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의 사진 강의 #18
이 사진 강의를 시작할 때부터, 사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책을 사보면 쉽게 알 수 있으므로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으로 엮어가고자 노력해오고 있다. 어린 자녀들이 매일 저녁 밥상에 무엇이 올라오는지 어머니께 “What’s for dinner?”라고 묻는다. 어머니는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해주려고 바쁜 와중에 머리를 짠다. 그보다 더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게 바로 이 사진 강의 같다. 교과서를 복사한다면 몇년 동안이라도 누워서 떡먹기인데, 평상 시의 작품 활동과 다른 활동 외에 야전 경험을 글로 써야하기 때문에 양념이나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고 그냥 이 사진 강의 요리를 엮어간다. 때로는 밤을 새면서 엮기 때문에 실수도 많고 스펠링이 틀리기도 했는데, 독자 여러분은 아시는지 조용하기만 하시다.
풍경 사진이란 글자 그대로 경치를 찍는 사진인데, 여행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안가본 사람들은 ‘어디냐?’고 물으며 ‘가보고 싶다’, ‘너무 잘 찍었다’ 등의 찬사에 자신의 어깨가 우쭐해진다. 그러나 프로에게 보여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발자국 늦었다’든지 ‘너무 일찍 서둘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처럼 풍경 사진 촬영은 시간과의 싸움일 수 있다. 그래서 전날 위치 선정을 해두고, 다음날 아침 해뜨기 전에 가서 기다린다. 아니면 차를 그곳에 세워두고 아예 차 속에서 잠들기도 한다. 아침에 눈뜨면 그많은 꾼들이 각자의 차 속에서 잤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이스턴 시에라에서 사진 워크 샾을 인도할 때, 내일 아침은 다섯시에 출발한다고 하면, 모두들 다섯시 전에 준비 완료하고 나를 기다렸다. 모두들 강사에 대한 기대와 신뢰 덕분에 병들고 지친 사람이 없었다.
풍경 사진에는 광각 줌이나 망원 줌이 필요하다. 단 촛점 렌즈가 필요할 수 있으나, 요즘의 렌즈 설계 기술 발달로 인해 줌 렌즈면 충분하다. 촛점 거리는 필름의 크기 (35mm, 중형 또는 대형 카메라) 또는 디카의 센서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중형의 80mm 렌즈는 35mm 카메라의 50mm 렌즈와 화각이 거의 같다. 화각이란 뷰 파인더를 들여다 볼 때, 화면의 한쪽 구석에 보이는 부분과 눈과 대각선으로 다른쪽 구석에 보이는 부분이 이루는 각이다. 카메라 퓨 파인더의 구석이 아니라, 구석에 보이는 장면이라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 우리 눈은 보통 화각 50도이내의 장면을 일시에 볼 수 있다. 이보다 각이 크면 눈을 돌리든지 목이나 몸을 돌려야 다 볼 수 있다. ‘한 눈에 다 보인다’ 하면 50도 이내에 위치한 사람이나 사물이다. 화각이 50도 보다 큰 렌즈는 광각 렌즈이고 그보다 협소하면 망원 렌즈가 된다. 여기서는 35mm 필카를 기준으로 촛점거리를 설명한다.
(1) 광각 렌즈 (17-35mm)
광각 렌즈로 구도를 짤 경우, 전경을 (foreground) 찾는 일은 배경을 (background) 찾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가능하면 작가는 최대한으로 주제에 가까이 접근하도록 한다. 렌즈의 최근접 촬영 거리까지 접근할수록 좋다. 화면 안의 모든 물체의 촛점이 정확하게 맞춰지도록 focusing 과 심도 (DOF: depth of field) 를 정할 것. 그 다음에 전경을 포함시켰다 뺐다 하면서 선택적 focusing을 해볼 것. 자신이 만족할 만한 구도에서 멈출 것.
만약 광각 렌즈를 써서 카메라 렌즈가 아랫쪽을 보도록 기울이면 과장 효과가 난다. 이 과장 효과를 활용하는 연습도 할 것.
(2) 망원 렌즈 (70-300mm)
망원 렌즈를 쓸 때에는 지금 어떤 구도를 시도하고 있는지 화면을 상하 또는 좌우 이등분해서 살펴 볼 것. 망원 렌즈에서는 압축 효과가 나기 때문에 거리감을 줄여 준다.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까이서 보면 꽃들이 많이 안보여도 멀리가서 망원 렌즈를 쓰면 많은 꽃들이 한 곳에 모여 핀 것 (clustered)처럼 보인다.
전경을 포함시켰다 뺐다 하면서 선택적인 focusing을 시도할 것.
(3) ‘빛’이여!
구도가 짜였어도 이 조명이 만족할 정도가 아니면, 아마도 때가 아니다. 그만큼 눈의 훈련이 필요하다. ‘낮에는 위치 선정을, 일출 일몰 시에는 촬영을’하는 말이 있다. 풍경 사진에는 해가 중천에 오면 무미 건조한 느낌을 준다.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 길 안내를 하면, 그냥 가보는 효과 외에는 큰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진 예술이란 결국 빛을 화면에 담는 일이다. 빛이 없다면, 사진 예술도 없다.
<폴 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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