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최(수필가)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사람들은 지식이 많으면 지혜로운 줄 안다. 그것은 곧 지능을 지혜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멘사 클럽”에 가입해도 좋을 정도로 높은 지능(IQ)을 가졌지만 지혜는 부족한 사람이 많다. 철학이라는 말이 “지혜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다고는 하지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지혜를 “영원의 관점으로 만물을 바라보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은 곧 자신의 관점을 넘어 신의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보는 능력이 지혜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지식을 얻기는 쉬우나 지혜를 얻기는 어렵다.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적기 때문이다. 흔히 선생과 스승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선생과 스승은 다르다. 선생은 지식을 파는 직업인일 뿐이고, 스승은 지식에다 지혜를 얹어주시는 분이다.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가정과 이웃이, 사회가 건강해지려면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한국인 가운데 자녀 교육을 잘 시켜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예일대학의 법대학장 고홍주 박사의 어머니 전혜성 박사는 자녀들을 키울때 “덕승재(德勝才)”라고 해서 언제나 재주가 덕을 앞서서는 안된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덕과 재를 다른 말로 한다면 지혜와 지식이 아닐까? 지식이 지혜를 앞서서는 안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면 훌륭한 멘토가 필요하다. 멘토라는 말은 호머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사람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트로이 전쟁이 끝나자 오디세우스는 10년 정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을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 맡기고 양육과 교육을 부탁하게 되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르(Mentor)였다. 거기서 유래된 멘토라는 말이 오늘날에 와서는 주로 일대일의 관계로 인생의 등불이 되어, 가르침을 주고 받는 관계로 발전한 것을 우리는 멘토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진정한 스승이 멘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며 살아가는가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그 만남이란 것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운명이란 것도 있고, 때로는 나의 노력으로 얻어지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인연이라고 한다. 인연에는 좋은 인연(好緣)도 있고 나쁜 인연(惡緣)도 있다. 좋은 인연이야 잘 간직하면 되지만 나쁜 인연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나쁜 인연을 말 그대로 지혜로 극복해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이다. 지식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지혜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식은 많으나 지혜가 없는 사람들은 세상을 어지럽힐 뿐이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 한국의 정치판이다. 국회의원이란 사람들이 국회에서 서로 헐뜯고 싸우는 것을 볼 때마다 국민들은 실망하고 절망하지만, 그 피가 대물림되어 은연중에 대중들의 삶 속에 묻어나오고, 턔평양을 건너 이민을 오면서도 버리지 못해 이 곳의 한인사회도 한인회를 비롯해 크고작은 수많은 단체들이 불협화음으로 삐걱거린다. 지식만 있고 지혜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진정한 지혜란 신중한 선택의 결과다. 그 어느 누구도 우연히 지혜를 얻을 수는 없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추구하여야 하고, 인내하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깨달아야 하며, 청결한 가슴으로 자기 수양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고귀한 것이다. 지혜는 누군가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얻어지는 대가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현대인들은 기름진 음식만 먹어 비만이 죽음에 이르게 하듯, 지식과 정보의 바다만을 헤매느라 아름다운 인생을 보지 못한다. 지식만으로 얻은 성공으로는 행복할 수가 없다. 진실된 행복이란 지혜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란 안경을 끼고 보면 파랗고, 노란 안경을 끼고 보면 노랗게 보이는 게 우리의 인생이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지혜를 배우고, 다음엔 아내(남편)를 사랑하는 지혜를 배우고, 그 다음엔 자녀를 사랑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자. 지혜는 마음의 등불이다. 지혜의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자. 세상이, 인생이 한층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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