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의 한인 세탁소에 한 고객이 허리 사이즈를 줄여 달라고 바지를 가지고 왔다. 단골은 아니지만 가끔 들르는 손님 이며, 몇년전 서비스 문제로 말썽을 빚어 “다시는 우리 세탁소에 오지 말라”고 했던 반갑지 않은 사람이다. 희대의 재판으로 졸지에 유명세를 탄 이 가게 이름은 ‘커스텀 클리너’이며 주인은 정진남씨 부부이다.
말 많은 집의 장이 쓰다던가? 일이 꼬이려고 정씨가 맡은 바지가 분실되었다. 세탁소 주인으로서는 고객에게 참 미안한 일이 생긴 것이다.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당연히 바지 값을 물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1주일도 안 돼서 바지를 찾았으나, 고객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때를 썼다.
정씨가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 고객은 로이 피어슨 이라는 흑인으로 워싱턴 D.C. 행정법원의 판사로, 이혼 한 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다. 피어슨은 바지가 없어지는 바람에 새 양복을 못 입게 되었다며, 처음에는 1,150달러를 요구했다. 10달러 수선비가 드는 바지에 대한 변상 치고는 너무 큰 액수다. 당연히 실랑이가 오갔다. 피어슨 판사가 집요하게 거액 소송 움직임을 보이자, 정씨는 1만 2천 달러의 파격적인 변상을 제시하며 소송을 피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정씨는 5년 전에도 그의 세탁물을 잃어 버려, 당시 150달러를 변상했던 고객이기 때문에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어슨은 배상액을 천문학적 액수인 6천 5백만 달러로 올렸다. 정신적인 고통과 피해 2백만 달러, 앞으로 10년 간 매주 다른 세탁소에 가기 위한 렌터카 이용비, 재판비용 50만 달러, 하루 1,500달러씩 12개 위반 혐의를 곱하고, 피해를 봤다는 1,200일에 3명의 피고인 수를 곱한 것을 근거로 무려 6천 5백만 달러 배상을 요구 했다. 피어슨은 사업체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 1건 당 하루1,500달러를 요구 할 수 있다는 워싱턴의 소비자 보호법을 적용 했다. 그리고 정씨 세탁소가 내건 ‘고객 만족’과 ‘당일 서비스’가 사기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공격 했다.
한때 그는 5만 달러를 변상 하면, 소송 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무기로 정씨를 괴롭혔다. 매일 같이 편지를 보내 피곤하게 만들고 비즈니스를 방해 했다. 약자를 돌봐야 할 법관이라는 작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악마로 변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에 이민 와서 열심히 살아가는 정씨 가정은, 지난 2년 간 엄청난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하루하루가 악몽이었다. 자다가도 놀랄 정도의 악몽은 정씨 부부에게 일생일대의 가장 가혹한 시련을 안겨 주었다. 어떤 날은 다 집어치우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니 그 고통을 헤아릴 만하다.
황당한 사건을 당한 정씨의 입장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이것은 미국만의 일이 아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설에서 “부조리하고 말이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사건으로 피어슨 판사는 법을 우롱 했다”라고 썼다. CBS-TV 데이비드 레터만 쇼는 황당함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는 피어슨 당신이 아니라, 정씨부부다”라고 보도 했다. 영국의 BBS, 프랑스 언론도 코미디 같은 소송과 미국 법제 시스템 의 맹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실 미국은 법의 이름으로 상식이하의 짓이 너무 많이 자행되고 있다. OJ 심슨 재판에서 보았듯이, 능력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면, 살인자도 무죄가 된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다가 자기 과실로 데었는데도,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수백만 달러를 챙기게 한다. 말프랙티스 소송 때문에 의료비는 엄청나게 올라가고 의사 수입은 떨어진다. 집 앞에서 놀다 넘어져도 수(고소)가 다반사다. 뒤의 차가 앞차를 건드리기만 해도 ‘정신적 충격’ 받았다고 ‘수’ 한다. 이 모두가 법의 맹점과 돈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소송 남용 사건으로 법치국가인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맹점이다.
지난 주 열린 ‘바지소송’ 재판이 금주 말 판결이 날 예정이다. 배상금을 5천 4백만 달러로 깎아 주는 선심(?)을 쓴 원고 로이 피어슨은, 여론의 뭇매에 울면서 “워싱턴의 모든 주민들을 위해 부당한 상거래 관행을 바로 잡겠다”고 강변했으나, 우리는 미국 법정의 양식을 믿고 싶다. 세기의 ‘바지 재판’은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이 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법 위에 건전한 상식이 있기 때문이다. 담당 판사는 바지 소송을 기각 시키고, 정씨부부에게 부당한 고통을 가한 피어슨에게 패소 판결을 내리고, 정씨에게 보상금을 지급토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어슨의 법조인 자격이 박탈되고 판사 재임용이 금지되기를 바란다.
정씨에게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는 미주 3만 2천개의 한인 세탁업소 뿐만 아니라, 전 미주동포들은 가혹한 시련에 지친 정씨부부가 웃음을 되찾을 때까지 정씨와 끝까지 연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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