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바다 건너 고국 땅의 유치한 주먹 싸움에 당신이 웬 관심이냐고 할 지 모르나, 놀랍게 이곳 땅의 많은 분들이 “재벌이면 재벌다워야지 그 놈 잘 되었다”고 흥분을 하기도 하고, TV 또는 신문의 사진을 보고 “그 놈 잘 잡혀 들어간다”하면서 고소(?)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이 언론보도는 무더운 여름, 때 아닌 황사까지 걷혀서 짜증나는 고국 시민들에게 ‘빗나간 부정(父情)’이니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재벌(놈)’하면서 언론에 종사하는 내 생각으로 좀 못된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민초들의 재밋거리를 주는 아첨하는 듯 하는 글로써 뭇매를 주는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래서 심심파적의 관심으로 바다 건너 한국의 TV, 신문의 토막 소식을 갖고, 먼저 내가 내 스스로 좀 납득 안 되는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첫째, 김승연 회장의 아들의 폭행 가해자라는 사람들이 술집 종업원이라고 했는데, 떼를 지어 다른 술집에서 술을 마셔대고 있었다하니 정말 술집 종업원인지 조폭의 무리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좋은 예가 될지 모르겠으나 파리 잡는데 도끼 휘두른다고 할까, 술집 종업원 4명의 보복하는데 왜 그리 많은 전설적인 조폭출신의 인원이 동원되고, 그리고 청계산인가 어디로는 왜 데리고 갔는지요.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벌어진 사태는 정말 몹시 어리둥절해집니다. 경찰총장까지 지낸 최 모라는 분이 경찰에 취한 브레이크 없는 압력이나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변호인단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매수, 청탁의 일련의 대처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어떻게 그러한 유치한 생각밖에 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말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의아심에서 뚱단지같은 생각일지 모르나 몇 가지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부산 피난시절 버스에 타면 “부서지지 않고 이렇게 휘어지는 새로운 나이롱 버리빗이 금번 ‘락희공업사’에서 나왔습니다”하면서 소리치던 행상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1960년 아니 70년도 초까지도 직원 월급 대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팔아 쓰라고 했던 ‘금성사’, 다시 말해서 오늘의 LG(Lucky Gold Star)말입니다. 또 70년 초까지 대리, 과장까지도 월급으로 30일, 60일 어음을 주면서 할인해서 쓰라고 했던 현대, 그리고 오늘의 삼성의 창립자 이병철회장이 ‘D’로 시작되는 희성의 사채시장의 큰 손에 머리를 숙인 것은 재계에서 다 아는 이야기로 이러한 것들이 영화 장면처럼 스쳐갔다 이런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LG, 삼성, 현대처럼 바닥에서 하나하나 쌓아올린 기업이 아니라 광산 다이나마이트에서 군수품, 즉 총 대포 화약으로 밀실 또는 비밀 계약, 흥정으로 커온 한화의 모회사 ‘한국화약’ 회사인지라 어쩌면 ‘모든 것은 흥정으로’라는 회사 분위기가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김승연이라는 회장은 29살이란 나이에 회장이 됐으니 억지로라도 ‘권위’를 세워야 했던 그였기에 63빌딩의 대한생명을 인수하는 ‘흥정’의 기술은 이어받을 수 있겠으나 어린 나이에 측근에 쌓여 분에 넘치는 ‘권위’ 그리고 모든 것이 흥정으로 가능하다는 김 회장의 생활이 여기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면 아마도 김승연 회장의 아들이 술집 종업원(?)에게 얻어맞았다고 했을 때 그 주위에 아첨꾼들이 “이것이야 말로 내가 충성심과 나의 능력을 보일 기회다”하면서 술집 종업원들을 북창동 지역 폭력조직 정도로 승격시킨 후 자기가 몇 시간 내에 동원할 수 있는 실력을 과시하면서 몇 개의 조직 폭력단을 끌어들이고 청계산까지 납치한 후 김승연 회장이 가죽장갑을 끼고 쇠파이프로 복수하는 ‘멋있는 람보’ 역할을 하도록 부추겼을 것 같습니다.
그 후 사태를 보는 주위에 모든 인의 장막들이 각각 사건의 원천 봉쇄, 원천매수를 다투어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떠드는 바람에 ‘청계산 안 갔습니다’하면서 뚝 잡아떼게 하다가 ‘아들아, 좋은 사람이 되어라’하는 눈물의 연기를 김승연 회장이 삐에로 처럼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김승연 회장이 이해관계가 없고 사회적 신분이 필요없는 학교 동창회의 모임이라든지 교회의 친교모임 같은 곳에 참여하여 자기 스스로가 하나의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평범한 진리와 참다운 생활철학을 갖지 못하고 살아온 그에 대해서 측은하고 가련한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 언젠가 측근 아첨꾼들이 마련한 무대 위에서 자기 본인, 김승연이 아닌 연극 주인공의 김승연의 연기를 해야 하는 생이 아니라 자기 본인의 ‘인간’다운 생을 한 번 살아 보라고 기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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