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덕의 월드워치
명실상부한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 (6월11일자)에 따르면, “부시 이후: 세계에서 미국의 위치를 재건하는 방법 (After Bush, How to Restore America’s Place in the World) 이라는 표제어를 다소 초라해 보이는 성조기와 함께 잡지의 표지에 올렸다. 역사상 세계 최강의 국가 미국이 적군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그동안 행동과 힘을 우위에 둔 미국의 대정책에 대한 자기성찰적인 내용이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 발췌해서 정리해 본다.
레이건 시절의 미국은 지금과 비교해서 현저하게 개방적이고 대범한 (open and expansive) 국가였지만 당시의 국내외적인 사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당시 국내의 실업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10.8%에 달했으며 이자율은 15%를 상회했다. 국제정세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앙골라, 중남미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는 시기였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중동의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였다. 하지만 기록적으로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레이건은 폭풍우의 한복판에서 낙관주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모스크바의 부상(rising power)에도 불구하고 레이건은 소비에트 연방의 잠재적인 치명적인 위기를 지적했으며 소련이 역사의 잿더미 (would end up on “the ash heap of history”) 속으로 사라질 것을 예언했다.
모든 객관적인 기준에 따르면 오늘날의 미국은 세계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테러와 불량국가들(rogue nations), 무슬림, 멕시칸, 외국기업, 이민자들, 국제기구, 자유무역 등의 이슈와 관련되어 불안과 근심에 시달려야 하는 소모적인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부시 때리기를 중단하고 부시 이후의 삶에 대해 숙고해야만 할 때다 (It is time to stop bashing George W. Bush. We must begin to think about life after Bush). 이제 19개월이 지나면 부시는 일상의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겠지만 미국은 계속해서 세계 속에서의 위치를 재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미국은 그동안 불안과 공포로 얼룩진 미국의 대외정책과 다시 한번 씨름해야만 한다. 신속한 행동우선 (no option but to act fast)과 힘으로 밀어붙이는 지난 6년 동안의 일방적인 대외정책은 몇십년을 공들여 쌓아왔던 선린외교정책의 틀을 허물었으며 동맹국들과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터무니없는 정책들에 의해 적들은 더욱 대범해졌으며 지구 온난화, 북핵 문제, 이라크 등의 당면한 국제적인 현안들을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전세계적인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앞으로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미국보다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레닌주의적인 독재국가인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입헌민주주의국가인 미국보다 더욱 많은 동정표를 얻을 수 있는가? 문제는 미국이 너무 강하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거만하고 무신경하다는 것이다 (The problem isn’t that America is too strong; but that it’s seen as too arrogant and insensitive). 많은 국가들이 미국은 그들 스스로 만든 테러리즘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다른 나라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희망적이다. 미국의 무슬림들은 일반적으로 중산층이며 온건하고 미국문화에 긍정적이다. 그들은 미국을 신뢰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여전히 신봉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무슬림들의 70% 이상이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면 사회적 성공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이는 일반적인 미국인 64%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이다. 그리고 미국의 대학들은 세계에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며 미국은 세계적인 초일류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테크놀러지와 연구 수준은 세계 최강이다.
현재 미국의 국토안보국(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의 1년 예산이 400억불이며 테러방지를 위해 공항에서 승객들을 검색하는 예산만도 년간 50억불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적인 리더쉽의 시금석은 100%의 테러예방에 (가능하지도 않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테러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적에 대한 보복조치는 때론 적절하고 중요하지만 목표물에 정확히 타격을 가했을 경우이다.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은 테러로부터의 ‘탄력성(resilience)’이다. 이는 적의 공격으로 인한 분열과 혼란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정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원래 탄력성은 재료공학에서 어느 물질이 변형된 후에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는 능력을 말한다. 만약 우리가 테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테러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공포와 두려움은 또한 테러를 넘어 불법이민자들과 자유무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요즈음 미국 정치의 역동성은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 미국은 새로운 도전과 역경에 당면해 있다. 지금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자신감의 회복이며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은 개방적이고 확신에 찬 미국이다 (What the world needs is an open, confident Americ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