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psychoanalysis)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무의식(the unconscious)의 역할과 관련된 일련의 과학적 탐구 방법이다. 정신분석의 가장 큰 공헌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을 이성적인 존재로 규정한 ?瑛?로고스 중심의 철학적 해석을 넘어 감춰진 무의식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는 것이다. 무의식에 기반을 둔 인간의 욕망은 늘 사회적 제반 요건들에 의해서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베일에 가려 있다 (The language of desire is always veiled and does not show itself openly). 결국, 우리의 진심은 사회적으로 의식적인 행위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욕망에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과 문화인류학을 접목시켜 마케팅 분석에 실용적으로 응용한 Clotaire Rapaille는 그의 저서 “문화 코드(The Culture Code)”에서 ‘문화 코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문화 코드는 우리가 성장한 문화를 통해 어떤 주어진 대상에 - 가령, 자동차, 음식, 관계, 심지어는 국가 등에 - 부여하는 무의식적 의미이다 (The Culture Code is the unconscious meaning we apply to any given thing ? a car, a type of food, a relationship, even a country ? via the culture in which we are raised). 같은 현상과 사물에 대해서도 이러한 상이한 문화적 코드를 배경으로 그 해석도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코드를 분석하기 위해 그는 먼저 언어적인 분석을 시행한다. 언어와 무의식과 욕망은 늘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로 태양은 남성명사이며 프랑스인은 태양을 남성(le soleil)으로 인식하며 남성을 찬연히 빛나는 존재로 인식한다. 반면 여성은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달을 뜻하는 여성 명사인(la lune)과 연관시킨다. 반면에 같은 유럽권의 국가지만 독일인들에게는 태양은 정반대의 개념적 의미로 인식된다. 독일인들에게 태양은 사물을 양육하는 여성형이고 남성은 밤이며 어둠이며 달이다. 이러한 문화적 코드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한 문화의 언어적 개념에 의한 남녀의 본질적인 개념상의 차이, 사회적 관계, 역할 등의 인식의 근거를 이해할 수 있다.
라파이유는 그 밖에 자동차, 음식, 섹스, 스포츠 등의 다양한 문화적 코드의 분석을 통해 문화의 심층을 해석한다. 미국인들은 차를 구입할 때 겉으로는 차의 성능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자동차에서 진심으로 기대하는 것은 기계적인 성능보다는 자유롭고 관능적인 경험이다. 또한 섹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무의식의 코드는 폭력이며 따라서 성숙한 미국 여성들은 아름다움(being attractive)과 도발적인 섹시함(being provocative)의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하며 지나친 섹시함(being too sexy)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류 회사인 ‘Victoria’s Secret’의 마케팅 전략이 크게 성공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회사는 여성들의 이러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속옷인 란제리는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도발적일 수 있는 안전한 의류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 단어의 절묘한 배합을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빅토리아’, Victoria 는 엄격함과 억압을 암시하는 반면, ‘시크릿’, Secret은 감춰진 방 또는 성적 매력과 아름다움의 금지된 표현을 암시한다. 따라서 여성은 사회적 경계선을 넘어 안전하고 은밀하게 자신의 내면의 욕망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기호학적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문화적 무의식을 발견하는 제 1원칙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믿지 마라 (Principle 1: You can’t believe what people say)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사람들의 진심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말을 무시하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일부러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관심사나 취향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질문에 답할 경우에는 무의식에서 우러나는 감성이나 본능보다는 지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표면적인 발화와 내면적인 진심은 늘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의 분석은 어느 면에서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음식문화의 경우,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All-you-can-eat buffet)과 패스트 푸드점은 프랑스에서 경험하지 못한 미국인들의 지닌 많은 특성 중의 하나인 비천한 태생에서 기인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미국인들은 식사가 끝나면 ‘배가 부르다(I’m full)’ 라고 말하며 프랑스인들은 ‘맛있었다(That was delicious)’라고 말한다고 한다.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계층이 상존하는 인종, 문화적으로 매우 복잡한 나라이다. 음식문화에 대한 반응도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유럽문화에 익숙한 라파이유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문화적 코드를 통한 색안경으로 타문화를 해석한다.
사람들의 진심과 진실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욕망의 간접성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우리가 탐색하고 초점을 맞춰야 하는 대상은 바로 문화적인 틀에 의해 종속되고 사회적 언어에 의해서 무시되거나 금지되는 경험의 측면이다. 여기에 진심이 감춰져 있다. 한 문화의 집단적인 문화적 코드를 벗어나 객관적으로 타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때론 상당히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상이한 문화 집단들 사이에는 늘 긴장과 갈등이 상존한다. 하지만 테크놀러지의 발전으로 지구촌화 돼가는 세계에서 타문화의 이해와 수용(understanding and accepting)은 21세기의 지구촌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인류가 실천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Jonglee2003@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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