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웅(공학박사)
최근 이곳의 유명했던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가 흑인여자가 대부분인 럿거스대학 농구팀에게 “곱슬머리의 X녀”라는 말을 하여 해고 되었다. 지난 4월 4일 이 일이 있은 다음 그 토크쇼 진행자는 여러번 사과를 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사과인지 변명인지 분명하지 않았다.그냥 “잘못했습니다”라고 한 마디만 했으면 됐을 것을, 그는 전에도 말을 함부로 하여 말이 많았지만 불우한 어린이를 위한 많은 모금실적 때문에 무사하였는데 이번에는 최악의 경우를 당한 것이다.
“잘못을 통해 배운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그는 왜 몰랐을까. 수백만명이 들을 수도 있는 방송에서 우리라면 사석에서라도 하기 힘든 민망한 말을 하다니... 자기는 딸자식이 없단 말인가? 있어도 그렇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래 전에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했다. 그 때도 “제가 도청을 시켰습니다.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라고 잘못을 빌었으면 그는 무사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은폐하고, 변명하다가 결국 탄핵위기 속에서 사임하고 만 것이다. 또 전에 한나라당에서 오랫동안
중진으로 있던 분이 탈당하면서 자신이 출세했고 많은 은혜를 입었던 당에 대해 무엇이 어떠니 하며 몹쓸 말을 하고 떠났다. 누워서 침 뱉기와 다를 바 없는 행위이다.
미국 속담에 <내가 건너온 다리를 불태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언제 다시 건너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인간사의 일처럼 알 수 없는 일이 많은 것도 드물다. 그래서 우리의 부모들은 “막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그냥 솔직하게 “당에서는 대통령 공천을 받기 힘들어 탈당합니
다” 정도로 끝냈으면 됐을 것을 왜 사람이 그리도 말이 많았는지..
한국의 정치가들이나 공무원들은 도둑질, 사기, 공갈, 협박, 협잡 등등으로 붙잡히면 100의 100 모두가 오리발부터 내민다. 그 오리발이란 것도 닭다리가 빤히 보이는데도 철판 깔고 덤비니 듣는 우리가 숨고 싶은 지경이다.
그 다음에 한다는 소리가 “부덕의 소치”라는 말을 하는데 이 말 속에는 자기 잘못은 없는데 인덕이 없어 그리되었다는 뜻이 있고, 결국은 변명 합리화 밖에 안된다. 나는 위에 예로 든 모든 것이 우리에게 지식만 있고 지성이 없거나 아주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지식인이란 교육을 통하거나 독학을 하여 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일 것이다. 이 지식 속에는 유용한 지식도 있지만 쓸데없는 독이 되는 지식도 많을 것이다.
인간의 지식이란 게 참으로 하찮은 것이다. 인간에겐 지식 위에 지성이 더해지지 않으면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식은 없어도 되지만 지성이 없으면 안된다. 지성은 지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지성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상식-정직-순리-지혜-배려-용기 등등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의 부모들은 지식은 많이 없으셨지만 우리 인간의 살아가는 도리 하나는 가르치셨다. 그 도리 하나만 가져도 우리가 살아가는데는 지장이 없다. 우리에게 지성인의 요체를 심어주신 것이다.
한국의 교육정책 중 ‘3불’이란 게 있다. 그 중 하나가 ‘고교 평준화’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같은 물건도 성능이 같지 않은데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각자의 소질이 틀리고 잘 하는 분야가 틀리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 수학을, 인문학을 더 잘하는 사람
도 있다. 능력이 각각인 학생이 모여있는 학교가 같은 수준일 수는 없다. 그런 ‘자연 상태’를 인위적으로 묶어 평준화시키면 모두가 바보가 되고 만다.
고교 평준화는 전국민 열등화 제도쯤 될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국민 개개인의 소질-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국민 전체 능력의 합계를 극대화시켜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과 국민을 지성인으로 만드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본다. 평준화니 뭐니 자연에 거스리는 정책으로서는 두 가지 다 이룰 수 없다. 지식인도 지성인도 만들지 못한다. 이것을 지금 보고 있고 그 폐해를 그리도 오랫동안 뼈저리게 체험했지만 아직도 3불, 3불 한다. 아마도 지성인은 없고 지식인만 만든 한국이란 나라의 교육 때문이리라. 우리는 언제쯤 사회 전체가 조금이라도 지성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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