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만 한인운영 100여곳 넘어
’학생 모시기’치열… 가격 천차만별
교재·교육방법 꼼꼼히 따져 선택해야
여름방학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인 학부모들이 바빠지고 있다. 방학이 끝난 후 치러지는 SAT 준비를 위해 자녀에게 ‘딱 맞는’ 학원 물색 때문이다. 주류사회에서도 알고 있는 한인들의 사교육 열풍 탓에 LA지역에만도 한인 운영 SAT 전문학원 숫자가 100개를 초과하다 보니 마땅한 학원 찾기가 쉽지 않다. SAT 학원 샤핑에 나선 학부모들을 위해 학원 현황과 학원 선택 시 주의사항을 소개한다.
▲실태
SAT 전문학원 관점에서 여름방학은 큰 대목이다. 11~12학년에 올라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10월 SAT 준비를 이 기간에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 전국에서 학원 체인을 운영 중인 한 유명 학원의 여름방학 수강생 수는 5,000여명 정도. 1년 수강생들의 절반 이상이 이때 몰려든다고 한다. 군소 학원들의 실정도 비슷하다. 그래서 이때만 학원 공간을 추가로 늘리고, 교사도 더 채용한다.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자는 것이다.
경쟁이 심하다보니 학원들마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내세우며 학생들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학원 업계에 따르면 한인사회에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SAT 학원은 ‘닥터 양 교육센터’와 ‘엘리트’ 등이다.
교육센터를 운영하는 양민 박사는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학습관리로 수험생의 실력 향상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또 SAT 준비반 및 문법, 독해, 작문 등 SAT 과목별 개인 지도반이 편성돼 있다. 위성방송을 통한 SAT TV 강좌도 시행한다.
엘리트 학원은 여름방학 동안 ‘서머 부트(boot) 캠프’를 운영한다. 군대 신병훈련소를 뜻하는 부트 캠프가 암시하듯 강도 높은 SAT 공부가 방학동안 실시된다. 25개 지점을 미 전국 및 한국에 두고 있는 엘리트 학원은 자체 제작한 교재물을 사용한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 지역을 뜻하는 ‘베이 에리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어온 학원 ‘플렉스’(FLEX)는 학생의 능력과 필요에 따른 유연성 있는 맞춤형 사교육을 제공한다. 이번 여름방학에 맞춰 LA 진출을 준비중인 FLEX 학원이 내놓은 것은 청소년 영재 프로그램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존스 홉킨스 대학의 CTY, 스탠포드 대학의 EPGY 프로그램을 직접 가르쳤던 교사들을 초빙, 이들 대학에서 시행하는 영재 프로그램과 동일한 학습 자료와 교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한다.
주류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프린스턴 리뷰’ 또한 한인 학생 공략에 나섰다. 한인 직원까지 채용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프린스턴 리뷰는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하는 학부모, 학생에게 SAT 연습용 시험세트를 무료로 보낸다. 보내지는 답안과 에세이에 대해서는 채점을 한 뒤 보강돼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안내한다.
‘키 아카데미’는 여름방학 집중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실력 있는 사람, 사람다운 사람”을 주창하는 학원이 제공하는 SAT반은 8주 완성이 목표다. 학원 측은 “앞서 가는 학생은 남다른 비법이 있다”며 키 아카데미에서 ‘남다른 비법’을 여름방학 동안 습득하도록 돕겠다고 말한다.
SAT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종합학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Top Learning Center’는 “Summer Vacation! 공부 재미로 빠져 볼까?”란 광고로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학원 측에 따르면 여러 해 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많은 원장들이 자율적으로 연구하여 “그때그때 변화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운영철학이라고 한다.
학원들은 여름방학 기간 중 급증하는 SAT 학원 수강생을 수용하기 위해 부피 불리기에 나선다. 사진은 타운 내 한 학원의 수업 모습.
과장 광고에 조심하라
‘명문대 출신 강사’‘명문대 다수 진학’
그대로 믿었다간 낭패보기 쉽상
거쳐간 선배들 ‘입소문’ 참고 도움
수학, 영어 같은 주요 과목의 기초 다지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학원도 등장했다. 눈높이 교육으로 잘 알려진 ‘대교 아메리카’가 제공하는 ‘E.nopi Math and English’는 한 사례다.
학원 측에 따르면 LA 통합교육구와의 계약에 따라 호바트, 알렉산드리아 초등학교와 베렌도, 버질 중학교 재학생들은 방과 후 무료 프로그램 혜택을 입을 수 있다. 대교 아메리카 측은 “보조교육 제공업체로 선정돼 무료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며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및 공부시간
학원들의 여름 SAT 특별반은 통상 8주 운영된다. 일반적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2시, 혹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수업이 진행된다. 학교 수업시간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학원 수강료는 천지차이다. 인기 있는 SAT 전문 학원들의 경우 2,200~2,500달러 수준의 학원비를 받는다. 하지만 강의 횟수와 ‘옵션’에 따라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기본사양에 추가되는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과 유사하다.
기본적인 SAT 강의 외에 부족한 과목 보강수업을 듣거나 진학상담까지 받게 될 때 수강료가 4,000달러를 초과할 수도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수업비용 차이에 대해 “학생마다 성적 차이가 있고,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다 보니 학원비가 균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의점
학부모들은 학원 한번 안가고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아이들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기도 하지만 ‘다들 하는데, 내 자식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학원 선택을 할 때는 가능한 정보를 모두 이용해야 한다. 주택을 구입할 때 단 한 채만 보고 계약을 맺지 않는 것같이 많은 학원들을 비교한 뒤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녀를 대학에 보낸 ‘선배’ 학부모들의 입소문 또한 좋은 정보다.
가장 유의할 점은 과대·허위 광고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바심 난 학부모들이 광고만 보고 학원을 선택하지 않도록 조언한다. 특히 ‘우리 학원에서 SAT 공부를 한 뒤 명문대 진학에 성공했다’는 식의 광고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다보니 대목을 잡고 많은 돈을 벌려고 허위·과대광고를 서슴지 않는 몰지각한 학원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례로 서부의 한 명문 사립대로 진학하는 A군의 부모는 아들이 10학년 여름방학 때 잠시 다닌 학원에서 사진까지 실어가며 ‘본 학원 출신 명문대 입학’이라는 광고를 보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밤 잠 설쳐가며 공부하고, 식사시간을 줄이려 자동차 안에서 밥 먹어가며 과외활동에 열중했던 아들이 마치 학원 덕에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광고됐기 때문이다. A군 부모에 따르면 A군은 “학원이 전혀 도움이 안됐고 자습이 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사의 자질 또한 따져보고, 훑어보고,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이다. 한인 학부모들은 하버드, 예일 등 소위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강사를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명문대 출신자=무조건 좋은 강사’란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가르치는 과목을 대학에서 전공하지 않았거나, 가진 지식을 학생들에게 쉽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종사자들은 광고물을 세심하게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SAT 전문학원 광고물에는 학원 강사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강사진의 우수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인’ 선생을 선호하는 인종 편견적 잣대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점수 높이기 작전의 성공 여부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교재는 학원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란 설명이다. LA의 일부 SAT 전문학원 가운데는 체계적인 커리큘럼이나 강사 없이 시류에 편승해 설립한 곳이 많은 만큼 교재 출처, 내용, 다른 학원과의 차이점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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