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하와이 대학 신문학 조교수로 교편을 잡기 시작한 1969년 이래 케이블 TV가 서서히 부상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높은 산맥들 사이사이에 빼곡히 들어찬 주택들에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높은 안테나를 세우기 전에는 지상파 방송을 제대로 시청할 길이 없었다. CBS, NBC, ABC 등 3대 방송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케이블을 가입자들의 TV에 장착하는 독점사업이 각 도시마다 생겨난다. 방송 중계에 더해 여러 채널이 가능해졌지만 처음에는 채널 이용자들이 없어 쩔쩔매는 형국이었다. 그러면서도 케이블 TV의 잠재 가능성이 예견되던 시절이었다. 1980년대에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야구팀의 주인이기도 한 테드 터너가 케이블 뉴스 네트워크(CNN)란 24시간 뉴스 방송을 시작했을 때 어찌 그와 같은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인가 라고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소련제국의 붕괴와 동구권의 자유화, 그리고 걸프전에서 CNN이 역할은 괄목할 만 했기에 역시 터너는 선각자라 불릴만하다. 세계 미디어 왕 루퍼트 머독마저 폭스 뉴스 채널을 만들어 CNN을 누르고 있는 판이다.
터너는 CNN을 타임 워너 회사에 팔았지만 터너 클래식 무비(TCM)은 아직도 소유하고 있는 듯하다. 좌우간 몽고메리 카운티의 컴캐스트 가입자인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게 TCM 채널이다. 같은 영화 채널이지만 AMC가 광고로 영화를 토막 내서 짜증스럽게 하는 반면 TCM은 영화도중 광고 하나 없이 왕년의 명화를 보여주는 때문이다. 그런데 컴캐스트에서 TCM을 보려면 디지털 박스를 설치해야 한다고 해서 한 대를 우송받아 간신히 연결시켜 놓았었다. 하지만 신석기 시대에 살았어야 알맞았을 정도로 최신 전자기구 설치 및 사용에 있어서 숙맥인 내가 연결하는 것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아이들과 상의한 결과 법의 개정으로 컴캐스트에서 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케이블 TV도 할 수 있도록 허용된 버라이전 전화회사로부터 서비스를 받으라는 조언이었다. 두어 차례 약속이 어겨진 후 이틀 전에야 버라이전 회사의 직원이 와서 그 시스템에 우리 TV를 연결시켜 주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외국 방송과 음악을 포함해서 무려 645개의 채널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가입한 중간급의 서비스만 해도 270개의 채널을 볼 수 있다. 49개의 이 지방 채널, 11개의 스포츠 채널, 13개의 케이블 뉴스 채널, 19개의 인포메이션 채널 중에는 역사 채널, 군사 채널이 있는가 하면 군대 역사 채널마저 있다. 그밖에도 여성, 샤핑, 음악, 대중문화, 가정과 여가, 오락, 아동, 기호활동 등 여러 범주가 넘쳐난다. 거기에 더해 요구사항(On Demand)을 누르면 최신 영화와 성인물 등을 별도로 돈을 내면 볼 수 있다는데 보는 도중 멈춤, 지나간 장면으로 되돌아가는 기능 등 갖가지 기능을 다 갖추고 있다는 게 버라이전 기술자의 설명이었다.
집에 들르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서의 소망을 비공식적으로 증거하는 기회를 재치있게 포착하는 아내가 그레고리라는 그 청년에게 ‘성서는 실제로 무엇을 가르치는가’라는 책을 하나 건네주면서 지적한 것처럼 악마 사탄이 사람들의 주의를 산만케 하여 참 하나님을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처럼 많은 채널이 있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사도 바울은 에베소에 있는 신자들에게 편지하면서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전 상태에 관해 이렇게 쓴 적이 있었다. “그 때에 너희가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속을 쫓고 공중의 권세를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에베소 2: 2) 악마 사탄이 공중의 권세를 잡았다니까 방송이나 인터넷 등 공중의 전파를 타고 우리집들로 들어오는 내용 중 많은 것이 하나님의 속성과는 정반대로 잔혹하고 부도덕하며 탐욕으로 넘치는 것들이다. 미국의 성도덕 문란에 큰 책임이 있는 플레이보이나 더 흉악한 내용의 채널은 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백 개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만 보는데도 24시간 내내 TV 앞을 떠나지 않을 수 있게 된 세상이다.
케이블 TV의 노예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