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여 년 전 일이다. 송광사 구산 큰스님의 상좌이신 정혜사 약수암 회주스님의 권유로 어린이 포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때의 어린이 법회 불자가 지금은 어엿한 성인 불자님이 되어 법회 간사 일에 봉사도 하고 한국에 가면 어린이여름불교학교에 동참하여 진행도 도와주곤 한다.
내가 다니던 사찰에도 회주스님을 비롯하여 많은 상좌스님들이 계시지만, 그 당시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시기 때문에 오랜기간 어린이 법회를 지도하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린이 법회 때에 법사스님, 간사(선생님), 어린이 불자들과의 연결고리를 이을 수 있는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부터 어린이 포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도 각 사찰마다 학생회 법회가 진행되고 있지만 전문적인 선생님을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린이 법회를 보게 되었지만,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몇년이 지난 지금에야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많은 보살님의 추천으로 인하여 지목되었다는 이야기는 한참 훗날에 연꽃회 회장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법회를 보면서 어린이, 청소년 때부터 마음을 맑고 고요히 닦아 부처가 될 수 있는 심성을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불교는 자기 자신을 가꾸는 맑은 마음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불교를 알게 되면 맑은 생각이 샘솟게 되어 바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가까운 생활에서도 불교와 접목시킬 수 있다.
바른 견해(정견), 바른 생각(정사유), 바르게 말하고(정어), 바른 행동(정업), 지혜로 바른 생활(정명), 바른 노력(정정진), 바르게 기억(정념), 바른 선정(정정)- 이 8가지 바른 길은 생각으로는 쉬우나 실생활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여기서 팔정도란 부처님이 중생들을 올바른 진리의 길로 인도하기 위하여 제시한 8가지 바른 수행방법이며, 그렇게 되면 지혜로운 삶의 근본바탕이 생긴 것이어서 무슨 일이나 즐겁게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이 참된 인간으로 어울려 살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자 할 때 꼭 필요한 지혜를 생활 불교에서 얻을 수 있다.
스님이나 신도들은 한결같이 불교의 미래를 위해 새싹포교가 중요하다고 말씀들 하신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하다는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현실에서는 실천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근처에 있는 한국 교회나 성당에 가보면 아이들이 많이 모여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가 눈 여기게 데려오고 인사를 시키고 자리를 내어 앉히면, 이들은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주고 받으며 어떤 약속으로 일을 꾸미고 어울린다. 대화가 있고 식사가 있고 엮음이 있고 이룸이 있고 잇닿음이 있다. 웃음과 노래와 화합이 있다. 아이들이 따라와 장난도 치고 모여 앉아 그룹 스터디도 한다.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방법이나 프로그램에 문제는 없는지, 투자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는지 등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린이 때부터 마음을 맑고 고요히 닦아 부처가 될 수 있는 심성을 가진다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어린 불자가 느낄 수 있도록 잘 이끄는 노력이 어린이 포교의 중요성이라 본다.
청아 스님께서도 “어릴 때부터 불교를 접하면 그 교육 효과는 어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교리를 주입하고 예법을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그저 불교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는 것만으로 포교 효과는 충분하다”고 하신다.
올해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어린이법회를 실시하고 있는 사찰은 250개 사찰에 740명의 지도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전문 교육을 받고 있는 지도자는 올해 32명밖에 되지 않는다. 사찰에서의 적극적인 관심이 부족함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불교의 먼 미래를 위해서는 지도자가 부처님의 말씀을 올바로 전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종단 및 각 사찰에서는 지속적인 지도자들의 양성과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관심이 적극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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