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대가 만들어내는 신조어들의 양과 속도가 어찔한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다. UCC를 ‘미 전국 통용 상법’의 약자로만 알고 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사용자 제작 내용’(User Created Contents)이라는 인터넷의 새로운 총아도 UCC란 약어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혼란스럽다. www 로 표시되는 전 세계적인 통신망(World Wide Web)이란 이름이 시사하듯 하다못해 아침에 일어나 첫 일과로 코 후비는 악취미를 가진 젊은이가 그것을 비디오로 찍어 유 튜브(You Tube)에 올리면 순식간에 지구 방방곡곡에서 볼 수 있게 되니까 누구나 ‘방송인’이 되는 것이다.
유 튜브의 짧은 역사 또한 엄청난 과속성장이다. 사람들이 비디오를 올리면 웹사이트, 휴대용 단말기, 블로그나 이메일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뜨리는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로 유 튜브를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 이란 20, 30대 청년 둘이 시작한 게 2005년 2월이었다. 그 회사가 2006년 11월에는 구글 회사에 매각되어 두 설립자 청년들이 억만장자 서열에 올랐으니까 얼마나 인기가 있는 사이트인지 짐작된다.
최근 필자도 유 튜브를 몇 차례 보게 되었다. 영국 재능시합(Britain Got Talents)이란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폴 포츠란 청년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어느 창고에서 휴대폰 세일즈맨을 한다는 포츠의 노래는 엄청난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를 부르는 그의 실력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감루를 흘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고 기립박수마저 있었다. 볼품없이 생긴 약간은 뚱뚱보인 그가 오페라 노래를 하겠다니까 시큰둥한 표정을 보였던 세 명의 심사위원들마저 열광적인 박수를 보낼 정도였으니까 그가 본선에서도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주 일요일 밤 본선에서 그는 다른 준우승자들을 제치고 승리를 한다. 상금으로 10만 파운드(약 20만 달러)만 아니라 영국 여왕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주어지며 당장 레코드 취입 계약이 맺어져 금년에만도 100만 장의 CD가 팔릴 전망이니까 새 가수가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다. 크레딧카드 빚만도 3만 파운드라는 포츠의 신세가 확 바뀌는 순간이었다.
유 튜브에서 그를 보고 싶은 독자들이 계시다면 본선보다는 그의 첫 노래(예선)를 권하고 싶다. 넥타이도 없이 주저주저하면서 시작하는 그의 노래는 금방 청중을 사로잡아 열광의 도가니로 변모시키기 때문이다.
사용자 제작 내용(UCC)은 또한 내년의 미국 대선에서도 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거의 떼 논 당상이던 조지 알렌 버지니아 상원의원이 제임스 웹에게 고배를 마신 원인 중 하나는 알렌이 유세장에서 비디오를 찍던 웹의 선거운동원을 인종비하 용어인 “마카카”라고 부른 내용이 유 튜브에 방송되고 그 이후 모든 TV 네트워크에서도 반복되었던 사실이다.
이미 힐러리 클린턴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독재자(Big Brother)에 비교하는 패러디가 바락 오바마 지지자에 의해 제작되어 유 튜브에 뜬 바 있었다. 유 튜브에 힐러리 이름을 찍어 넣으면 1만개 이상의 비디오 클럽이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중에는 공화당 쪽에서 제작한 것일 수도 있는 ‘Stop Hillary’란 6분짜리도 있어 보았더니 조지 부시의 6년 동안을 맹비난한 클린턴의 한 마디를 9.11 참사 때 뉴욕의 구조대원을 위로하는 부시의 격려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인들의 전쟁 초기 미국 지지 사인을 흔들고 있는 곳과 계속 대조시키고 있다. 그리고 각 비디오 클럽 밑에는 댓글이 무수히 나온다.
한국의 컴퓨터 신조어 중에는 ‘악플러’ 라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 떴던 어느 여고생이 악플러들 때문에 자살했다는 보도 가운데 사용되는 말이다. 한글과 영어의 합성어이지만 그나마 틀린 영어 같다. 답변(reply)을 하는 사람을 리플러라고 영어에도 없는 단어로 부르는 동시에 ‘악질적인 리플러’라는 것을 줄여서 악플러라고 하는 모양이니 말의 타락도 유분수지 너무 하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정말로 묘한 시대에 살고 있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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