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아버지의 위치야 말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실감하고 있다. 민주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권력이 지배계급에서 일반시민 층으로 축소 분산되어 왔듯이 가정에서도 아버지의 권위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가정의 민주화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이러한 변화는 가정에서 부부 그리고 부자간의 역학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나는 직업상 많은 젊은이들과 가깝게 일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도 직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곤 한다. 능력과 학식이 탁월한 젊은이들이 그에 상응하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요한 이유는 이들의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많은 경우 본인들이 자기 자신의 결함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자기의 결점을 고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어머니와 자식들 관계가 주로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면 아버지와 자식들 관계는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보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식들이 사회생활 하는데 지장이 될 생각이나 태도를 고쳐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가정에서 아버지와 자식들의 관계는 여러모로 직장의 상사와 부하간의 관계와 유사하다. 그래서 자식을 직장 상사의 입장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장의 상사와 부하와의 관계는 크게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상사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피동적인 부하이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유형은 같이 일하기에 매우 편하다. 그러나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성과 효율성이 필요해지는 현대기업에서는 이러한 부하는 상사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매우 독재적인 성격의 아버지가 피동적인 성격의 자식을 길러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동양계 직장인들이 미국 직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아도 아버지가 자식에게 주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상사나 동료에게 필요 이상으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부하이다. 이러한 직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하고 자기의 잘난 점을 과시하려는 의욕이 유난히 강한 부류이다.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능력이 있어도 팀워크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조직의 효율성을 많이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사로서는 바람직스러운 부하직원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버릇없이 자란 자식들이 이러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불필요하게 많은 실패와 고생을 하게 된다. 과거의 한국의 아버지들의 교육이념은 경쟁에서는 우선 이기고 봐야 한다는 단순논리에 치우쳐 있었다. 이러한 교육환경에서는 남이 잘난 것을 받아들이기 싫어하고 자기가 못난 것은 무조건 감추려고 하는 성격이 형성되기 쉽다. 이점이 항상 우리 한인들의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하고 아울러 우리 아버지들이 반성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는 상사와 동료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필요에 따라 자기 의견을 떳떳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상사가 볼 때 이런 사람들은 팀웍을 잘 할 수 있고 성격이 솔직하기 때문에 믿을 수가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지도자로서의 소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어릴 때 자식에게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그리고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을 통해서 체험하게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자식의 리더십에 아버지가 기꺼이 참여하면 자식에게는 더 없이 좋은 훈련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많은 아버지들이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고 자기 명예를 물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자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상승작용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계발할 능력이다.
아버지는 사회인으로서 필요한 인격의 참 모습을 자식들에게 실천으로 가르쳐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지식수준이나 사회적 지위의 고하와 상관없이 어느 아버지나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벤자민 홍 새한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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