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사생활논란 ‘구글 스트릿 뷰’ 들여다보니…
#1) 파란 잔디 위에서, 태극 함성 속에서, 승부의 법칙에 따라 뛰고 치솟고 뺏고 뺏기고….경기장에서 직접 보는 태극축구 경기는 흥미만점이었다. 스탠드 한켠에 자리잡고 빨간 풍선을 흔들어대며 응원하는 30대 후반 A씨와 B씨 커플도 흥이 넘쳤다. 만난 지 얼마 안돼 조금 서먹했지만 금방 하나가 됐다. 골이 터질 때나 멋진 플레이가 펼쳐질 때 처음에는 서로 쳐다보며 싱긋 웃거나 안타까운 표정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던 둘은 어느새 서로 손을 꽉 쥐었다 얼싸안았다 아이스크림을 번갈아 먹여줬다 ‘아주 오래된 커플’처럼 시샘이 날 정도로 다정한 장면을 거푸 연출했다. 문제는 그들이 부인 몰래 남편 몰래 눈맞은 불륜관계였다는 것이었다. 더욱 큰 문제는 하필 그날 중계카메라가 자주 이 잉꼬같은 가짜커플을 자주, 게다가 꽤 오래 클로즈업시켜 보여줬다는 것이었다. 한층 더 큰 문제는 A씨의 부인 등 식구들이 그 시간 집에서 TV중계를 통해 그 장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2) 캘리포니아 해안도로는 아름답다. 석양이 질 때면 더 아름답다. 특히 온종일 허공을 유영한 태양이 하루일과를 마치고 바닷속 쉼터로 들어가기 전 하늘도 구름도 바닷물도 붉게 물들이면, 게다가 행여 해가 먼저 떨어질세라 긴 날개 훠이훠이 바닷가 숲속 혹은 바위섬 쉼터로 돌아오는 새들의 실루엣과 어우러지면, 그건 숫제 황홀경이다. 고혹적인 가주해안의 석양에 홀렸을까. 몬트레이-빅서 구불구불 해안길을 미끄러지듯 달리던 운전자가 그만 아찔한 사고를 냈다. 순간 레인을 놓쳐 자동차가 벼랑으로 몇바퀴 구르는 바람에 남자 운전자와 옆좌석 여자가 중상을 입은 것. 깎아지른 낭떠러지였다면 영락없이 죽음밖에 없을 터. 그러나 둘은 목숨이나마 건진 게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릴 처지가 못됐다. 그 바람에 둘의 불륜관계가 들통나버렸으니.
한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얘기(#1)와 미국에서 들은 얘기(#2)를 토대로 극화한 이런 류의 비극 겸 희극을, ‘몰래 한 사랑’에 맛들인 바람의 남녀들이나 남몰래 허튼 짓의 유혹에 빠져들곤 하는 사람들은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하필 자신들을 표적삼은 중계카메라가 아니라도, 하필 자신들에게 닥친 교통사고가 아니라도 남몰래 한 행동들이 나도 몰래 노출될 확률이 확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건물에는 대개 CCTV가 설치돼 있고, 길거리에서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차량 감시를 위한 무인카메라가 곳곳에서 감시견 노릇을 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 그런데 이번에는 구글(www.Google.com) 길안내(street view)가 무시무시한 거리의 감시자로 등장했다. 마치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며 주변의 온갖것을 샅샅이 뒤지듯 찍어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 벌써부터 사생활 침해논란(본보 8일자 A9면)이 이는 등 뭇사람들의 입을 타고 있다.
실제로 8일 오전 이 사이트에 들어가 북가주 이곳저곳을 검색해본 결과, 본보가 위치한 오클랜드 텔레그래프가 양쪽 건물들이 마치 근접촬영 사진을 보듯 확연하게 드러났다. 언제 찍었는지 표시는 안했지만 본보의 경우 최소한 2개월 전쯤 찍은 것이 분명했다(주차장의 차들 가운데 그 이전까지 한 직원이 사용한 차량이 찍혔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경우 조금만 확대하면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세세한 표정까지 읽을 수 있었다. 한인들도 자주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진 SF브로드웨이나 오패럴 등 야한 업소 근처거리는 다행히(?) 몰래발길 손님들이 많은 시간대가 아닌 오전에 찍었는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구글측은 본의 아닌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나름대로 촬영시간 선택에 고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숨기고 싶은 행동들이 시간을 가려 일어나는 것 또한 아니어서 구글의 스트릿 뷰 카메라는 많은 이들의 거리행동을 제약하는 덫으로 자리잡으리란 지적이다. 때문에 뜻있는 인사들은 “사생할 침해논란과는 별개로, 바르게 산다면야 그것 때문에 찜찜해야 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구글 스트릿 뷰 이용법(샌프란시스코의 경우)
1. www.google.com에 접속해 maps를 클릭한다.
2. 미국 지도가 나오면 CA를 클릭한다.
3. CA가 나오면 샌프란시스코를 클릭한다.
4 SF지도에서 원하는 지역을 지정한다.
5. 그 지역의 길을 따라(화살표) 전후좌우로 검색한다. 사물은 줌인/줌아웃 방식으로 얼마든지 확대축소해 근경과 원경을 두루 볼 수 있다
*구글측에서 촬영 및 편집이 진행중이어서 아직 이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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