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학과에서 일본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세미나 중에 일본학을 전공한 어느 미국인 백인교수가 칠판에 유창한 일본어와 영어를 함께 쓰면서 일본인들의 심리구조를 도식적으로 설명했다. 아시아와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은 서양세계에 많은 관심을 끌고있다. 다른 동양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오리엔탈리즘에 근거한 서방국가의 일방적인 해석은 일본을 여전히 극복되어야 할 미스터리 국가로 남겨 놓았다. 그들은 일본인들이 마음을 다음과 같이 구조적으로 도식화시킨다.
‘Uchi’(內) -> hone (real mind, 本音)
‘Soto’ (外) -> tatemae (persona, 立前)
쉽게 말해서 일본인들은 직설적인 서양인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일본인들만의 유별난 심리적인 특징일까?
성인이 돼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누구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생활에는 많은 오해와 갈등이 증폭된다. 세미나 중에 의문이 생겼다. 그러면 미국인들의 밝고 친절한 미소는 어떤가? 결국, 다민족국가인 미국에서 사회적인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인 ‘페르소나(persona)’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않은가? 좀 더 보편적인 접근이 아쉬웠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경우 우리 모두는 사회 생활을 위해서 가면 rsona, 페르소나)을 써야 하는 운명이라고 갈파했다. ‘페르소나’는 원래 라틴어로 ‘연극을 할 때 쓰는 가면(theatre mask)’을 의미한다. 이는 자아를
대신해 외부세계와 타협을 하는 의식의 한 부분이다.
다시말해, 연극무대에서 배우가 가면을 쓰듯 개인이 다른 사람과 관계하는 공식적인 장면에서 쓰는 사회적인 성격이다(Persona is the face we wear for society).
페르소나는 민족성, 사회적 계층, 문화, 직업 등에 의해m 변조된다. 각 개인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여러개의 가면을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때로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에 빠진다. 늘 진실은 쉽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의 원만하고 건강한 사회 생활과 교류는 어떻게 우리의 페르소나를 사회적 상황에 잘 적응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심각한 문제는 자신을 사회적 연기인 페르소나와 완전한 동일시에서 오는 혼란에 있다. 이처럼 동일시된
페르소나는 경직되고, 일차원적이며, 소외된 성격으로 나타난다.
우리 모두는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규정되고 부여받은 가면에 의해 우리 자신들의 다양한 모습을 잃고 단 하나의 페르소나를 보여주며 강박적으로 살고 있는지 모른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가면의 모습이 사회적 실제라고 감히 단언한다. 이 단 하나의 표면적인 가면에 길들여지고 집착하면서 우리 자신의 본질을 잃고 가면 뒤에 아무것도 없음을 오히려 두려워하는 텅 빈 의미가 되어 간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신경증은 현실생활에서 자신을 지나치게 제한된 영역에 가두며 자아가 이드의 일부를 억압할 때 발생하며 정신병은 자아가 이드에 의해서 현실에서 아주 일탈해 버리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The essential difference between neurosis and psychosis was that in the former the ego, in the service of reality, suppress a piece of the id, whereas in a psychosis it lets itself be induced by the id to detach itself from a piece of reality).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도한 문명의 억압 속에서 크고 작은 신경증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하지만우리 문화는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를 공론화시키는 것을 꺼리며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한다. 모든 사회적 문제는 결국 개인의 문제와 직결된다. 때론 거칠고 쉽게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이국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이 문제는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신경증은 보다 융통성 있는 다양한 성격을 개발하면 사라진다고 한다. 문제가 더욱 커지기 전에 삶의 모습을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해 보자. 우리가 늘 쓰고 있는 낡고 경직된 가면을 벗어 던지고 때론 다양하고
솔직한 나를 다른 가면을 쓰고 이 세상에 표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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