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종교적 측면이 아닌 학문적 필요성에서 정규 수업으로 하는 학교가 크게 늘고 있다.
‘성경 수업’ 공립학교에 급속 확산
성경을 가르치는 공립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공립학교에서 성경과 기도를 금지한 연방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성경 교육이 가능한 이유는 비종교적 접근법 때문이다. 신앙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성경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문적 관점에서만 가르친다는 것이다. 미국 중남부에서 시작돼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공립학교 성경 가르치기 현상을 살펴본다.
강의·논쟁에 필수적 교양지식
신앙적 관점 아닌 학문적 접근
37개주 460개 교육구서 채택
“특정 종교교육은 위헌”논란 속
성경 배운 학생이 성적 더 우수
▲왜 그런가
공립학교 내 성경교육 옹호단체들에 따르면 성경수업을 시행하는 공립학교 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37개주 460개 교육구에서 일반 교육 프로그램으로 성경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경교육을 실시하는 공립학교 수는 증가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성경을 알지 못하고는 서양 문학, 미국 문학은 물론 역사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데 있다. 특히 변호사 같이 문과계통에서 커리어를 가지려는 학생들에게는 성경 지식이 필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면 누구나 공부해야 하는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성경이 1,300여번 인용됐다. 성경적인 배경, 전황에 무지하면 성경이 인용된 작품의 문학적 향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수박 겉핥기식 이해만으로는 좋은 북 리포트를 쓸 수 없고 점수가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경을 모르면 미국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충분히 알 수 없다. 많은 교수들이 성경 구절을 비유법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기 때문에 대학 공부 또한 제대로 할 수 없다.
한 사례는 국제관계학 학도들이 필독해야 하는 ‘힘들 때의 정치’다. 미국, 영국, 독일, 스웨덴 등 국가의 자유무역 변천사를 다룬 이 저서에서 피터 고레비치 박사는 호황과 불황의 순환을 설명하면서 ‘일곱 해 풍년과 일곱 해 흉년’(Seven fat years and seven lean years)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출애굽기에 나오는 ‘요셉의 꿈’ 이야기를 모르는 학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고, 이런 학생들은 A학점 받기가 힘들다.
전 LA타임스 칼럼리스트인 데이빗 제럼터 예일대 교수는 “약속의 땅(Promised Land), 언덕에서 빛나는 도시(Shining City on Hill), 계약(Covenant)의 숨겨진 성서적인 전후사정을 모르고 미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제럼터 교수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미국인을 ‘선택된 민족’이라고 자주 표현한 사례를 들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신에 선택받은 민족이란 자부심으로 고난을 극복했다는 성서적 배경을 알고 있으면 링컨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정당성 과시와 남북전쟁에 지친 북부 사람들을 격려하려고 이 표현을 선택했던 까닭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 교육 옹호자들은 미국 인권 역사를 공부할 때 반드시 접하게 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들 중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라는 표현도 성경을 모르면 그 느낌을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중 진행되고 있는 창조론과 진화론자들의 논쟁 역시 창세기 1∼2장을 읽지 않은 사람은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스턴 대학의 스티브 프로테로 교수는 자신의 저서 ‘종교 교양’(Religious Literacy)에서 모든 공립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비판이나 지식 주입이 아닌 교육 차원에서 모든 미국인에게 고교 졸업 때까지 성경과 세계 종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테로 교수는 “미국인 90% 이상이 자신을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면서도 성경이나 종교에 대한 기본 교양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모든 정치적 충돌 이면에는 종교 갈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만만치 않은 반대 의견
성경 교육 확산에 대한 반대의견은 무시 못할 정도다. 특히 LA 지역은 종교단체가 설립한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성경 교육을 시행하는 공립학교가 거의 없다.
성경 교육 확산 반대자들은 지난 1963년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먼저 내세운다. 이 판결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에서 성경과 기도를 금지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도 반대의견의 근거로 등장한다. 학교에서 특정 종교의 경전을 의무적으로 가르칠 때 학생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고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헌법의 근본 권리를 박탈 당한다는 주장이다.
개인주의와 진보적 성향이 강한 LA 지역에서는 변호사들이 핵심 구성원인 인권단체들이 공립학교 내 성경교육에 반대하고 있다. 교육구에서 성경교육을 시도하려고 할 때마다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이런 반대의견은 성경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올리면서 희석되고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성경교육이 시행되는 공립학교 학생, 학부모의 60% 정도는 “학업에 도움이 되고, 시야를 넓힐 수 있다”는 이유로 성경교육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시사주간지 타임도 성경교육 확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타임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성경을 지나치게 자주 인용한다는 점 때문에 성경에 정치적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민주당조차 성경을 인용한 선거운동이 더 효과적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면서 “성경은 우리의 언어를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미국 교육자협회는 성경교육의 확산에 대해 지침을 마련해 일선 교사들에게 알리고 있다. 지침에는 성경공부는 학문적으로만 접근한다고 명시한다. 예를 들면 성경에 담긴 종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함축된 문학적 향기를 가르친다는 것이다. 또 성경을 가르칠 때는 다른 종교를 함께 가르치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양한 종교적 시각에 학생들을 노출시켜 이해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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