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메말랐다. 북가주 100년 역사상 2006~07년 겨울이 여섯 번째로 가물었다는 보도다. 비가 평년치의 절반도 안 왔다. 고작 8인치가 좀 넘은 강우량. 시에라 산맥의 적설량이 평년의 40%도 못 된다. 게다가 따가운 볕에 급속도로 녹고 있다. 지난 세기 중 최대 한발의 해였던 1976~77년 적설량(25%)에 근접하고 있다. 과연 2007~08년은 가뭄으로 치닫고 있는가?
20년 전 두 번째로 혹심했던 1987~92년, 6년 가뭄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여름 내내 대형 산불이 일어나 캘리포니아 숲과 산야는 온통 불바다였다. 집들의 정원과 잔디밭들은 누렇게 타들고 주부들은 설거지한 허드레 물을 따로 받아 나무를 살렸다. 집에선 세차도 못했고 위반하면 벌금을 물었다. 한 번 쓸 때 물이 6~7 갤런 들던 옛 변기들을 뜯어내고 1.6갤런짜리 절수용 변기를 집집마다 달았다. 샤워나 세면대의 수도꼭지에도 절수밸브들을 설치해 물이 감질나게 나왔다. 6년 가뭄에 사람들의 인심은 마른 장작개비처럼 바싹 타들어 갔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올해 물 사정이 좀 나은 것은 작년과 재작년에 비가 많이 와 준 덕분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저수지들에 물이 꽤 저장돼 있다. 센트럴 밸리 곡창지대에 물을 대는 샤스타, 오로빌 등 대형 저수지들은 80% 이상 차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수저수지 크리스탈 스프링스도 현재 저수량이 만족스럽다. 허나 저수지가 마르기는 잠깐이다. 지난 겨울 겪은 한발이 내년에 한 번 더 온다면 북가주는 기록적인 가뭄 속으로 다시 휘말리게 된다는 전망이다.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10% 절수를 주민들에게 권고했다. 가뭄을 대비하는 첫 조처다. 우선 7월 전까지 자발적인 참여를 권하고, 만일 효과가 없으면 점점 그 강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이스트베이 상하수도국(EBMUD)도 샌프란시스코 시와 같이 자발적인 10% 절수권고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물 사정이 좋지 않은 샌타크루즈 시는 아예 5월 1일자로 강제절수를 선포했다. 포도밭이 많은 소노마 카운티도 7월부터 절수시행령이 떨어졌다. 이젠 낮에 정원이나 밭에 물을 못 주게 된 것이다.
10% 절수 권고가 적용되는 시들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헤치헤치’ 저수지물이 공급되는 베이 지역 27개 중소도시들이다. 팔로알토, 멘로팍, 벌링게임, 레드우드, 헤이워드, 마운틴비유 등 거의 전량을 헤치헤치에서 공급받는 소도시들이 포함된다. 또한 일부분만 공급받는 밀피타스(60%), 서니베일(45%), 샌타클라라(19%), 그리고 샌호세(3%) 등지에도 적용된다.
요즘 절수는 20년 전과는 많이 다르다. 10% 물 사용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여러 번 가뭄을 거치면서 집집마다 절수조치를 이미 해놓았기 때문이다. 샤워나 싱크대에 감수밸브를 달았고, 변기도 대개는 1.6 갤런짜리로 바꿔 논 터이다.
정원에도 물을 많이 먹는 관상목들 대신 준사막성 초목들로 대체한 지 오래다. 샌프란시스코 남쪽 페닌슐라 지역에선 일인당 물 소비량이 89 갤런밖에 안 된다. 20년 전보다 15%나 줄어든 양이다.
그러나 준사막지대인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가뭄을 피할 수 없다. 가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길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절수의 생활화를 위해 북가주 수도당국들은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물이 새는 변기나 세면대를 고칠 것. 이 하나만으로도 14%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잔디밭엔 밤과 새벽에만 물을 줄 것. 물 낭비가 없는 drip-irrigation 장치를 할 것 ▲세탁기는 가득 찼을 때만 돌릴 것 ▲디시워셔를 쓸 때 그릇을 먼저 씻어 넣지 말 것. 프리 린스(pre-rinse)로 놓고 돌릴 것. 1년간 6,500 갤런의 절수가 가능하다. ▲ 앞마당이나 패티오를 물로 청소하지 말 것. 빗자루로 쓸 것. ▲양치질하면서 물을 틀어놓지 말 것 ▲절수용 변기와 세탁기로 대체할 것 (EBMUD로부터 각각 150 달러 상환을 받을 수 있다). 물을 아끼자.
김희봉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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