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인터넷까지 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잘 이용하면 유익한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다.
■여름방학, 도서관은 특별한 체험공간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공공도서관들의 인기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활동의 공간으로도 자리매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은 여름방학이 지나고 난 뒤 발생하는 부유층과 빈곤층 자녀 간의 학력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가정 출신 학생들은 긴 여름방학을 이용해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함으로써 개학한 뒤 이들의 학력은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추세다. 반면 가난한 가정 아이들은 방학기간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아 오히려 학력이 방학 전보다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런 현상은 공공도서관 무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꿈나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재미있는 독서교실과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어린이·청소년 독서교실 다양
프로그램 참여땐 상품도 받아
독후감·시 낭독·작가만남 등
색다른 체험통해 재능도 발견
LA 시립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방학 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시행되는 이번 독서교실의 테마는 ‘I Spy Books’. 스파이가 기밀을 훔쳐내는 것 같이 책속에 담겨져 있는 비밀을 염탐하자는 것이다. 도서관 측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에게 책갈피, 올해 테마가 새겨진 가방을 기념품으로 증정한다. 특히 ‘스파이=암호’란 공식을 생각하는 아이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해독해야 하는 메시지가 잔뜩 담긴 폴더를 무료로 제공한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방학동안 어린이가 독서 삼매경에 빠져 들도록 하는 것. 많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아이에게는 상품으로 책 1권이 주어진다. 또 도서관 측은 여름방학 기간에 어린이들이 작가, 음악가, 화가, ‘스토리 텔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LA시에 따르면 각급 학교의 방학 일정이 균일하지 않은 만큼 여름방학 독서교실의 일정은 각 지역 LA 시립도서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프로그램 참여 희망자는 부모와 함께 온라인(http://www.lapl.org/kidspath/events/readingclub.html)으로 먼저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후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서 ‘상품’을 받고 도서도 대출할 수 있다.
LA 시립도서관은 청소년 상대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의 테마는 ‘미래를 계획하자’. 이 프로그램은 책 읽기는 물론 참여 학생이 자신의 숨겨진 예술적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순서로 짜여 있다. 어린이 독서교실과 마찬가지로 온라인(http://www.lapl.org/ya/readingclub)을 통해 등록을 마친 학생에게는 무료 가방이 제공되며,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친 학생에게는 수료증이 주어진다.
LA카운티 정부 행정구역 곳곳에 120개가 넘는 지부를 운영 중인 LA카운티 도서관(http://www.colapublib.org)은 여름 독서클럽, 공연, 시 낭독, 토론, 만화, 시나리오 작문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여름방학 동안 시행한다. 특히 이 기간 중에는 시기에 적절한 추천도서 목록을 도서관에 비치해 학생들이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다.
글렌데일, 패사디나, 세리토스, 토랜스 등 단독 시정부가 구성된 도시의 공공도서관들도 어린이, 청소년들이 독서습관을 기르고 도서관을 재미있는 곳으로 인식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들 공공도서관에서는 노인들이 어린이와 1대1로 앉아 책을 읽어주거나 학생의 낭독을 교정해주는 GAB(Grandparents and Books)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인터넷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도서관 내에는 인터넷 서핑이 가능한 컴퓨터와 어린이, 청소년들을 위한 전용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디렉토리 참조>
■권장되는 독서 교육법
한국에서의 독서 계절이 가을이라면, 미국에서는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만큼 정신도 살찌게 할 수 있는 계절이 여름이다. 겨울방학이 2주일에 불과하지만 여름방학은 2∼3개월에 달하며, 직장인들의 대부분도 겨울보다는 이때 휴가를 간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서머 리딩 리스트’란 말이 귀에 따갑게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여름방학은 아이들이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아이 스스로 독서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테크닉’을 사용하면 좋다. 먼저 제목을 보고 무슨 책일까 생각하도록 한다. 그런 다음 책장을 넘기면서 목차를 한번 훑어보게 한다. 저학년인 경우 흥미로운 그림이 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훑어본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다른 책을 고른다. 흥미를 느낀 책은 완독 성공률이 높다.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읽을 때는 효과가 없다. 그냥 책장만 건성으로 넘기기 때문이다. 기쁜 마음으로 독서를 하면 찡그리며 책을 읽을 때보다 뇌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되고 책 내용 이해가 더 수월해진다고 한다.
독서 중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는 금방 사전을 찾는 것보다 문제 단어의 뜻을 짐작해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뜻을 짐작해서 읽은 뒤에 나중에 사전을 찾아 짐작했던 뜻을 확인한다. 예를 들면 “The alarm voiced by the committee investigating the incident had a salutary effect, for its dire predictions motivated people to take precautions that averted an ecological disaster”란 문장에서 ‘salutary’란 형용사와 ‘averted’란 동사의 뜻을 모를 때는 문맥에 맞게 그냥 ‘긍정적인’과 ‘예방하다’는 식으로 짐작하도록 한다. 관련 챕터 읽기를 마친 뒤 사전을 찾는다. 자신이 짐작한 뜻이 맞으면 기분이 좋고, 틀릴 경우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자극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어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어휘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문맥에 기초해 모르는 단어의 뜻을 짐작하는 것은 SAT 문법 시험을 치를 때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하는 기술이다.
책을 읽을 때 활자로 표현된 내용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바꾸면 아주 재미있는 독서가 된다.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 훨씬 진하게 오래도록 기억된다. 이런 독서법에 익숙한 아이들은 각광 받는 글쓰기 방법인 ‘네레티브 라이팅’(narrative writing)에도 강해진다.
독서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독후감을 쓰도록 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막연히 독후감을 쓰라고 하지 않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독후감을 가지고 자녀와 대화하려면 부모도 함께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주의점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보호자 없이 도서관에 방치되는 어린이들의 사례가 증가한다. 자녀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타인종 부모와 달리 아이들만 도서관에 내려놓는 한인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고, 딱히 애를 봐 줄 곳이 없다’는 여러 가지 사정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자녀 데이케어로 생각하는 사고에는 문제가 있다.
도서관 폐관시간이 돼도 부모가 나타나지 않을 때는 아이들이 경찰에 인계될 수 있다. 아이를 넘겨받은 경찰은 보호자 없이 13세 이하 어린이를 방치하지 못하게 규정한 ‘아동보호법’을 근거로 사회보장기관에 사건을 의뢰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해당 부모는 아동보호법 위반혐의로 처벌될 수 있고, 양육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공중도덕을 준수하는 ‘시민정신’도 가르쳐야 한다. 자녀를 도서관에 보내기 전 도서관 내부를 빈둥빈둥 돌아다니거나 떠들며 다른 사람들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한다. 한인 이용자가 많은 도서관의 경우 ‘버릇없는 아이’로만 비쳐지지만, 이용자 대부분이 타인종인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한인 어린이가 떠들 때는 ‘무례한 코리안 키드’로 인식되는 것은 물론 한인 모두가 ‘어글리 코리안’으로 매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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