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떨고 수업 분위기 망치는 자녀
초등학교 2학년 조나단과 엄마가 선생님이 보내온 notice를 가지고 왔다. 수업 중 행동이 분잡해서 방해가 되므로 빨리 개선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들과 함께 공부시키기 어렵다는 내용과 정학(suspension)도 불가피하다는 경고성의 주문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이 지시하는 내용을 한두 마디만 대강 듣고는 마치 다 알아들은 듯이 행동에 옮기고, 수업 한 시간 동안에 연필을 둘, 셋씩 부러뜨리고, 바닥에 뭘 떨어뜨려서 줍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고, 과제물은 방만하게 늘어놓고 끝을 낼 줄은 모르고, 다리를 이리저리 꼬거나 덜덜 떨거나 엉덩이를 들썩거리거나 팔을 북북 긁어서 옆에 앉은 아이들이 불평을 하게 만들고, 며칠 전에는 선생님 책상에 가서 물건을 뒤졌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소개하는 신경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는데 신경각성제 Ritalin을 복용하는 방안을 내놓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어린 학생들의 교실 내 행동에 교사의 책임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notice에 적힌 내용만 보고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거나 자녀 행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 단정 짓기 전에 일단 선생을 만나서 자녀의 행동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보고 왜 선생이 이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 또 자녀의 행동과 선생이 보고한 것이 일치하는지를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학령기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빈발한 행동장애가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이다. 단체의 규칙과 질서가 요구되는 학교 공부가 시작되면 집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행동들도 눈에 드러나게 되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좀 과다하다 싶으면 선생으로부터 주의산만(inatten-tive)하다 또는 충동적(impulsive)이고 과잉행동(hyperactive)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다.
주의산만, 충동행동, 과잉행동, 또는 이들 행동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증상이 미국 신경정신과 AD/HD 진단기준과 일치하므로 의사는 Ritalin과 같은 신경각성제로 행동을 다스리고자 하고, 선생은 약을 복용해서 차분하게 수업에 임하는 학생을 환영하며, 부모는 더 이상 학교로 불러가는 일이 없어서 좋은데 여기에다 필자와 같은 심리치료사마저 가세를 하면 어른들의 이해가 딱 맞아 떨어져 아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신경각성제 복용을 시작한다.
신경각성제의 대표적인 브랜드 Ritalin은 FDA가 Schedule-II 처방약으로 엄격히 규제하는 약품으로 일시적으로 심리상태를 각성시켜 충동적 과잉행동을 억제하도록 주의력을 일깨워 준다. 부작용으로는 발육억제, 식욕 및 성욕감퇴(성인), 수면장애, 소화기 장애, 두통, 그리고 약이 물질대사 되고 난 다음에 느끼는 극도의 피로감,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의 반응 등을 들 수 있다. 성장기 자녀들이 이 약을 복용하게 될 경우 주말과 연휴에는 투약 휴식기간을 주어 정상적 발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주어야 한다.
조나단과 같은 경우 자녀 편에 서서 교실 내 행동을 분석하고 문제가 있다면 행동개선에 다른 선택은 없는지, 약물치료는 반드시 필요한지를 결정해 줄 부모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경우 약물치료에 앞서 뇌파(EEG) 치료나 인지행동 치료와 같은 치료방법으로 자녀의 교실 내 부정적인 행동을 개선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치료방법은 시간을 요구하는데 그래도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처방문제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자녀가 학교 단체행동이나 집중력에 문제를 보이고 있음이 분명하면 AD/HD, 학습장애, 또는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가의 상담 및 진단을 받도록 하고 문제가 밝혀지면 학교에다 IEP(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를 신청하여서 개별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가정에서도 조속한 행동교육을 시작하도록 한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는 침착하게 행동하여서 자녀에게 가장 최선의 것을 제공해 주는 자녀권리 옹호자가 되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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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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