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방문객이 있을 때마다 한결 같이 듣는 말 중에는 생각보다 시골 같은 LA라는 것이다. 마치 20년 전의 서울 변두리 정도이거나 지금의 지방 소도시 같다는 둥, 건물들이 낡고 초라하다는 둥, 길에는 왜 그렇게 사람이 없냐는 등….
사실 건물이나 상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수수해서 일 것이다.
타운의 아파트는 마치 허름한 연립주택에 가깝고 사방이 별로 시큐리티 장치도 없이 대체 어떻게 사느냐고 졸지에 불쌍한 동포소리가 절로 나왔다.
따지고 보면 집 페이먼트가 없는 덕분에 소득에 비해 지나친 소비생활을 추구하는 한국인들이야말로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이런 우리의 한인타운이 변하고 있다.
주요 도로는 물론이고 골목마다 공사 중이지 않은 길이 없다. 신축 콘도이거나 아파트 혹은 상가의 건물들이 활기차게 들어서고 있다. 마치 도시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80년대 후반까지 거의 대부분의 에스크로는 주택의 매매와 소규모 비즈니스로 주로 세탁소와 마켓이 고작이었다. 매매규모도 아주 작아 주로 부부가 종업원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규모가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서류에 사인이 필요한 경우 부부가 함께 올 수 없었고 셀러는 주로 외국인이고 우리 한인들이 거의 바이어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에스크로 오피서가 있으므로 셀러들에게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우리 한인 바이어에게 전달해 주고 우리 손님들의 불리한 점이 없도록 표 안내고 팔이 안으로 굽느라고 애를 많이 썼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발전하여 프랜차이즈를 구입하는 한인들이 늘고 타운의 아파트나 상가의 매입이 활발해 지면서 우리의 한인 타운은 우리가 돈을 버는 타운만이 아니라 드디어 우리가 소유하는 타운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윌셔가의 대형 빌딩들의 매입은 그렇다 치고 코너마다 작고 큰 상가나 아파트의 주인이 바뀌어 갔다. 그러므로 꼭 크레딧보다는 한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타운은 급격히 팽창하여 갔다.
해외여행 자유화라는 물결을 타고 투자 이민의 바람이 불면서 K타운의 콘도는 늘 뒷전에 있던 투자의 대상에서 급부상 하면서 고급 콘도 붐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학군을 위해 외곽에서 출퇴근하기보다는 자신의 사업체와 가까운 곳에서 생활을 구가하기를 원하는 요구에 힘입어 소비 상가와 금융업까지 함께 발전하게 된 것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에스크로가 우리 한인끼리의 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믿네 못 믿네 해도 우리끼리의 거래는 속 시원히 할 말을 하므로 마음이 편한 것이다.
거의 모든 사업체에도 부부 중심이 아닌 종업원 중심으로 바뀌어 대부분의 사업체에 EDD어카운트가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 중의 하나이다. 예전처럼 방과후 자녀들이 부모들의 가게에 나와 돕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의 한인타운에 첨단 대형 마켓이 생겼다고 좋아했던 것이 벌써 20여년이 되었다. 이제는 주도로마다 우리의 상가들이 차지하고 있다. 한인 소유의 건물에 주류 유명사업체들이 입주하고자 리스를 신청한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오래 전 깐깐한 건물주들로부터 온갖 불이익을 딛고 사업을 키워온 우리 손님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순두부에 냉면에 고깃집마다 노랑머리의 손님들이 기다리는 모습도 보기 좋다.
예전에 바이어나 에스크로의 체크를 건네면 이런 은행이 대체 어디에 있냐며 모멸감을 주었던 외국인 셀러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의 K타운은 어느 민족의 타운보다도 은행이 많다. 요즘은 우리 한인 바이어가 내미는 디파짓 체크에 대해 토를 다는 건물주는 없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자녀들이 쑥쑥 자라는 것처럼 K타운의 건물들이 첨단의 모습으로 함께 올라가고 있다. 콘도도 좋고 멋진 상가도 보기 좋다. 누구나 입주하고 싶어 하는 아파트는 또 얼마나 많아졌는가! 피땀 흘리며 노력하고 사시는 우리 한인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여기는 길바닥에 껌이 서울만큼은 안 붙어 있다고 말이다.
jae@primaescrow.com
(213)365-8081
제이권<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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