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독자의 편지
퀸미용실 여사장을 그리며, 유진마켓 여사장을 생각하며
지난달 31일 새벽 숨진 오클랜드 퀸미용실 여주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편지가 11일 오전 본보 편집국에 전달됐다. 한국일보 독자이자 고인과 친하고 싶었으나 친해질 기회를 갖지 못한 한 이웃이라고 밝힌 필자는 독실한 신앙심을 가진 사람인 듯 그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피하지 말고 담대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면 구원이 있으리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필자는 특히 돈문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심지 구실을 하고 있지만 생각과 태도만 바꾸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말로 가장 쉬운 문제라며 돈사슬에 얽혀 소중하게 쌓아온 인격을 스스로 짓뭉개지 않을 것을 권하고 있다. 아울러 낙찰계와 비즈니스를 동시에 부도내고 잠적한 유진마켓 여주인에게도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제2의 삶을 권고하고 있다. 이 편지를 옮겨싣는다. 다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 맞춤법 등 극히 일부를 다듬었음을 밝혀둔다. 편지에 제목이 따로 없으나 편지에서 짚혀지는 필자의 취지를 감안해 편집자 임의로 붙였음을 아울러 밝혀둔다. <편집자 주>
먼발치 조금 안면만 있던 분이며 가끔 마켓에서 마주치면 어쩜 저렇게 여성스럽고 얌전할 수있을까, 비슷한 연배 같아서 더 부러웠(었)습니다. 신문을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고인의 가족들과 이웃사촌들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은 돈이 이리저리 관계가 문제가 되여서 참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죽음으로까지 고귀한 한 생명... 살다보면 사업에 실패도 자식에 대한 실망도 결혼생활에 실패도, 어쩜 삶 자체가 종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고행과 실현의 연속이기에 우리에게는 종교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 과연 우리가 각자 잘 믿고 있다고 평상시에 생각하는 각자의 종교가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우리는 진지하게 내 믿음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내 종교의 확신과 내 믿음이 진실이 아닐까요? 돈의 관계는 정말 무한한 믿음과 두터운 우정과 나아가서는 마음이 따뜻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많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빚 보증은 절대 하지말라고 옛말도 있고 성경에도 있지만 돈 관계를 하고싶은 사람이 몇사람이 될까요? 사업에 실패해서 부득이 못값을 수도 있겠지요. 그 마음이야 오죽 하겠어요.
그러나 본인을 믿고 도와준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내가 믿고 있는 종교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아주 조용히 들어보셔요. 분명히 들여주실 겁니다. 들어주실 뿐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생각까지도 하실 수 있게끔, 우리가 믿고 있는 그분이 도와주실 겁니다. 인생은 피해간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피해간다고 안심하고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어느 날 내 앞에 있더라구요. 내가 빚을 졌으면 그 사람에게 찾아가서 모든 것을 솔직히, 밥 먹을 것 죽 먹으면서라도 당신의 빚을 잊어버리지 않겠노라고 하면, 당신을 사랑했던 그 마음으로 도와주었는데 어찌 기다려주지 않겠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진마켓 사장님도 다시 이 동네로 돌아오셔서 용서를 빌고 그 오랜 경험을 살려서 다시 시작하신다면 당신의 용기에 동네분들이 기다려주지 않을까요? 퀸미용실 사장님의 죽음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 한동네 사람으로서 심히 걱정됩니다.
그분의 죽음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는 줄 압니다만, 해결은 단 한가지 아닐까요? 돌아가신 그분과 어떤 관계로 연결이 되었든간에 목숨까지 포기한 그분을 생각하고 여러분이 믿고 있는 종교에서 말하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그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시고 진정한 용기를 내신다면 고통은 물러가고 대신 몇배 복을 받으실 겁니다.
저는 이 동네에 살면서 신앙생활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실천하고 노력하며 오늘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 것에 용서를 구하며 하루하루를 어제보다 나은 삶이 되도록, 늘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돌아보면 아 이거 또 놓쳤구나 하고 반성하는 실수투성이 사람이지만 그런 실수를 통해서 한걸음 한걸음 인격을 보다 낫게 닦아나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돈돈돈 하면서 사람들이 갈라서고 미워하고 속이고 싸우고 도망치고 쫓아다니고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돈 문제 하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양보를 안하고 그러는 것 같지만, 나이 육십 넘어 돌아보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어떻게 보면 제일 쉬운 문제 아닌가 생각합니다. 백불 빚졌는데 당장 백불이 없다고 나몰라라 하지 말고 입는 것 줄이고 먹는 것 아끼고 해서 하루에 한달에 단 1불씩이라도 갚아나가고 그러면 거기다 대고 누가 돌을 던지겠습니까.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막아주고 성경 말씀처럼 넘어진 자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세워주지 않을까요?
이렇게 보면 돈 문제도 결국은 다 사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어려운 상황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다시 일어서고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의 샘이 되기도 하고 다시는 헤어나올 수 없는 사망의 늪이 되기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돈 문제는 돈이 많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돈이 없다고 해결이 안되는 것도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두서없는 글 마음에 들지 않으신 부분이 있으면 용서를 구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클랜드의 한 이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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