(Louisiana State University·17.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낙타가 바늘구멍 사이를 빠져나가는 것 같이 입학하기 힘든 의대는 시카고대학, 스탠포드, 매요(Mayo)의대로 나타났다. 이들 대학은 지원자의 단 1.5% 정도에게만 입학허가를 주었다. 코넬 의대의 합격률은 1.9%였고, 한인들에게 인기 높은 하버드와 예일 의대의 경우도 합격률이 각각 2.8%, 2.2%에 불과했다. 컬럼비아의대의 합격률은 2.5%이었다. UC 샌프란스코의 경우 2.8%, 미시간주립대는 2.7%, UCLA는 2.8% 정도였다.
전체 지원자의 40~50%가 합격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평균 합격률과는 큰 차이가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수치인 것이다.
의대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대학 입학 때부터 열심히 공부를 하며 의사를 꿈 실현을 갈망해온 우수 학생들이다.
지난 10년 동안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의대 지원자 4만6,586명의 대학 GPA는 평균 3.31 정도였다. 그러나 ‘합격의 영광’을 안은 학생 1만6,252명의 평균 학점은 3.52. 대학 4년 동안 이수한 수십 개의 과목들 중 A마이너스 이하의 점수를 받은 과목이 불합격한 학생보다 훨씬 적은 것이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에도 반복됐다. 2006년 지원자 3만9,108명의 평균 GPA는 3.48인 반면 합격자 1만7,370명의 평균 학점은 3.64였다. 합격률이 2% 선인 의대의 합격자들 대부분의 GPA는 3.8 이상이다.
학비는 의대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연 학비 2만~4만 달러, 생활비 등 1년에 최소 4만~6만 달러를 예상해야 한다. 사립 의대보다 학비가 2배 정도 싼 주립의대는 경쟁이 치열하고 학교에 따라 타주 출신은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대 지원 준비기간은 최소 1년 이상이며 1개 학교 지원에 원서비 100~200달러가 든다. 여러 학교에 복수지원하는 경우가 잦은 만큼 학생당 평균 1,500~3,000달러를 원서비로 지출한다.
■선발기준
의대 측이 신입생 선발 기준으로 삼는 것은 지원 학생이 “지금까지 얼마나 잘 해 온 것을 증명하는 과거의 퍼포먼스”다.
대학 입학 때는 지원 학생이 대학 입학 후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졌느냐 여부가 중요한 전형 기준이 된다. 성적이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처지고, SAT 점수가 낮아도 ‘훌륭하게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면 입학 허가를 준다. SAT 만점을 받은 학생이 낙방의 쓴 잔을 마시는 반면 2400점 만점의 SAT 시험에서 1800점을 겨우 받은 학생이 아이비리그에 입학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현실에 있다.
하지만 의대 신입생 전형에서는 지원 학생의 ‘퍼텐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대학 4년을 다니며 얼마나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지 여부와 특히 의대 입학시험(MCAT) 성적, 연구 활동, 사회봉사활동 전력 등이 합격, 불합격을 좌우한다.
의대 입학시험(MCAT)은 네 과목으로 구분됐다. 언어/이해(Verbal Reasoning), 물리/수학 (Physical Science), 생물학(Biological Science), 작문(Writing Sample)이다. 작문은 11등급(J-T)으로 점수가 매겨지는 반면에 다른 세 과목은 모두 15등급(1-15)으로 평가된다.
1995년도 의대 지원자의 MCAT 평균 점수는 언어(8.5), 물리(8.6), 생물(8.7), 작문(O등급)인 반면 합격자는 언어(9.5), 물리(9.7) 생물(9.8) 그리고 작문(P 등급)이었다.
MCAT점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실례로 2006년도 의대 지원자의 MCAT 평균 점수는 언어(9.0) 물리(9.1) 생물(9.5), 작문(O등급)이었고, 합격자들의 평균점수는 언어(9.8) 물리(10.1) 생물(10.5), 작문(P등급)이었다. 지원자와 합격자의 대학 학점과 MCAT 평균점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입학 경쟁률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이다.
인종간의 경쟁률과 점수를 보면 2006년 의대에 지원한 백인 학생은 2만4,298명 (전체 지원자의 62%)으로 가장 많았고 동양인(Asian)은 7,616명(전체의 20%)으로 두 번째였다. 합격률은 백인 학생과 동양인 학생이 전체 합격자의 각각 65%와 19%를 차지했다. 작년 의대 합격자의 대학성적은 백인 3.67과 동양인 3.66이었다. 또한 2006년 동양인 지원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는 UCLA(345명), UC버클리(344명) 그리고 UT오스틴(248명) 순이었다.
명문 의대의 경우 지원자들의 대학성적과 MCAT 성적이 비슷비슷해 합격자 선발에 애를 먹는다. 홍영권 교수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원자의 리서치 경력이다. 홍 교수는 “추천서와 에세이는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연구경력은 충분히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실례로 홍 교수가 과거 하버드 의대에서 10년 동안 근무할 때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연구경력을 쌓기 위해 의대 실험실에서 테크니션으로 1~2년 동안 근무했고, 이 경력이 인정돼 유명 의대에 입학에 성공했다”고 한다.
홍 박사는 “한인 부모들은 자녀 대졸 후 곧바로 의대 진학을 희망하지만 학부 졸업 후 최소 2년간은 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며 “대학 때의 피로를 벗어나 재충전의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고 의대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 어떤 의사가 될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사회봉사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좋은’ 의과대학 일수록 사회봉사 경험을 학생선발의 평가항목으로 간주하는 정도가 두드러진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질병이나 장애로 주눅이 든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학생 선발 기준인 것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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