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2007년 전반기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는 통계가 나와 경제계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측정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심상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서 월가에서도 경고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거시경제의 증상은 언제나 경제성장 또는 실업율과 인플레이션의 상관적 역관계로 표출되고 있다. 즉 경제성장이 잘 되어 실업률이 낮으면 인플레이션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반대로 경제가 침체해 실업률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은 낮아지는 실업률-인플레이션의 역관계이다.
이는 1958년 영국의 경제학자 A. W. 필립스가 영국에서 실업률과 현금임금변동의 관계를 1861년에서 1957년까지 거의 100년 동안의 자료를 활용하여 연구하여 발견해낸 명제로서 일명 ‘필립스 커브’라고도 한다. 즉 경제성장이 적정하여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조짐이 나타나고, 인플레이션이 낮으면 경제성장이 느슨해지고 실업률도 올라가게 되어 있는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미국경제는 지난 몇 년 동안 온건한 인플레이션-실업률의 역관계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온건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관계가 깨어지는 경향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2007년 전반기를 지나면서 미국의 거시경제가 드러내는 조짐이라는 설명이다.
먼저 인플레이션의 측면에서 노동부 노동통계청의 보고를 보면 시간당 보수가 금년 1·4분기에 예상 이상으로 2.8% 상승했고, 단위노동비용도 1·4분기에 1.8% 높게 올라갔으므로, ‘비용촉진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지난 2, 3개월 전부터의 석유값과 자연개스값의 상승은 에너지사용을 많이 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비상승-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된다.
셋째, 중요한 것은 노동의 생산성이 금년 1·4분기에 예상보다 매우 낮게 1.0%정도만 증가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요인 중의 하나인 생산성의 증가에서도 인플레이션의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인플레이션의 상승이 실업률의 하락 또는 경제성장의 증가로 연결되면 일상적인 경기변동의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지금 미국 거시경제의 현황이다. 즉 통계수치에 나타난 실업률은 4.5%로 아직 수용할만한 수준이겠지만, 실업을 유발하는 경제내실이 그리 튼튼하지 못함을 보여 준다.
다른 비관적 소식은 5월의 일자리 상실이 7만1,115개로 작년 5월에 비해 32%나 올라간 것이다. 일자리의 상실은 경기침체의 징후를 나타내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 거시경제를 더욱 비관케 만드는 분야는 작년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주택시장의 침체이다. S&P/Case-Shiller 미국 전역 수치에 의하면 주택가가 금년 1·4분기에 1991년 이후 가장 낮은 1.4% 떨어졌고, 이코노미스트지의 미국 10대 도시 월 수치에 의하면 주택가가 금년 1월에서 3월까지 1.9% 하락하였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지만 일반소비자의 소비를 떨어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붕괴시키고 금융재정시장의 전반에까지 파급하게 된다는 극단비관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저성장/고실업율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올라가는 현상을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부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상은 근래 미국 거시경제 역사상 2차례 있었다.
석유파동 때인 1974~76시기와 최대 경기침체 때인 1980~83시기이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1974년에는 11.0%와 5.6%이었고, 1980년에는 13.5%와 7.1%이었는데, 얼마나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이었는지 모른다.
2007년 전반기를 지나면서 미국 거시경제가 조짐을 나타내고 있는 저성장과 온건한 인플레이션의 현상은 1974년과 1980년의 현상같이 심각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상이 앞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던져 준다.
백 순 / 연방 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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